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건조비만 2조.. "北 대응엔 과도한 전력" 가성비 논란 [심층기획]

박병진 2020. 10. 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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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항공모함' 도입 시끌.. 2033년 전력화 놓고 '갑론을박'
단거리 수직이착륙 전투기 운용 이점
호위·잠수함 필요.. 전투단 구성비 막대
정찰 자산 부족 땐 미사일 등 타깃 우려
총선 공약 與 "일정 미뤄야" 부정 선회
경항모 도입 타당성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와 공군본부 국감에서도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은 “2033년 전력화를 목표로 단거리 수직이착륙 전투기 운용으로 작전능력이 우수한 경항공모함 (도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비용이다. 항모 한 척 건조에만 최소 2조원. 경항모에 탑재할 F-35B 수직이착륙기는 예비기까지 모두 20대를 구매하는데 또 2조5000억원 추가된다. 수리나 훈련뿐 아니라 작전 해역을 오가며 교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2척의 경항모가 필요하단 주장도 있다. 항모전단을 호위할 수 있는 3∼4척의 구축함에다 잠수함도 붙어야 하고 조기경보기도 따라가야 해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건조를 위한 기술적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북한을 상대하기에는 과도한 전력이고,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했다기엔 효용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피격사망 사건과 민간 어선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 해프닝 등으로 NLL 사수조차 버거워하는 군이 경항모 건조와 운영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부담이다.

◆경항모 보유 필요성에 대한 논쟁… 정치권도 가세

해군의 경항모 건조 계획에는 주변국의 해양안보 위협이 가시화한 상황에서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논리가 작용한다. 실제로 중국은 4개 항모전투단 확보를 추진하고,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F-35B를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군사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주변국 군사력과 대등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원거리 해상에서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띄울 수 있는 ‘플랫폼’(경항모) 하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작지 않다. 경항모 자체만으로는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고, 호위함과 지원함 등으로 전투단을 꾸려야 하는 등 비용 문제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항모 전투단 구성비가 경항모 건조비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항모전단을 구축함 4척이 호위해야 하고 그 앞에는 잠수함도 있어야지, 조기경보기도 떠야지, 뒤따르는 전력이 어마어마하다. 결국은 돈”이라고 말했다.

경항모를 보호할 호위함과 잠수함, 정찰자산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적 대함미사일과 어뢰, 지상 발사 초음속 미사일 등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군은 이에 대해 경항모가 능동위상배열레이더나 어뢰음향대항체계 같은 자체 방호 능력을 갖고 있고, 호위전단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격·억제 능력까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F-35B에 감시·정찰 임무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경항모가 취약한 조기경보 능력을 대체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논란은 국정감사장에서도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15일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대형수송함인 ‘독도함’(1만4500t급)의 운용 실태를 꼬집으며 “해군은 경항모나 한국형 구축함 등 무기체계를 늘릴 생각만 하지 말고 우리가 가진 전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경항모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같은 당 설훈 의원도 “경항모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고, 핵잠수함 쪽으로 먼저 방향을 잡는 게 옳은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총선 공약으로 항공모함 도입을 내걸었던 집권 여당이 태도를 바꿔 항모 도입사업 일정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야당에서도 “작전상 경항모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해서 추진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함재기는 왜 F-35B인가

공군과 해군이 협의해 합참에 수직이착륙기 소요를 제기한 데 이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연내 도입 기종을 결정하면 경항모 건조 및 함재기 F-35B 전투기 도입은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함재기 운용을 두고서도 이견이 보인다.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지난 15일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서 “F-35B는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F-35A에 비해 전투 행동반경과 기동성이 뒤떨어지고 단가도 비싸다”며 “F-35B 도입 검토를 결정한 것이 부끄럽지 않냐”고 말했다. 이에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아직 도입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기종은 추후 정해질 예정”이라고 답했다.
미 해군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서 이륙중인 F-35B 수직이착륙 전투기. 한국 해군이 도입을 추진중인 경항모의 함재기 대상기종이다. 미 해군 제공
공군 출신 원인철 합참의장도 앞서 지난 9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항모 건조 필요성에 대해 “해상에서 항공전력을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 안보환경에는 필요하다는 소요가 있었고,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실제 전력화되는 시기를 보면 2030년대 중반 정도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함재기 대상 기종은 거론하지 않았다.

사실 공군은 당초 F-35A 20대 추가 도입 계획이 해군의 경항모 건조로 F-35B 도입 이후로 밀리는 것에 마뜩잖아 해왔다. 공군의 한 장성은 “경항모 도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F-35B의 함재기 운영시 군수지원이나 무장탑재에 있어서 제한이 되는 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F-35B는 내부 무장창이 작아서 1000파운드 폭탄 2발만 장착할 수 있다. 갱도 깊숙히 숨겨논 탄도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 벙커버스터는 탑재가 불가능하다”면서 “F-35B가 아닌 미 해군 항모의 F-35C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군은 “F-35C를 도입하려면 갑판이 넓은 중대형 항모로 가야 한다. 국방예산으로 감당이 어려울뿐더러 사출기를 사용하는 함재기 조종사 양성도 쉽지 않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경항모 계획을 중대형 항모 건조 계획으로 바꾸고, F-35B 대신 ‘KF-X(한국형전투기) 네이비’를 탑재하자는 주장도 최근 제기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미 해군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 한국형 경항모의 롤모델이다. 강습상륙함은 필요에 따라 빠른 해외 전개와 전투력 투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 해군 제공
◆만재 배수량은 4만t으로… 기술적 문제 해결 과정 쉽지 않을 듯

경항모 건조 계획이 공론화한 것은 지난 8월 10일. 국방부가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3만t급 항공모함 도입 사업을 내년부터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국방부가 공개한 3만t급 경항모는 직사각형 비행갑판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비행갑판으로 항공기를 옮기는 리프트 등을 갖추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미 해군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을 모델로 삼았다.

함재기로 F-35B 전투기 10여대를 탑재한다. 예비 물량까지 더해지면 F-35B 도입 규모는 20대에 달한다. 여기에 해상작전헬기나 상륙기동헬기가 추가 탑재된다. 지난 15일 해군이 밝힌 국감자료에는 경하배수량 3만t, 만재배수량 4만t으로 표시됐다. 경하배수량은 물품을 싣지 않은 상태이며, 만재배수량은 화물을 실은 최대 중량을 의미한다.

F-35B는 ‘리프트 팬’이라는 엔진을 이용해 수직이착륙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스팔트를 녹일 정도로 높은 온도의 가스가 분출된다.
F-35B 스텔스 전투기. 교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대형수송함 2번함인 ‘마라도함’(1만4500t급) 건조 과정에서 갑판 내열 처리 기술을 확보했지만, F-35B에서 분출하는 고온의 가스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행갑판 두께가 미 해군 강습상륙함보다 더 두꺼워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병력과 물자, 장비 수송을 겸하는 경항모의 특성을 고려하면, 탑재능력 강화 차원에서 함정이 대형화될 수도 있다.

함정이 무거워지면 추진체계는 그만큼 부담이 늘어나고 적절한 운항 속도를 얻기가 쉽지 않다. 엔진 추력을 높이는 데 추가 비용은 불 보듯 하다. 항모 건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단시간 내 해결하기가 어려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F-35B를 격납고에서 비행갑판으로 옮길 리프트도 고려 대상이다. F-35B를 옮길 수 있는 수준의 리프트 제작 기술을 가진 업체는 전 세계에서 몇 되지 않는다. 기술 확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군이 이런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경항모 도입에 국민적인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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