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나라에 낼 돈 130억인데, 조국 모친 "전재산 9만원"
조국 전 법무장관의 모친이 최근 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에 따라 제출한 재산 목록에서 전(全) 재산을 예금 9만5819원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조 전 장관 일가(一家)가 사실상 ‘채무를 변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조 전 장관 일가족과 이들이 소유한 웅동학원이 한국자산공사(캠코)에 갚지 않은 나랏빚은 130억원에 이른다. 야당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했던 전직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에 따르면 조 전 장관 모친인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은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재산 목록에서 예금 9만5819원이 재산의 전부라고 밝혔다. 주식, 부동산, 회원권, 자동차, 예술품, 귀금속뿐 아니라 의류·가구·가전제품 등도 소유한 것이 없다고 신고했다. 박 이사장은 본인 소유 의혹이 제기됐던 부산 해운대 빌라도 재산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빌라는 2014년 12월 박 이사장 차남의 전처(前妻) A씨 명의로 2억7000만원에 매입했는데, 자금은 조 전 장관 아내 정경심씨가 댔다. A씨는 조국 사태 당시 입장문에서 “당시 시어머니(박 이사장)께서 ‘이 빌라는 네가 사고, 내가 그 집에 죽을 때까지 살게 해주면 된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빌라의 실소유주가 박 이사장이나 정경심씨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캠코는 조 전 장관의 부친이 운영하던 건설사와 웅동학원이 갚지 못한 은행 대출금 등에 대한 채권을 기술보증기금·동남은행으로부터 인수했다. 인수한 건설사의 채권은 45억5000만원, 동남은행에서 넘겨받은 채권은 85억5000만원가량이다. 캠코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130차례에 걸쳐 빚 독촉에 나섰지만, 조 전 장관 일가는 이를 회피하거나 무시해 왔다.
그러자 법원은 지난 3월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53)씨와 모친인 박 이사장 등에 대해 ‘압류·추심명령’, 지난 5월엔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는 재산명시 명령을 내렸다. 이는 나랏빚을 갚지 않는 ‘악성 채무자’에게 법원이 철퇴를 가하는 절차다.
2003년 전두환 전 대통령도 법원의 재산명시 명령을 받고 재산이 약 29만1000원이라고 신고했다. 이순자 여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 돈은 압류 통장 가운데 휴면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총액”이라고 했다. 다만 당시 전 전 대통령이 제출한 목록에는 ’29만원' 외에 진돗개, 피아노, 미술품, 응접 세트 등이 포함됐다.
작년 인사청문회 당시 조 전 장관은 약 56억42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인사청문회 직전 “가족 모두가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며 “단지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실천”이라고 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웅동학원 이사장은 조 전 장관 모친인 박씨가 맡고 있다.
조 전 장관 동생도 100억원대의 웅동학원 채권을 캠코 측에 넘기지 않고 있다. 동생 조씨는 2016∼2017년 웅동중학교 교사를 채용하면서 지원자들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고 시험 문제·답안지를 넘겨준 혐의(업무방해)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조 전 장관은 일종의 ‘클린뱅크’로 일가의 재산을 지키고, 다른 가족은 ‘배드뱅크’로 130억원대 부채를 떠안는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성일종 의원은 “9만5819원이 전 재산이라는 것은 ‘나랏빚은 못 갚겠으니 세금으로 메우라’는 배짱이나 다름없다”며 “일국의 법무장관까지 지낸 분 일가족이 악성 채무자들의 수법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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