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잠잠'하다는데 서울폰은 '징~'.. 재난문자 발송기준은

김나경 2020. 11. 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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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피로감 민원에 행안부 개선방안 마련
발송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지역마다 '들쭉날쭉'
부산 '1일1건'인데 서울·경기는 '상황따라' 
지난 9월 30일, 서울에 거주하는 본지 인턴기자 받은 안전·재난문자. 이날에만 하루 9건의 문자가 전송됐다.
[파이낸셜뉴스]
#. 부산에 살다 얼마 전 서울로 이사한 직장인 박모씨(27)는 수시로 울리는 진동음에 깜작 놀랐다. 박씨는 “부산에 있을 때는 하루 하나만 왔는데, 서울에서는 하루 평균 3개씩 문자가 오는 것 같다”라며 “다른 메시지인 줄 알고 봤다가 허탈했던 적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적인 ‘재난문자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행정안전부가 개선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문자 발송 판단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재난문자가 지역별로 ‘들쭉날쭉’ 발송되고 있다.

■ "재난문자 자체가 재난이에요".. 1월~9월 발송된 재난문자 3만4600여건
코로나19 장기화에 재난문자가 수시로 발송되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국민신문고와 국민청원 게시판, 지자체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민원이 올라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타 지역 주민인데 재난문자가 와서 불편했다는 등 민원이 하루 수십 통 들어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재난문자 자체가 재난이에요”, “재난문자 차단하는 법 없나요”라고 성토했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만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분석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9월 중앙부처·지자체에서 보낸 재난문자는 모두 3만4679건에 달한다. 지난 9월3일에는 총 395건의 재난문자 중 51건이 0시부터 오전 6시, 심야·새벽 시간대에 발송됐다.

이에 행안부는 ‘재난문자방송 국민불편사항 개선방안’을 마련, 박 의원에게 제출했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심야시간에는 긴급한 사항이 있을 때만 문자를 보내고, 정책 홍보를 담은 재난문자 발송은 시간과 관계없이 금지된다. 코로나19관련 재난문자 또한 시간대별 송출지침을 구체화해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 포털에 '재난문자'를 검색한 결과 '재난문자 차단', '재난문자 끄기' 등이 연관 검색어에 올라와 있다. 사진=네이버 검색결과 캡처.
■ 부산 '1일 1건' 서울·경기 '상황따라', 광주는 '밤 10시 기준'... 지자체마다 '들쭉날쭉'
문제는 행안부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별로 발송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행안부가 지자체에 재난문자 발송권한을 주면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송 내용과 시간을 결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부산의 경우 타 지자체와 달리 ‘1일 1건’ 전송을 원칙으로 한다. 부산시 재난현장관리과 관계자는 “오전11시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기준으로 오후 1시 30분께 재난문자를 보낸다”라며 “시민들이 (문자에) 피로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하루 한 건을 기준으로 하고 추가로 알려야 할 사안이 있으면 검토해서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지난 7일에는 부산시에서 6건, 구 차원에서 9건을 발송했지만, 민원이 이어지자 하루 한 건으로 발송원칙을 바꿨다.

하지만 서울시와 경기도는 행안부의 지침 외에 별도의 기준이 없다. 서울시 상황대응과 관계자는 “행안부의 강화된 지침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라며 “일부 시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꼭 알아야 할 정보를 안 보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재난상황팀은 확진자 동선은 긴급한 사안이기 때문에 새벽이라도 문자를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자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재난문자를 발송했던 지자체도 있다. 광주시는 경기도와 달리 오후 10시 이후에는 확진자 동선을 재난문자로 보내지 않는다. 광주시 관계자는 “야간에는 안내해도 실효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굳이 보내서 시민들한테 불편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광주시의 경우 자치구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시에서 취합해 재난문자를 보낸다. 시민들이 중복된 내용의 문자를 받는 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이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재난문자 발송기준이 다른 가운데 정확한 정보 제공과 시민 불편 해소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20대 직장인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제외하고 오전, 오후에 하나씩만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문자를 더 받았으면 좋겠다는 민원도 있다며 “(정보 제공과 불편 해소 중)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춰야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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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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