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서울·부산시장 공천 수순..책임 뭉개고 득실만 따져
[경향신문]
전 당원 찬반 투표로 ‘명분 확보’…당원들에 리스크 전가
이낙연 “피해자에 사과”…‘진상규명 없이 2차 가해’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선거의 ‘무공천’ 원칙을 뒤집고 후보 공천을 위한 수순에 나선 것이다. 집권여당의 ‘책임정치’ 파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9일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 길을 여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 당원 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며 “저희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것에 서울·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후보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고, 오히려 공천으로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현재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원 투표는 사실상 공천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31일과 다음달 1일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하고 찬성 의견이 많으면 다음주 중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통해 당헌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투표 문항은 ‘후보를 내기 위해 당헌 개정이 필요한데 찬성하십니까’라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당원들이 당헌 개정에 찬성하면 당헌에 ‘다만 최고위원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붙여 서울·부산 시장 보선 공천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치러질 서울·부산 시장 보선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문 사건으로 공석이 된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다. 민주당 당헌(96조)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5년 당시 문재인 당대표 시절 혁신위원회가 만든 조항이다.
민주당이 고심 끝에 전 당원 투표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향후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다. 내년 보선은 차기 대선의 교두보로 간주돼왔다. 집권여당 입장에서 대선으로 가는 길목을 건너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서울·부산 등 가장 많은 유권자가 있는 제1, 제2의 도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지난 4월 총선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의 유권자는 114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다.
하지만 처음부터 공천을 염두에 두다가 당헌을 뒤집고 책임을 당원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가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추문에 대해 명확한 진상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정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의 이 같은 정치행위 하나하나가 피해자에겐 ‘2차 가해’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야권은 맹비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 했는데 그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공천 강행의 알리바이용 당원 총투표”라고 했다.
박홍두·심진용·김상범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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