'땅값>집값' 납득 못할 공시가..현실화 이후 개선되나
단독주택 22.8만 가구, 현실화 답보에 땅값에 역전
정부 "고가 단독, 4~5년 내 역전 현상 해소될 것"
초고가 현실화 제고 속도.."시장 안정 효과 기대"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정부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율을 높이는 '현실화'를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형평성' 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시가격은 139종의 법령에 적용되며, 60여 종의 행정목적으로 사용되는 데도 현실화율이 저마다 제각각이어서 해마다 공시제도 자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8~15년간 유형별, 가격대별 시세 반영 수준을 높이는 과정에서 그동안 지적돼 온 시세 '역전 현상' 등 불합리한 제도 운영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공시가격 제도는 그동안 시세 수준보다 낮게 결정하는 관행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적정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의 50~7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올해 1월 기준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등으로 시세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유형간 격차도 크다.
또 공동주택의 경우 ▲30억원 초과 79.5% ▲15억~30억원 74.6% ▲12억~15억원 69.7% ▲9억~12억원 68.8% ▲6억~9억원 67.1% ▲3억~6억원 68.2% ▲3억원 이하 68.4%로 금액대별 현실화율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최근 2년간 초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해 인위적으로 현실화율을 제고한 결과다. 강남과 강북, 수도권과 비수도권 등 지역별로도 편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도 운영상에 허점이 곳곳에서 확인되기도 했다. 바로 '역전 현상'이다.
서울의 대표적 부촌 중 한 곳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단독주택은 땅값만 매긴 공시지가가 땅값에 건물 값을 포함한 공시가격보다 높은 기현상을 지난 몇 년간 지속해왔다.
지난 2018년 기준 이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57억1000만원으로 산정됐는데, 정작 공시지가는 64억원으로 집값보다 비쌌다. 집값에서 땅값을 제하고 나니 건물 값은 마이너스가 되는, 납득하기 쉽지 않은 사례다.
지난해 감사원이 실시한 '부동산 가격공시제도 운용실태' 감사 결과 전국 단독주택 416만 채 중 약 5%에 해당하는 22만8475가구에서 이 같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은 2만7476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이 중 1112가구의 경우 공시지가는 9억원을 넘는 데도 공시가격은 여기에 미치지 못해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현실화율 제고를 통해 주택과 토지가 같은 수준으로 현실화되면 이 같은 역전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의 경우 4∼5년 내에 역전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토지는 2028년까지 가장 먼저 현실화율이 90%에 도달한다.
단독주택의 경우 오는 2035년까지 15년에 걸쳐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했는데 앞으로 10년만 지나도 전체적으로 이 같은 역전 현상이 상당 폭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9억원 미만 주택(52.4%)의 경우 토지(65.5%)보다 현실화율이 낮은 상황이지만, 앞으로 현실화 기간에 걸쳐 점진적 해소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공동주택과 단독주택간의 조세 형평성 문제도 차츰 개선될 전망이다.
공동주택간 금액대별 현실화율 격차로 생기던 문제도 10년 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9억원 초과는 5년 내, 9억원 미만은 2030년까지 10년 내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기로 한 상태다.
현실화 추진으로 부동산 안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현실화 속도가 빨라 보유세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초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안정 효과가 클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권뿐만 아니라 용산, 여의도, 목동 등에서 가수요가 억제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의 경우 보유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중저가 주택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3년간 재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10년 후 재산세는 올해의 2배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 소유자의 경우 세금 부담이 다소 줄겠지만, 기존보다 세금 증가분이 커서 감면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 추진이 '사실상 증세'라는 비난도 커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공시가격이 시세를 정상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보유세 실효세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집값이 오른 만큼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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