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70% 이상 불참·반대 13% 속에 담긴 '역풍의 기운'

박홍두 기자 입력 2020. 11. 2. 21:10 수정 2020. 11. 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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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 당원 투표서 '서울·부산 시장 선거 공천' 결정
당 "예견된 결과"..일각선 지지층 이탈·정치불신 확대 우려
"전체 당원 의지 아냐" 지적도..곧장 선거기획단 구성 들어가

[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이 2일 발표한 전 당원 투표 결과는 ‘예견’했던 대로 이변은 없었다. 86% 찬성으로 민주당은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반대는 13%에 그쳤다. 하지만 전 당원 투표는 지지층 이탈, 정치 불신 등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이득에만 매몰돼 당헌을 이틀 만에 뒤집어 얻은 결과지만 당원 70%가 불참한 투표와 13%라는 반대 의견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까닭이다.

당내에선 투표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당 관계자들은 투표 전부터 “찬성률은 70~80%를 상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투표율 26.35%에 찬성 86.64%, 반대 13.36%.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원들의 높은 참여와 압도적 찬성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씁쓸한 분위기가 흘렀다. ‘대선 전초전’ 성격의 보궐선거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정치적 이득에 따라 움직인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당원 일부의 ‘자괴감’은 적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우리가 과연 책임 있는 정치를 하는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반대표 13%’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류도 감지된다. ‘지지층 이탈’을 우려한 것이다.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힌 권리당원 A씨는 통화에서 “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해야 하는데, 내가 지지했던 상식의 정치를 하던 당이 아닌 것 같다”며 지지 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 무당파·부동층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서울 지역 특성상 보궐선거도 쉬운 싸움이 아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징후를 드러냈다. 리얼미터·YTN 여론조사(10월26~30일 2536명 조사, 95% 신뢰수준, 오차범위 ±1.9%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8%를 기록해 국민의힘(28.9%)을 오차범위 밖에서 제쳤다. 그러나 전 당원 투표를 결정한 이튿날인 30일 조사에서는 두 당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들어오며 박빙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망한 여권 일부 지지층을 비롯해 명분과 태도를 중시하는 무당파의 ‘냉소’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86% 찬성’을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친문(재인)계 열성 지지자 등 일부의 뜻을 전체 당원의 의지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찬성 86%’는 18만명 정도로, 권리당원 80만명 중 약 22%다. 이들이 후보 공천 주장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많지만, 지도부가 이들을 ‘활용’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투표 이후 민주당의 ‘딜레마’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정황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보다 나은 당이라는 자부심마저 잃었다. 소탐대실의 후과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곧장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날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후보 기준과 경선 규칙 등을 마련할 선거기획단 구성 작업에 들어갔다. 후보자 검증위원회도 11월 중순까지 설치해 엄격한 검증을 하겠다고 밝혔다. 후보는 경선을 통해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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