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건설 벌점 '평균→합산'으로..업계 "분양제한이라도 완화해달라"

이철 기자 2020. 11. 3.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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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건설 안전·품질 벌점 기준 세분화..합산제도는 2023년부터
"무조건 벌점 쌓이는 구조..선분양 불가능"
지난 6월 서울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의 모습. 2020.6.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정부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년부터 시행함에 따라 건설업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벌점을 기존 '평균' 방식에서 '합산' 방식으로 바꿈에 따라 2023년부터 선분양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와 공포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국토부는 개정안에서 건설사 벌점 산정방법을 '평균' 방식에서 '합산' 방식으로 변경했다. 또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벌점이 부과되도록 '미흡한 경우' 등 모호한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했다. 일부 측정기준에서 측정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1~3점을 부과하던 것을 부실의 중요도로 구분해 1·2·3점으로 명확히 정했다.

국토부는 우선 바뀐 기준으로 벌점을 부여하되 합산 방식은 2023년 1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벌점이 쌓인 건설사는 정부가 발주하는 대형 공공 공사 사전입찰 자격심사(PQ)에서 감점을 받고, 벌점 규모에 따라 최대 2년간 입찰 참가도 제한된다.

건설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벌점 산정방식의 변경이다. 기존에는 건설 사업장 수로 평균을 구하는 방식이라, 사업장이 많을수록 벌점이 적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는 누적 벌점이 쌓이게 된다. 예를 들어 한 건설사가 총 100개의 현장 중 한 현장에서 3점의 벌점을 받았다면, 현재는 이를 현장 개수로 나눠 벌점이 0.03점이지만 개정안 시행 후에는 3점으로 산정된다.

A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한 건설사가 국내 현장만 수십개에서 수백개를 운영하는데 합산제로 변경하면 순식간에 벌점이 쌓이게 된다"며 "1개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사에서 발생한 1건의 부실과 100개 현장 운영 건설사에서 발생한 1건의 부실에 대해 같은 벌점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터널, 다리 등 대규모 토목공사는 결국 대형 건설사의 기술력이 없으면 공사가 쉽지 않다"며 "하지만 벌점 합산제도를 시행하면 대규모 공공 공사 입찰에 대형사는 빠지고 기술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만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각 건설사가 총력을 다해 현장 안전·품질을 관리하고 있지만, 결국 무조건 벌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장안전관리가 우수한 업체에 벌점을 경감해준다는 조항이 있으나, 합산 방식을 적용하면 대부분 중대형 건설사의 공공 공사 입찰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세종시 호수공원에서 바라본 신축 아파트 건설 현장. 2020.7.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건설업계는 벌점으로 인한 불이익 중 '분양 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주택법령에 따르면 벌점 1점 이상은 골조공사 3분의 1이상 완료, 3점 이상은 골조공사 3분의 2이상 완료, 5점 이상은 골조공사 완료, 10점 이상은 사용검사 후(내부 마감 후)에야 분양이 가능하다. 벌점이 많으면 후분양을 해야하는 셈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 관계자는 "벌점 산정 방식이 평균에서 합산으로 바뀌었으니 국토부에 현행 분양제한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며 "하지만 국토부는 합산방식이 2023년부터 시행되니 그전까지는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자체 추산을 해봤는데 만약에 국토부가 분양제한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도급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50% 이상이 선분양을 못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재무상태 악화로 시장에서 위기를 맞는 건설사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사실상 '후분양'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B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도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인력이 투입되는 일이다 보니 경미한 안전규정 위반에 따라 벌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건설현장은 후분양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정부는 주택공급을 앞당기겠다면서 3기 신도시에 대한 사전청약까지 받을 예정"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실상 후분양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토목과 주택 건축의 벌점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건단연 관계자는 "도로와 관련된 공사를 하다가 받은 벌점 때문에 아파트 분양이 늦어지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벌점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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