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40년 된 독재 헌법 폐기..국민투표서 80% 찬성

양소리 2020. 10. 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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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는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40년 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만든 일명 '피노체트 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밤 "개표 결과 730만표 중 약 78%는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데 찬성했으며, 22% 미만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현재 칠레 헌법은 칠레 군 총사령관이던 피노체트가 1980년 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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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새 헌법을 위한 시작점"
2022년 중반 초안 작성 완료 예상
시민들 "헌법, 더 평등한 세상 만들길"
[산티아고=AP/뉴시스]칠레 개헌 국민투표가 열리는 25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에서 한 반정부 시위 남성이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헌법 개정 요구는 그간 코로나19로 미뤄지다가 25일 진행됐다. 2020.10.26.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칠레는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40년 전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만든 일명 '피노체트 헌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25일 밤 "개표 결과 730만표 중 약 78%는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데 찬성했으며, 22% 미만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발표했다.

또한 79%는 내년 4월까지 155명의 시민을 선발해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방안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발된 시민 50%, 국회의원 50%로 구성된 제정 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은 무산됐다.

헌법 제정을 위한 위원회는 2022년 중반께 초안 작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초안을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국민투표도 같은 해 열린다.

AP통신에 따르면 세바스타인 피녜라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는 칠레를 위한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한 길의 시작점"이라고 축하인사를 보냈다.

피녜라 대통령은 그동안 새 헌법 제정이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도 혼란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헌법 제정에는 반대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피녜라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수도 산티아고의 이탈리아 광장에는 축하 인파가 몰려들었다. 광장에 나온 한 시민은 "대규모 시위에서 촉발된 일은 오늘 국민투표의 결과를 낳았다"며 "나는 1년 전 시위에 나섰다. 이제는 내 의견이 어떻게 위엄있는 헌법에 반영되는지 보겠다"고 했다.

이 시민이 말한 1년 전 시위란 지난해 10월18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인상에서 발발한 대규모 시위를 의미한다.

수천 명의 시위대는 칠레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꼬집으며 교육, 의료, 연금 등 사회적 서비스가 소수에 집중돼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국민은 불충분한 공공 서비스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고 분노했다.

당시 시위대는 이같은 부조리의 원인이 바로 헌법이라고 주장했다.

[산티아고=AP/뉴시스] 세바스타인 피녜라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산티아고 대통령궁 앞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약 78%는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데 찬성했다"며 "우리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기 위한 길의 시작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2020.10.26.

국민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한 시민은 "새로운 헌법과 함께 우리 국민이 더 나은 일자리, 의료, 연금, 나아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칠레 헌법은 칠레 군 총사령관이던 피노체트가 1980년 제정한 것이다. 이후 여러 차례 개헌을 거쳤으나 큰 틀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1973년 9월 군사 쿠데타로 칠레를 장악한 피노체트는 이후 17년 동안의 집권을 이어갔다. 이 기간 동안 피노체트는 자신에게 반기를 든 반대파를 3000여명 살해했고, 수만 명을 고문·감금했다.

새로운 헌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밝힌 사회학자 모니카 살리네로는 "피노체트 헌법은 군사정권 시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결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명시된 자유시장의 원칙은 1990년대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경제적인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도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새 헌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는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역사학자인 펠리페 나바레치는 "헌법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며 "(헌법은) 국가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결정할 뿐이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헌법 덕분에 칠레가 중남미 국가들에 비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보수층들 사이에서는 헌법 제정이 국가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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