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새벽 2시 만취한 그가 흉기를 들었다..고스톱 살인 사건 '무죄'

윤용민 2020. 10. 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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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4일 오전 2시께 제주도 서귀포시 한 주택.

A(74)씨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화투 놀이의 일종인 이른바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오전 2시 26분께 다시 A씨의 집으로 돌아온 B씨의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피고인 A씨는 법정에서 약 1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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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고스톱을 치다 지인을 숨지게 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더팩트 DB

법원 "자신과 아내 지키기 위한 방위의사"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새벽 2시에 술에 취한 남성이 흉기로 위협해 이를 제압하다가 그가 사망했다면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2019년 11월 4일 오전 2시께 제주도 서귀포시 한 주택. A(74)씨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화투 놀이의 일종인 이른바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점당 1000원에 한도는 최고 3만원으로 설정했다. 지인들끼리 치는 고스톱치고는 제법 큰 판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 싸움이 났다. 이웃 주민 B(76)씨가 돈을 잃자 옆에 있던 다른 이웃 C씨와 언성을 높이다 서로 몸싸움을 벌인 것.

사람들이 말렸고 B씨와 C씨는 결국 집으로 돌아갔다.

오전 2시 26분께 다시 A씨의 집으로 돌아온 B씨의 손에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B씨는 다짜고짜 흉기를 휘둘렀고, A씨는 깜짝 놀라 B씨를 제압했다. 자신에게 달려든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당시 C씨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넘어진 B씨의 목을 무릎으로 누른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10여분 쯤 지났을까. 경찰이 도착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B씨는 질식해 사망했다.

이후 검찰은 폭행치사 및 도박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피고인 A씨는 법정에서 약 1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폭행치사 가해자이지만 이례적으로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것이다.

제주지법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정당방위를 인정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눌러 제압해 결과적으로 생명을 침해하긴 했지만 자신과 아내를 지키기 위한 방위의사에 의한 것이지 피해자의 죽음이라는 결과를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돼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도박 혐의 역시) 시간을 보내거나 친분 교류의 목적으로 지인들과 고스톱을 한 점에 비춰보면 오락 정도에 불과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A씨가 무릎으로 누른 행위 말고는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고 이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정당방위라는 것이다.

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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