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맞아도 되나요?" 주저하다 때 놓칠라
커지는 트윈데믹 공포
독감 전국 확산 때 속도 빨라
국민 20% 감염될 수도
컨디션 좋을 때 백신접종 필수
독감백신 어떻게 만드나
유정란·세포에 바이러스 배양
심한 달걀 알레르기 있다면
의사와 상담 후 접종 결정해야

코로나19와 증상이 헷갈리는 독감 감염을 피하려다가 아까운 목숨을 잃은 것은 아닌지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정이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면 독감에 걸릴 수 있지만, 걸리지 않고 더 오래 살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특히 독감은 감염돼도 타미플루라는 치료제(수태 후 연령이 36주 미만인 소아에게는 적용되지 않음)가 있다. 언론이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한다고 비난하기에는 안타까운 구석이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백신 접종과 사망자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하게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것은 비과학적인 태도다"며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과학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검증된 수단이다.
계절독감은 국내에서만 매년 3000여 명이 사망하는 위험한 감염병으로,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국가 무료예방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2세, 임신부, 만 13~18세, 만 62세 이상 등 약 1900만명으로, 현재 약 1200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 독감 11월 말부터 다음해 1~2월 유행
독감은 우리나라의 경우 11월 말부터 감염 환자가 늘어 12월과 1~2월에 유행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독감 바이러스 유행 시 통상 인구의 10~20%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겨울철 발생하는 계절성 유행 독감은 매년 전 세계적으로 25만~50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방백신을 접종하면 항체 형성까지 2주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해 늦어도 11월 중순까지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B·C 세 가지 형으로 구분되는데 A형 2종과 B형 2종이 사람 사이에서 주로 유행한다. 독감백신은 A형 2종과 B형 1종 항원 등 3개를 막는 3가 백신이 주로 국내에서 접종됐지만 올해는 B형 항원을 하나 추가한 4가 독감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독감 발생률은 소아에서 가장 높고, 합병증 및 입원 사망 위험은 65세 이상 노인, 6세 미만 소아 및 만성질환자에게서 높다. 독감은 코, 기관지 등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를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독감 바이러스는 건조한 점액에서도 몇 시간 동안 생존할 수 있어 오염된 물건 등에 접촉 후 눈이나 코, 입을 만지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독감은 평균 2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며 갑작스러운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 전신 증상과 인두통, 마른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
◆ 독감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독감백신은 네 가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주(A형 2종 A/H1N1·A/H3N2, B형 2종 B-Victoria, B-Yamagata) 중 WHO 권고에 따라 해당 연도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러스주(株)를 조합해 제약사가 개발·제조한다.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생산하는 방식은 유정란 배양과 세포 배양으로 나뉘는데, 유정란(계란)을 이용한 백신 생산은 제조에서 품질 검증까지 약 6개월, 세포 배양 방식은 3~4개월이 필요하다. 유정란은 청정지역에서 외부로부터 차단된 양계장에서 항생제와 백신에 노출되지 않는 암탉을 통해 생산된다.
백신 생산에는 보통 부화에 들어간 지 11일째 되는 유정란을 쓴다. 이때 계란 윗부분을 살짝 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투입하고 사흘간 배양한다. 14일째에는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번식한 계란 속 액체 부분만 별도로 추출한다. 추출한 액체는 초고속 원심분리기에 넣어 바이러스 입자만 별도로 농축 분리시킨다. 이후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이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독성을 제거하고 항원성만 갖게 하는 불활화 작업을 한다. 그다음 바이러스를 농축해 1회 주사당 15㎍(마이크로그램) 비율로 희석하면 백신 최종 원액이 생산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신 시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으면 대량생산된다.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이른바 무료 독감백신 사업)에 참여한 백신 제조·수입사는 7곳이다. 이 중 국내 회사인 LG화학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백신 일양약품 등 6개사는 모두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제조한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사노피파스퇴르가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외국 회사인데, 독감백신 전량을 프랑스에서 제조한다. 이 밖에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으나 유료 접종 등을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회사로는 보령제약 동아ST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3곳이 있다. 국내 회사인 보령제약, 동아ST는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제조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독일에서 생산한다.
◆ 올바른 독감백신 접종은 어떻게
독감백신뿐만 아니라 모든 백신을 접종할 때는 본인의 건강 상태부터 확인해야 한다. 되도록 컨디션이 좋을 때 독감백신을 접종해야 하고, 만약 열이 나거나 이상이 있으면 접종을 며칠 미루는 게 좋다. 백신을 접종할 때는 평소 앓고 있는 만성질환을 의사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다면 의사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독감백신은 유정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해 생산하는 제품이 많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는 주사 부위를 세게 문지르는 행위를 삼가고, 의료기관에 일정 시간 머물면서 이상 반응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백신 예방접종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는 대부분 30분 안에 나타나므로 접종 후에는 약 30분 동안 병원에 머무르면서 이상 반응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며 "접종 후 2∼3일은 무리하지 말고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예방접종 후 주사 부위의 통증이나 빨갛게 부어오르는 발적, 부종, 근육통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은 접종 후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1∼2일 이내에 호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열이나 호흡곤란 등이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독감백신에 대한 과도한 우려나 공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박민선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독감 고위험군은 백신을 접종하는 게 맞는다"고 조언했다.
▶ 백신만큼 중요한 생활습관
전문가들은 독감을 예방하려면 백신 접종에만 의존하지 말고 평소 위생 관리와 함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하는 위생수칙과 똑같다. 손을 비누로 흐르는 물에 자주 씻고, 마스크 착용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독감 예방도 마찬가지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2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양치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독감 환자의 침과 콧물 같은 분비물에 오염된 물건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전염 위험이 있으므로 씻지 않은 손으로는 가능한 한 코나 입을 만지지 않도록 한다.
최대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실내라면 규칙적인 환기와 적절한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평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고른 영양소를 섭취해 면역력을 높여야 하며 만약 독감 증상으로 의심이 된다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처방 받아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동안 독감은 예방백신을 맞았어도 걸릴 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겨울철에 유행하는 독감 유형과 예측해 만들어 접종한 백신이 다르기 때문(미스매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올해 4가 독감백신만을 채택해 접종하고 있기 때문에 미스매칭 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 백신의 역사 살펴보니
백신의 등장은 17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에 유행하던 천연두를 막기 위해 사용한 우두접종이 백신의 시작이다. 제너는 소젖을 짜는 여자들이 소로부터 우두에 감염됐지만 가볍게 병을 앓고 난 후 천연두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다는 점에 착안했다.
백신(vaccine)의 이름도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vacca(바카)'에서 유래됐는데, 이후 탄저병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가 'vaccine'이라 명명해 지금까지 백신(vaccine)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
백신은 오랜 역사만큼 접종 형태에 큰 변화를 가져오며 진화하고 있다. '백신=주사'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주사제 형태를 과감히 탈피해 접종의 편의성을 고려한 제형 형태 백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먼저 입안에 백신액을 투여하는 형태인 경구 백신이 있다. 영유아들을 위한 로타바이러스 백신이 대표적이다. 코에 뿌리는 형태의 비강 스프레이 백신도 등장했다. 스프레이 백신은 주사 접종 부위에 생길 수 있는 통증이나 발적, 종창 등 국소 이상 반응이 생기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식품 형태의 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A형 간염을 예방하는 항원 단백질을 식물로 개발해 음식처럼 먹을 수 있는 형태다. 최근에는 'DNA백신'이 주목받고 있다. DNA백신 원리는 병원균이 아닌, DNA를 넣어주는 것이다. DNA백신은 병원균의 유전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부분을 떼어내 인체에 넣어준다. 이 DNA는 우리 몸에 들어가 세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T세포' 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병원균 전체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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