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잊을만하면 또..자본연 주먹구구식 채용 '도마'

일부 고득점자 탈락사유 미기재
지원자의 지인이 면접관 맡기도 해
금융당국 종합감사서 '주의' 조치받아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수년 전 주먹구구식 채용으로 ‘기강해이’를 지적받았던 자본시장연구원이 아직 고질병을 완전히 고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 상충 소지를 사전에 해소하지 못하는 등 공정채용과 거리가 먼 모습은 여전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자본연에 이런 내용을 담은 종합감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016년 8월~9월 이후 4년 만의 정기감사다. 이번 감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 한정된 인원(총 7명)이 최소한 기간(8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 내 진행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감사 결과 연구위원 채용 절차 부적정 및 채용서류 미보관에 대해 ‘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자본연은 지난 2017년 연구위원 채용 시 인사위원회가 선정한 채용세미나 참가자 10명 중 일부 고득점자를 불합격자로 처리한 구체적인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보존하지 않았으며 같은 해 연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연구위원 1명을 수시모집으로 채용할 때 제척사유에 해당하는 평가위원을 채용심사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연구위원은 ‘서류심사 → 채용세미나·면접심사’의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금융위는 “실질적인 채용 심사기구인 인사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사 기준 및 평가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채용 서류를 관리하고, 채용세미나의 명확한 평가기준을 마련하며, 제척·회피 제도를 엄격히 운영하여 공정채용이 확립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원이 발생하면 채용공고 없이 대상자를 추천받아 서류 및 면접심사로 채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에 대해서도)채용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고 더 많은 구직자에게 지원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공개모집으로 채용할 것”을 주문했다.

앞서 자본연은 지난 2013년 종합감사에서 직원 승진·채용 시 필요절차를 미이행한 점에 대해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금융당국은 당시 자본연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총 53명을 채용하는 동안 연구위원 17명에 대해서만 인사위원회 심의를 실시했고, 연구원·행정직 채용 시에는 이 절차를 무시하는 등 내규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자본연은 7년이 지나도록 채용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이번 감사에서 국외출장 보고서를 귀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내야 하는 복무규정을 어기고 지연 제출한 사례를 다수(64건, 출장자 96명 중 23건, 출장자 31명) 발견해 ‘주의’ 조처했다. 일부는 귀국일로부터 1~2년 이상 경과 후에야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전반적인 출장관리가 부실했다. 금융당국은 또 국외여비를 숙박비·일비·식비 구분 없이 일일 체재비로 포괄해 지급함으로써 숙박비를 실제 숙박일수보다 과다 지급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밖에 특별휴직자 관리 부실, 원고료 지급 기준 미비, 법인카드 포인트 활용 방안 부재, 맞춤형 복지제도 운영 부적정, 학자금 지급제도 불합리 등도 문제 삼았다.

자본연은 제기된 이슈에 대해 충분히 소명했으나 국민적 눈높이에 비춰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본연 고위 관계자는 “(일부 고득점자가 불합격한 것과 관련)국내외 연구기관에 복수 합격한 지원자들로 이메일을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구비했다”며 “(이해 상충 문제 역시)전문분야 특성상 인재풀이 충분치 않아 벌어진 일로 평가위원이 6명에 달해 당락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유현욱 (fourleaf@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