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향해 직사살수, 최루액 사용 의심..'노량진 상황', 경찰은 왜 제지 안했나
[경향신문]
육교 위 농성 중인 시민을 상대로 수협 측이 물을 발사했다며 노량진 상인들이 수협중앙회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상인들은 민간 기업의 사적 폭력을 제지하지 않았다며 경찰도 규탄했다. 경찰은 도저히 개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에게 최루탄, 물대포를 직사살수(물을 곧은 방향으로 쏘아서 뿌리는 행위)한 수협회장을 고소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어처구니 없는 것은 경찰이 바로 옆에서 이를 수수방관하고 동조하였다는 것”이라며 “경찰청에서는 이번 사건을 진두지휘한 수협회장을 반드시 처벌하는 것은 물론 이를 동조한 동작경찰서장까지 책임을 물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날인 29일 노량진역 인근에서 벌어진 수협 측 폭력이 기자회견의 계기였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당일 새벽 6시30분쯤 수협 직원과 이들과 계약한 용역이 상인들의 농성장에 접근해 소화전을 뿌리고 물대포를 발사했다. 당일 농성장에는 상인들과 수협 측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활동가들이 합쳐서 대략 40명 모였는데, 대부분 발사된 물을 맞았고 소화전 연기에 숨이 막혔다고 한다. 최루액 사용을 상인들은 의심한다. 대부분 60대 이상인 상인들 중엔 불과 1m 앞에서 쏜 물을 맞고 실명 위기를 겪거나 저체온증으로 병원에 실려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협 측 행위를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상인들은 경찰이 수협 측 폭력을 막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에서 벌어진 사적 폭력을 방지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찰의 물대포 사용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경찰개혁위원회와 헌법재판소가 제한을 적시한 사안이다. 공권력은 아니지만, 수협 측의 직사살수도 위험성에서 다르지 않다고 상인들은 주장한다. 최근 인권위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사업 추진에 반대해 학교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을 교직원들이 해산하면서 소화전 물을 살수한 2017년 3월 사건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경찰의 개입 근거는 마련돼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만한 위험한 사태가 있거나, 범죄가 눈앞에서 발생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경고 등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중대한 손해가 예상되는 등 구체적 위험이 뚜렷하다면 이격조치 등 개입도 가능하다. 철거 등 상황에서 폭력 방지의 책임도 있다. 지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결정문을 내놓으면서 “재개발 철거지역의 분쟁 상황 등 민생 관련 사안의 경우, 경찰은 철거용역들의 폭력 및 위협 행위 등을 예방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지하는 등 치안질서 유지를 주된 업무로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농성장은 노량진역 2번출구 인근 육교 위에 자리하는데 완공이 되지 않은 상태다. 많은 인명이 올라갔다가는 자칫 붕괴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노량진동을 관할하는 동작경찰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쪽엔 계단이 만들어졌지만 북쪽엔 목재와 철골로 꾸린 임시 가설물 뿐이다. 남쪽은 상인들이 경찰 접근을 결사적으로 막고, 북쪽 가설물로는 수협 측 사람들이 30명 남짓 올라간 상황이었다. 경찰까지 올라가면 무너질 우려가 있었다”면서 “이번 충돌엔 개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의 량희 활동가는 “폭력을 방치하면 폭력이 반복된다. 이번에 용역들은 자신들의 폭력이 경찰이 있는 곳에서도 제지받지 않는다는 나쁜 학습을 했다”며 “공권력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적 폭력을 용인하지 않기 위함이다. 다시는 이런 폭력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경찰은 수협에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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