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IA 타이거즈 최원준


돌고 돌아 결국 ‘나, 최원준’

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때 ‘그릇의 크기’에 빗대어 말한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은 아마야구 시절 이영민 타격상과 백인천 상을 받으며 그릇이 큰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했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자신을 믿지 못했다. 그러던 그를 ‘최원준’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조력자들이 나타났고 지난여름 주전으로 복귀한 최원준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9월 한 달간 24경기 91타수 34안타, 8타점, 25득점(월간 최다 득점 공동 1위)으로 타율 0.374, OPS(On-base Plus Slugging, 출루율+장타율) 0.968을 기록해 KIA의 강력한 1번 타자 역할을 해냈다. 최원준의 부진을 원망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봐 온 팬들은 그의 성장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더운 여름을 더욱더 뜨겁게 만들었던 후반기의 핫 플레이어 최원준을 만나보자.

Photo KIA 타이거즈 Editor 박소정

#KIA 타이거즈 No.1

안녕하세요. 지난 2018년 9월호 인터뷰 이후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두 번째 인터뷰네요. 소감은요? (9월 28일 인터뷰)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를 많은 야구 선수가 하고 싶어 하는데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두 번이나 인터뷰하게 돼서 매우 영광이에요. 이번 시즌 초반에 너무 못했는데 후반기에 더 나아진 모습을 많은 분이 좋게 봐주셔서 인터뷰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등번호 1번을 달고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보통 1번은 팀 내 에이스 선수잖아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투수를 했어요. 그동안 등 번호 1번을 달아서 1번에 대한 애착이 많았어요. KIA에 입단하고 나니까 저희 팀에 (심)동섭이 형이 1번을 달고 있었는데 그 형이 마침 군대에 가게 돼서 제가 작년부터 1번을 달게 됐어요. (그러면 본인 의견이 반영돼서 1번을 달게 됐네요?) 네. 제가 어릴 때부터 애착이 간 번호라서 프로에서도 달아보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 기록을 보니 유독 일요일에 타율(0.479, 10월 7일 기준)이 높아요. 출루율(0.527)이나 장타율(0.646)도 높은데, 본인을 ‘일요일의 남자’로 인정하나요?

이번 시즌 초반에 잘 못하고 있을 때에도 기록을 보면 일요일에 유독 타율이 높더라고요. 처음엔 마냥 신기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일요일에 기록이 좋으니까 일요일만 되면 ‘오늘도 안타가 나오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계속 들어서 꾸준히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일요일 다음날이 쉬는 날이라서 부담 없이 야구장에 온 힘을 쏟았던 게 좋은 결과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지금까지의 본인 성적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몇 점인가요?

6, 70점이요. 후반에는 제가 만족할 만한 경기를 하고 있는데, 초반에 제가 너무 못했기 때문에 6, 70점이 적당해요.

본인 성적을 타격, 수비, 주루 각 세 부분으로 나눠서 평가해보면요?

먼저 타격 부분에서는 후반기로 갈수록 운도 따르고 기록이 좀 좋아서 80점을 주고 싶어요. 그래도 아직은 보완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서 100점은 아니에요. 수비는 제가 아직 경험도 많지 않고 중견수 수비에서 부족한 점도 많아서 투수 형들에게 정말 미안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50점 정도예요. (주루는요?) 제가 발이 빠른 게 장점인데 김종국 주루 코치님이 제가 최대한 장점을 살려서 경기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주루는 100점을 줘도 될 것 같아요. 주루 부분은 저도 만족해요. (도루 기록에도 욕심이 있나요?) 도루에는 크게 욕심은 없고 제 뒤에 나오는 타자들이 타점을 올릴 수 있는 주루 플레이를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얼마 전 팀 내 최다 연속안타 기록인 ‘22경기 연속안타’ 타이기록 도전에 실패했어요. 21경기 연속안타를 친 상태라서 당시에 매우 아쉬웠겠네요.

10경기 후반까지 연속안타를 치고 있을 때는 의식도 안 하고 별로 신경도 안 썼어요. 그런데 21경기 연속안타를 치고 난 다음에 22경기까지 연속안타를 치면 팀 내 최다 연속안타 기록 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저도 모르게 경기 때 너무 의식했어요. 기록을 의식하면 깨진다고 들었는데 제가 욕심을 내고 서두르다 보니까 아쉽게 끝나버렸어요. (주변에서 위로를 해줬나요?) 기록에 도전할 때 이현곤 코치님이랑 (김)선빈이 형이 연속안타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었어요. 경기마다 몇 경기 연속 안타라고 언급도 해주시고. 타이기록 도전에 실패하고 나서 두 분이 신기하게 똑같은 말씀을 해주셔서 기억나요. 기록 도전에 실패한 때가 정규시즌이 32경기 남은 상황이었는데 그래서 앞으로 32경기 연속안타를 칠 기회가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다음 경기부턴 후련하게 타석에 섰어요. 5강에 들어가려고 경기를 잘하다 보면 기록을 세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시즌에 이전과 다르게 변화를 준 부분이 있나요? 특히 올해는 전반기와 달리 후반기에 성적이 급상승했는데 비결은 뭔가요?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송지만 코치님이랑 최희섭 코치님이 제 타격폼은 신경을 안 써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지켜보기만 하셨어요. 그동안은 제가 프로에 와서 몇 번 타격폼 지적을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저 자신을 못 믿고 타격폼을 자주 바꾸곤 했거든요. 경기 결과가 안 좋아서 다른 선수들을 무작정 따라 하게만 되고. 그런데 경기에 못 나오는 동안 두 코치님이 저를 많이 다독여주셨어요. 특히 송 코치님이 ‘너는 능력이 충분하다. 자기 자신을 믿어봐라’라고 말씀해주셔서 그때 문득 정신을 차렸어요. 다른 누군가를 신경 쓰지 말고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해오던 편안한 타격폼으로 투수랑 수 싸움을 해보기로 코치님이랑 이야기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한테 잘 맞는 타격폼이 만들어졌고, 후반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올해 초 오른쪽 팔에 ‘나 자신을 믿자’라는 내용의 문신을 했다고 들었는데, 앞에서 송지만 코치님이 해준 조언의 영향이 있었나요?

아뇨. 제가 문신을 하려고 5년 동안 생각해왔는데 글을 찾아보던 중에 지금 문신을 한 문구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아서 정했어요. 뜻은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믿어주지 않아도 나 자신은 본인을 믿자’라는 내용이에요. 제가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했어요. (문신을 한 것이 실제로도 도움이 됐나요?) 저 스스로 다짐을 하자는 차원에서 한 것이고, 후반기에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본인의 목표는 뭔가요? 지금 기량이 유지된다면 100안타 기록도 달성 가능할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팀이 5강에 들어가도록 돕는 게 목표예요. 또, 다른 선수들이 100타점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지금 100타점을 앞둔 선수들이 프레스턴 터커랑 최형우 선배랑 나지완 선배가 있어요. 특히 선배님들은 제가 오래 봐왔던 선수들이라 더욱 도와드리고 싶어요. 100타점이 매우 의미 있는 기록이잖아요. 올해 제가 득점에 대한 욕심도 있어서 많이 출루해서 득점도 하고, 후속 타자들 타점에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치열한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 KIA의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양현종 선배님이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이랑 선배님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항상 솔선수범하시고. 한창 개인 성적도 중요할 시기라 힘들고 신경 쓸 부분도 많을 텐데도 주장으로서 노력하시는 모습에 다들 더 힘내고 있어요. 다들 서로 스스럼없이 편하게 지내고 경기에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애런 브룩스 선수의 아들 웨스틴 브룩스가 교통사고 후 치료를 받는 중인데, 최원준 선수를 비롯한 KIA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쾌유를 기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팀원인 브룩스 선수의 가족이 안 좋은 사고를 당해서 모두가 기도를 해줬어요. 웨스틴이 어린 나이인데도 힘든 수술을 잘 견디고 치료받고 있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직 완치된 건 아니라서 앞으로도 다들 기도하고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선수들이 마스크를 끼고 경기하거나 더그아웃에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어렵고 불편한 점은 없나요?

제가 타석에서 침을 뱉는 습관이 있어서 방지하려고 마스크를 끼기 시작했어요. 코로나19 대응 지침 중에 경기 중 침 뱉기가 금지돼있으니까요. 확실히 숨이 차서 불편한 점은 있어요. 또, 지금 코로나19가 심각하니까 중계를 보시는 분들도 심각성을 다 같이 인지하고 이겨내자는 의미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된다면 마스크 때문에 어려운 점들은 극복할 수 있어요.


#만년 유망주 성장기

프로 데뷔 초에는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적은 내지 못한다는 평을 받았어요. 본인도 고민이 많았겠네요.

제가 KIA에 입단할 당시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는데 1, 2년 차에 그런 기대만큼의 성장을 못 보여 드렸다고 생각했어요. 부진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해요.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너무 멀리 돌아왔어요. 그래도 아직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서 지금부터라도 더 좋은 성적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처음을 힘들게 준비하면 끝에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잖아요. 초반에 부진했던 것을 계기로 더 큰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프로 데뷔 후 내야수와 외야수를 오가는 보직 이동이 잦아서 안정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평도 있어요. 본인도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그렇게 말씀하면서 저를 감싸주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했어요. 그래도 제 입으로 보직 이동 때문에 성적이 부진했다고 하면 핑계죠. 부진할 당시에는 제가 지금보다도 수비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고, 오히려 여러 포지션에 투입돼서 타석에 설 기회를 많이 얻은 건 제게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래도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제가 야수를 시작한 건 고2 때부터라서 애초에 수비 경험이 많이 없었는데 만약 경험이 더 있었다면 지금쯤 수비에서 훨씬 많은 발전이 있었을 거로 생각해요. (수비 실력 상승에 도움을 준 사람이 있나요?) 김민호 수비 코치님이요. 제가 신인 시절에 야구선수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비를 못했는데 코치님이 매일 옆에서 지도해주셔서 내외야 수비에 투입되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실제로 경험해 본 내야수와 외야수 각 포지션별 특징과 차이점은 뭔가요?

내야 수비는 해야 할 플레이가 많고 항상 움직이고 있어야 해서 그런 부분이 좀 어려워요. 외야 수비는 해가 지는 시간에 공이 잘 안 보여서 힘들어요. 낮 시간대와 달리 공이 떠 있을 때 더 오래 떠 있다는 생각이 들고. 2군 낮 경기에 익숙해져서 1군 초반에는 적응이 잘 안 됐어요. 차이점은 내야수는 짧은 시간에 정확히 잡고 던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외야수는 그런 부담감이 좀 적다는 거예요. (본인은 어느 포지션이 가장 맞는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제 장점인 빠른 발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은 외야라고 생각해서 외야수가 더 매력적이에요. 사실 제가 내야수를 하면서 투수 형들한테 너무 피해를 줬다고 생각해서 많이 미안했어요. 그런데 외야수로는 아직 부족하지만, 투수 형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서 외야수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올 시즌 성장에 도움을 준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먼저 형우 선배님이요. 올 초에 선배님이 사비를 들여서 같이 괌에 가서 훈련했는데 정신적으로나 타격 기술 쪽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올해 제가 시작이 안 좋아서 힘들었고, 야구로는 안 되나 고민했는데 그때 선배님이 방출당했던 이야기랑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조언,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꾸준히 연습하고 계속 방법을 찾으려고 한 게 도움이 됐어요. 또, 선빈이 형도 항상 친형처럼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시고요. 그리고 송지만 코치님이랑 최희섭 코치님이 타격에 대해서 제가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타격폼을 지적받을까 봐 눈치 보던 것도 사라졌어요. 송 코치님 조언 중에 또 하나 생각나는 게 ‘너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니까 후반기에 팀을 위해 폭발할 시기가 꼭 올 거다.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을 내지 말고 준비만 잘하면 된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8월부터 치고 올라와서 9월에 좋은 결과가 있어서 코치님이 말씀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제가 신인선수일 때 당시 수석코치님이셨던 조계현 단장님이 많은 힘이 돼주셔서 지금의 제가 있고 성적 향상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타격 성적이 좋아진 이유가 1번 타자로서 타석에 설 기회가 많이 생겨서 경기 적응력도 높아진 덕분이라는 말이 있어요.

타석에 많이 나가는 게 경험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해요. 그래도 아직은 1번 타자가 어려운 게 항상 팀에서 제일 먼저 타석에 서다 보니까 그날 상대 투수의 구위나 컨디션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바로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은 그런 부분이 부담돼요.

후반기 기록을 보면 5타수 4안타, 3안타 등 한 경기에서 여러 개의 안타를 치는 경우가 많아요.

운 좋은 날은 그렇게 좋은 성적이 나와요. 안타 한 개를 치고 나면 다음 타석에서는 심적으로 편안하게 치는데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봐요. 하나가 두 개가 되고, 두 개가 세 개가 되고요.

또, 특이한 것은 올 시즌 현재까지 SK 와이번스에만 타점이 없어요. 전 구단 상대 타점 기록도 의미 있는 기록이잖아요.

그 부분은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왜 타점이 없지? 처음 들어봐서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못 치는 날에 SK를 상대했나 봐요. (다음에는 SK를 상대로 타점을 하나 올리는 거로 약속하죠!) 네. 꼭 이번 시즌 끝나기 전까지 SK를 상대로 타점을 하나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전 2021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는데 이맘때면 본인 신인 때 생각도 날 것 같아요. 신인 때로 돌아가 20살 최원준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 어떤 말을 할까요?

자기 자신을 믿고 주변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앞으로만 쭉쭉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아가는 야구잘해

본인의 별명을 알고 있어요?

‘아가’라는 별명을 많이 들어봤어요. (왜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아요?) 제가 어려서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 같은 심정으로 최원준 선수의 성장기를 지켜본다는 KIA 팬이 많아요. 팬들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었나요?

신인 때부터 KIA 팬분들이 항상 응원해주시고 많이 챙겨주신다는 느낌을 받긴 했어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야구장에서 팬분들을 못 보니까 그런 느낌은 좀 줄었고요. 그래도 SNS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감사해요. 제가 잘 못할 때도 잘할 거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고 지금 후반기에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해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데요.

한창 후반기를 달리고 있는데 잘 챙겨 먹고 있나요?

네. 되게 잘 먹고 있고 보약 같은 것도 잘 챙겨 먹어서 힘이 넘쳐요. (부상이나 불편한 곳은 없고요?) 네. 지금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잘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셔서 체력이나 부상 관리는 정말 잘하고 있어요.

팬들에게 감사함을 보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관중 입장이 가능할 때는 사인이나 사진을 찍어 드리는 거로 그나마 보답을 해드렸는데, 지금은 그런 방법이 없어서 좀 아쉬워요.

최원준 선수가 KIA 팬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KIA의 매력을 설명한다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KIA를 좋아했어요. KIA라서 그냥 좋았어요. 선수가 돼서 느끼는 매력은 KIA가 팬분들이 많다는 것이에요. 홈경기는 물론이고 원정 경기도 많이들 찾아와주시는데 그래서 어딜 가도 홈구장에서 경기하는 느낌이 들어요.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고요.

KIA의 201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됐다는 것도 팬으로서는 큰 영광이겠네요.

그때 당시에는 정말 기뻤고 프로에 입단하고 그렇게 빠른 시기에 우승을 경험했다는 점이 뜻깊었어요. 그래도 제가 주축으로 경기에 나가서 우승한 것은 아니라서 다음엔 제가 주축이 돼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싶어요. 그때는 훨씬 더 크게 감동할 것 같아요.

원정 룸메이트는 누구예요?

NC 다이노스에서 온 (장)현식이 형이요. 현식이 형한테 고마운 게 가끔 투수로서 이야기를 해 줄 때가 있어요. 또, 형이 저랑 같은 서울고등학교 출신이라서 같이 운동도 했고 2017년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대표팀도 같이 했는데 거기서도 친해졌어요. 제 원정 룸메이트로서 저한테 자신감을 많이 심어줘요.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방에서 시무룩해 있으면 형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도움이 돼요.

한때 영어 공부를 했다고 들었어요. 맷 윌리엄스 감독님과 대화할 때 영어로 대화하나요?

아뇨. 영어는 어릴 때 잘했지 지금은 못해요. 감독님 통역인 구기환 코치님이 옆에서 통역을 잘 해주셔서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어요. (감독님이 최원준 선수에게 특별히 말씀해준 게 있나요?) 감독님께선 항상 제가 지금 하는 것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세요.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제 능력보다 경기장에서 나오는 결과가 부족하다고 가능성을 더 끌어내 보자고 조언해주세요. (영어는 더는 안 배우나요?) 아뇨. 기회가 된다면 영어를 더 배우고 싶어요.


#더 단단해질 꿈

20대의 최원준 선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어릴 때부터 하던 단체생활이나 야구를 계속하고 있어서 그 이전의 삶과 20대의 삶이 크게 다른 점은 없어요. (어릴 때 생각해 온 삶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네. 지금의 삶이 어릴 때 야구를 하면서 꿈꿔온 삶 그 자체예요. 야구 선수로서 프로에 진출하고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꿈꿔온 대로 진행되고 있어서 복 받았죠.

롤모델이 누구인지 궁금해요.

아버지가 이종범 코치님을 되게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이종범 코치님을 동경하면서 야구를 해왔어요. 그래서 이종범 코치님은 항상 제 롤모델이고요. 프로에 와서 야구를 하다가 이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한 선수가 있는데, 그게 최형우 선배님이에요. (어떤 것을 닮고 싶어요?) 야구 실력에서 닮고 싶은 것이 정말 많고, 후배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모습이 닮고 싶어요. 사실 선배님 정도의 슈퍼스타가 되면 저희 같은 선수들은 그냥 한참 먼 애들로 보일 텐데, 항상 저희 눈높이에 맞춰서 말씀해주시고 친동생들처럼 챙겨주시는 점을 배우고 싶어요. 나중에 저도 선배님처럼 큰 선수가 돼서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어요.

최원준 선수도 이제 후배 선수들이 몇 명 생겼을 텐데, 특별히 마음이 가거나 챙겨주는 후배가 있나요?

박민 선수랑 정해영 선수, 홍종표 선수가 올 시즌 처음으로 캠프에 합류했는데 그 선수들을 보면서 제가 처음 캠프에 왔을 때가 생각나서 말도 더 걸어주고 챙겨주고 그랬어요. (밥도 사주고 그랬나요?) 밥도 사주고 모르는 것 있으면 가르쳐주고 그랬어요.

팀 내 입대 예정 선수로 꼽히고 있어요. 군 복무 계획은 세우고 있나요?

올해 초에는 올 시즌이 끝나고 입대를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고민 중이에요. 아직 정해진 것은 없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올 시즌 성적이 좋아서 군대에 보내기 아쉬워하는 팬들이 많아요. 한창 실력을 발휘하고 있으니 다음 시즌에도 보고 싶다고 해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입대는 구단과도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라 확실히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여러 인터뷰에서 아버지 덕분에 야구선수와 KIA 팬이 됐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 이번 기회에 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면요?

아버지께서 제가 어릴 때부터 뒷바라지해주시고 키워주시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하셨어요. 야구를 되게 좋아하시는 분인데 제가 한때 많이 부진해서 좋아하시는 야구를 못 보게 해드렸었어요. 그래도 지금은 야구선수답게 야구를 해서 아버지께서 잘 챙겨보고 계신다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원준 선수와 KIA를 응원하는 KIA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볼까요?

그동안 팬분들의 기대에 항상 못 미쳐서 죄송한 마음이 컸는데 조금씩 좋아지는 단계여서 앞으로도 더욱 발전해서 팬들이 기대하는 선수로 꼭 성장하겠습니다. (포스트시즌도 진출하겠다고 한마디 해주시죠.) 팀이 지금 6등이고 10월 첫째 주부터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좀 더 열심히 해서 꼭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게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홈에서 출발해 다시 홈으로 돌아오는 경기, 야구. 타자들은 다양한 전개로 각 베이스를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이때까지의 최원준도 그런 프로 생활을 해왔다. 투수에서 야수로 보직을 변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프로에 진출하고, 내외야를 오가며 다양한 전개를 이어왔다. 그 속에서 수많은 고민과 자책을 이어오던 최원준은 그를 이끌어주고 지지해주는 인생의 스승들을 만나 제 역할을 해내는 선수로 성장해가는 중이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자신을 찾은 것이다. 반짝스타로 끝날지,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대선수가 될지는 최원준의 앞으로의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최원준을 향한 주변인들의 공통적인 평가는 ‘충분히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라는 것. 오늘도 팬들과 야구 관계자들은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최원준의 성장기를 응원하고 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1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0년 115호(1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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