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고교생 사망.. 독감 백신 음모론은 틀렸다"
백신 음모론·유족에 대한 비난 모두 자제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창수(CBS 김현정의 뉴스쇼 PD)
독감백신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됐다. 여러분, 그냥 맞으셔도 됩니다. 질병관리청이 수차례 밝혔고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백신을 직접 맞기도 했습니다마는 국민들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죠. 이 불안감의 중심에는 인천 고교생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야 지병이나 노환으로 숨진 것일 수도 있고 예년에도 그런 케이스는 많았어요. 하지만 건강한 17세 소년이 백신을 맞고 사망했다. 이거는 설명이 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제 경찰이 부검과 기타 수사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했습니다. 백신이 아니고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다. 이런 얘기입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억울하다,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글을 올린 거예요. 그러자 어제 하루 종일 각종 말들 심지어 음모론까지 온라인상에 떠돌았습니다.
저희 제작진이 이 사건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취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취재 내용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게 이게 혹시라도 유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저희가 깊이 고민을 했습니다마는 지금 이렇게 각종 설들, 음모론들이 퍼져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래서 그 때문에 백신을 맞아야 될지 말아야 될지 많은 분들이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정확한 사건의 내용을 알리는 것이 공익에 더 부합하겠다는 결론에 도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건을 직접 취재한 유창수 PD, 뉴스쇼 유창수 PD가 출연을 했어요. 어서 오세요.
◆ 유창수>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건 개요부터 좀 짚어보죠.
◆ 유창수> 지난 14일에 독감백신을 접종한 17세 남학생 A군이라고 하겠습니다. A군이 이틀 뒤인 16일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주변 이야기에 따르면 이 학생은 건강했고 알레르기 비염 외에는 특별히 사망에 이를 정도의 사고나 질병이 없었기 때문에 독감백신과 연관성에 관심이 집중이 됐는데요. 그런데 국과수에서 부검을 진행하고 나서 독감 백신 때문에 사망한 것은 아니다, 이런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면 건강한 17세 남학생 A군이 갑자기 왜 숨졌느냐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대해서 답이 없었습니다.
◇ 김현정> 그동안 백신 때문은 아니다라고까지만 있고 그럼 뭐 때문인데에 대한 답이 없다가 어제, 어제 그 결과가 발표된 거죠.
◆ 유창수> 네. 사실 엊그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군의 형이 글을 올리면서 이게 보도가 되기 시작했는데요. 국과수가 부검 결과 체내에서 OOO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망원인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믿을 수 없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보도가 되자 당국이 혹시 독감 백신의 안전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독감 백신과 무관하다고 말하기 위해서 A군 사망 원인에 대해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는 거 아니냐 이런 의심을 가진 분들이 많았고요. 사실 그 청와대 청원 내용도 그런 뉘앙스였고요. 그래서 독감백신에 대한 불안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게 됐습니다.
◆ 유창수> 네, 고인의 상태를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그대로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국과수는 어쨌든 사인일 가능성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OOO을 음독해 사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요.
◇ 김현정> 잠시만요. 사인일 수도 있다가 아니라 사인이다?
◆ 유창수> 위의 상태 그리고 혈액에서 나온 농도 등으로 볼 때 치사량의 OOO을 음식을 통한 섭취의 방법이 아니라 음독을 한 것이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고요.
◇ 김현정> 국과수가.
◆ 유창수> 네. 그렇기 때문에 이틀 전에 맞았다는 독감백신과는 사망은 무관하다 그런 얘기입니다.
◇ 김현정> 독성이 있는 물질을 음독해서 사망에 이른 게 분명하다라는 국과수 발표가 나왔으면 그럼 이런 물질을 어떻게 해서 음독하게 됐느냐 이 부분은 경찰이 조사를 해줘야 되는 거잖아요.
◆ 유창수> 사실 처음에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혹과 불안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데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A군이 사망한 날의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 16일 오후 3시경에 A군이 집에 귀가를 합니다. 그러고 이후에는 계속 집에 있었고요. 밤 9시경에 어머니와 통화를 합니다. 통화 내용은 왜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느냐 얼른 먹어라, 이런 내용이었다고 해요.
◇ 김현정> 어머니는 밖에 계셨나 봐요.
◆ 유창수> 네, 그때는 밖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데 이날 밤에 집에 있던 사람은 총 3명입니다. A군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거실에서 잠을 잤고 A군은 방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A군의 어머니가 A군을 발견한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외부 침입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배제가 됐고요. 그러면 남은 의문은 A군이 실수로 음독을 하게 된 것인지 그러니까 다른 음료수로 착각을 하고 음독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인지 하는 점뿐이죠.
◆ 유창수> A군 가족이 마시던 특정 브랜드의 생수가 있는데요. A군이 사망했을 때 그 방 책상에도 그 생수병이 있었다고 합니다.
◇ 김현정> 생수병이?
◆ 유창수> 네.
◇ 김현정> 그런데 A군의 어머니가 이것을 버렸는데 경찰이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확인해 보니까 다행히 일주일째 재활용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은 채로 있었고.
◇ 김현정> 그럼 생수병이 막 쌓여 있었겠네요.
◆ 유창수> 네, 여러 생수병 중에 그 브랜드 생수병 18개를 찾아서 국과수에 보냈는데 그중 하나에서 OOO이 검출됐다고 그래요.
◇ 김현정> 그러면 A군 방에 있던 생수병이 그 OOO이 들어 있던 생수병일 수 있다는 얘기인데.
◆ 유창수> 네.
◇ 김현정> 그것만으로는 그러면 실수로 음독한 건지 극단적인 선택을 스스로 한 건지 판단하기에는 이르잖아요.
◆ 유창수> 네. A군 형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것이 바로 이 내용까지였는데요. 경찰이 여기까지는 확인을 했지만 이것만 가지고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내용이죠. 또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A군에게서 우울증이라든지 극단적 선택의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답합니까?
◆ 유창수> 경찰도 이런 문제제기가 타당하다고 봤고요. 그래서 A군이 사용하던 PC 등에 대해서 포렌식 작업을 진행했어요. 그 결과 A군이 직접 OOO을 구매하고 결제까지 했고 또 제품을 수령한 것까지 확인이 됐습니다.
◇ 김현정> A군이 직접 OOO을 구입했고 그래서 판매처에 가서 그 주소로 보낸 것까지 다 확인이 된 거죠?
◆ 유창수> 경찰이 판매업체를 방문해서 A군에게 판매한 내역을 확인했고요. A군이 수령했다는 사실도 확인했고요.
◇ 김현정> 그러면 그걸 사서 생수통에 옮겨 담았거나 이랬을 가능성까지도 지금 보고 있는 거죠?
◆ 유창수> 이 부분도 수사 관계자 말로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어느 곳에서 구입해서 가는 걸 확인했어요. 결제한 것도 확인하고. 청소년이 구할 수 있으면 너네들도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OOO을 저희가 카드로 결제를 해서 구매해 봤어요. 파는 데가 80군데가 넘게 있어요.”
◇ 김현정> 어제 인터넷상에 많이 돌았던 이야기도 그걸 어떻게 구하냐, 일반인이. 치사량의 OOO을 어떻게 구하느냐, 이 부분이었기 때문에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한 건데.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얘기예요.
◆ 유창수> 네, 뭐 파는 곳이 80군데가 넘더라, 이런 얘기까지 했는데요. 어제 A군 형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 알려지면서 많은 분들이 가졌던 의문 중 하나가 도대체 이름도 생소한 OOO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고 구할 수 있길래 또 어디서 구할 수 있기에 그것을 음독해서 사망했다고 하느냐 이런 의문이었는데요. 경찰 역시 이 부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직접 구매를 해봤다. 상당히 쉽게 구해지더라 하는 얘기고요. 어떻게 구했는지, 또 경찰이 어떻게 구매해서 확인을 했는지는 모방 가능성 우려 때문에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도 또 저희도 밝히지 않겠지만 이런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 물질을 구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는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리고 판매처에서도 그 주소로 보낸 것까지 다 확인이 됐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한 것 같고요. 여전히 남는 의문은 이거예요. 그런데 17세 청소년이 도대체 어떻게 OOO이라는 물질을 알고 이걸 구해서 그거를 극단적 선택의 도구로 이용했겠느냐 이거 이해가 안 간다, 이런 얘기 되게 많았거든요.
◆ 유창수> 네, 이 부분도 수사관계자 설명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국과수의 논문에 보면 최근에 몇몇이 이걸로 해서 그런 유행 비슷하게 몇몇이 이렇게 이거를 먹고 사망하는 사례가 보인다. 청소년들 사이에. 그런 논문을 저희가 받았거든요.”
◇ 김현정> 논문까지 확인을 한 거군요, 경찰이.
◆ 유창수> 네, 최근에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 비슷하게 이 OOO을 먹고 사망한 사례가 많이 보인다는 얘기고요. 그래서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게 알려진 물질은 아니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청소년들 사이에 이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퍼져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유창수> A군 형이 올린 청와대 청원글에 그렇게 쓰여 있긴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그 글을 올린 것은 A군의 사인이 OOO이라는 국과수 부검 결과만 나왔을 때 썼던 글이고요.
◇ 김현정> 시점이요?
◆ 유창수> 네.
◇ 김현정> 그럼 이 구입한 경로, 결제한 것, 판매처 이런 거 다 확인되기 전이다?
◆ 유창수> 네, 경찰이 이 물질을 A군이 직접 구매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판매처와 결제사실, 수령 사실까지 확인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은 유족들의 생각도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서 깊이 취재를 했던 것도 유족들과 같은 의문에서 출발을 했던 것이긴 한데요. 사실 그 의문이 해소돼야 독감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족 입장에서는 믿어지지 않는 일이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취재 결과 저희가 내린 결론은 적어도 A군의 경우에는 독감백신과 관련성이 없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뭐 이 한 사건 의혹이 풀린다고 해서 다른 게 다 설명되고 이런 건 아닐 거예요. 다만 독감백신의 안전성을 우리가 의심하게 만들었던 중요 사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정확하게 알려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다각도로 취재를 했고요. 또 유족들은 그럼 왜 그런 청원을 무리하게 올렸어 이렇게 비난할 일도 아닌 것 같아요. 말씀드렸다시피 시점이, 청원 올린 시점이 정확하게 다 나오기 전의 시점이었기 때문에 무리한 비난이라든지 악플, 이런 것도 자제해야겠습니다. 유창수 PD 수고하셨습니다.
◆ 유창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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