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삼성물산 재건축 비리 의혹..검찰 수사는 왜?

이지선 2020. 10. 25.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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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원 ▶

저 사건들을 보니까 공통점이 있네요. 모두 삼성물산이 시공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이고, 문제가 된 시점은 다 2003년이었어요.

◀ 이동경 ▶

네. 2003년에 새법이 만들어지면서 다 경쟁입찰을 해야 했습니다. 이걸 피하려면 그 전에 주민 과반 동의를 받았다는 서류를 냈어야 했던 겁니다.

◀ 허일후 ▶

그러니까 소유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실제로는 받지 못했는데, 뒤늦게 부랴부랴 서류를 꾸몄다, 이랬을 것으로 의심이 되네요.

◀ 이동경 ▶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당시 구청이 삼성물산이 제출한 서류를 꼼꼼히 심사하고 잘 보관했다면, 뒤늦게 이런 분란이 일어나진 않았을 거란 점입니다.

◀ 조승원 ▶

이 사건들 모두 검찰 수사까지 갔었잖아요? 수사는 제대로 됐습니까?

◀ 이지선 ▶

당시 수사는 모두 두 차례 있었습니다. 하나는 삼성물산, 하나는 강남구청이 수사 대상이었는데, 두 건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수사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한 둘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그 얘기를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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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을 못 하게 하려고, 호텔 사우나에서 이뤄진 만남.

이 자리에서 삼성물산 김모 상무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아유 뭐 저희들이 선배 대접을 해주려니까 안 되겠네요.' 그때부터 이제 상무가 그냥 [타가] 쌍시옷 비슷하게 이야기하면서 '삼성이 한 개인하고 싸워서 져본 일이 없다.'

2011년 5월 삼성의 보복이 시작됐습니다.

조합 총회에서 모든 의결이 끝난 바로 다음날, 삼성물산은 김학긴 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박모 검사에게 배당됐습니다.

박 검사는 직접 서류들을 검토하더니, 위조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김학긴] "'이야, 이거는 위조한 사람이 어떻게 뻔뻔스럽게 고소를 할 수 있느냐.' 그래서 제가 다시 반문을 했습니다. 삼성에서 위조했겠습니까? 검사는 오히려, 도리어 '경제적인 이해관계인이 이걸 허위로 만들고 주도했지 강남구청 공무원이 할 일 없이 이 문서를 만들었겠느냐…'"

박 검사는 김 씨를 조사한 다음날, 김학긴 씨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불기소 결정 이유서에는 “실제 강남구청의 공문이 각각 형태, 양식, 글자크기, 서명 여부 등에서 차이가 있어 김 씨가 이에 대해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고 돼있습니다.

최소한 구청 공문서에 여러 의혹들이 있다는 건 인정된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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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뒤, 이번에는 김학긴 씨가 삼성물산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번에도 사건은 형사8부 박 검사에게 배당됐습니다.

[김학긴] "하느님이 도왔다. 어떻게 그 많은 검사 중에서 참 하느님이 도와서 제대로 박 검사한테 갔구나."

그런데 6개월이 다 되도록 검찰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담당 검사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더니 검찰이 아니라 서초경찰서에서 나오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고발인 조사를 위해 서초경찰서에 처음 출석한 날.

[김학긴] "오후 한 1시경으로 기억합니다. 고소인 조사를 가자마자 윤 조사관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더니만 의자까지 갖다주면서 여기 앉으시라고 친절하게 예의를 베풀고 또 저쪽 가더니 커피를 또 가져와서 커피를 드시라고 했어요. 대한민국 수사기관이 이게 세상이 많이 변화가 되었구나. 감동을 받았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윤 조사관은 김 씨를 앉혀둔 채 4시간 동안 커피만 줬다고 합니다.

"옆에 잉크젯 프린터가 책상 옆에 있었어요. 컴퓨터로 법 조항을 출력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드르륵드르륵 하면서 천천히 한 장씩, 한 장씩 뽑는 거예요. 한 20~30분 지나고 또 와서 커피 다 먹으니까 또 커피를 또 타주는 거예요. 그래서 또 이만큼 뽑으면 또 커피를 타 와요. 무려 4시간 동안에 출력하는데 무려 내가 커피를 대여섯 잔, 다섯 잔 내지 여섯 잔을 먹었어요. "

4시간 동안 인쇄만 하면서, 질문은 한 번도 안 했다고 합니다.

"기초적인 사실만, 인적 사항만 쭉 질의하고 나머지는 통 안 하고 4시간 동안 자기는 출력하고.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 역정을 냈어요. '아니 이 사람아 출력하는데 시간 다 보내고 지금 뭐 하는 짓거리냐?'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아, 이거는 사건이 방대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삼성, 강남구청, 조합 다 불러서 대질신문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이로써 끝내야 되겠습니다."

김 씨는 대질신문이 있을 거란 말만 믿고 조사를 받았다는 서명을 하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윤 조사관은 서울청으로 발령났고, 후임자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결국 제대로된 조사 한 번 없이, 삼성물산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김학긴] "나는 거기에서 사실상 자포자기를 해버렸어요. 체력도 어렵고, 생활고도 그렇고, 가족한테도 미안하고…거대한 공직사회의 큰 벽 앞에 제 일개 개인이 맞선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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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흘렀습니다.

옆 동네 개포시영 재건축 조합원들이 김 씨를 찾아왔습니다.

우리 서류도 조작된 것 같으니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김학긴 씨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개포시영 비대위원장과 함께, 검찰에 또 고발장을 제출했습니다.

이번에는 삼성은 빼고, 강남구청 직원들만 고발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사건을 내려 받은 강남경찰서는 이번에는 대질신문까지 진행했습니다.

김학긴 씨는 당시 대질신문 과정을 모두 녹음했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기안문.

[강남경찰서 2015년 대질신문] 경찰: 이 문서하고 이 뒤에 문서하고 같은 문서인지 봐주셔야 돼. 차이가 있잖아. 03년: 저는 뒤에 거는 모르겠어요. 제가 한 건 이건데, 이걸 해서 제가 철해놨잖아요. 경찰: 그러면 이거는 누가 만든 거예요? 03년: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경찰: 달라요. 이건 만들어졌어, 내가 보니까. 이게 만들어졌다고. 09년: 서버에 들어있는 게 이겁니다. 내용 동일한 겁니다. 경찰: 철자가 틀린 거. 그게 어떻게 해명이 되나요? 09년: 복사기에서 밀려서 그랬지 않겠는가 추측입니다. 경찰: 그거는 절대 안 되는 겁니다.

대질신문이 끝난 뒤, 당시 조사팀장은 거짓말탐지기 조사,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문서 감정을 의뢰하겠다고 말합니다.

[대질신문 녹취록] 조사팀장: 거짓말탐지기 받아 그거 받아가지고, 본인도 시원할 거야. 아마 그것 타야 거짓말인지 아닌지 나오니까. 고소인한테 설명하고 저 서류하고 감정 보내. 어? 국과수에…

하지만 무슨 이유였는지,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문서 감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소 7개월 만에 검찰은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그 사이 단 한 번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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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트는 두 차례 수사를 맡았던 경찰 조사관들을 찾아가봤습니다.

먼저 2012년 수사에서 4시간 동안 인쇄만 했다는 윤 모 조사관.

[윤○○ 조사관] "이 사건은 제가 안 했어요. 그렇게 많이 안 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다른 데 갔기 때문에… 모든 수사는 마무리를 누가 했느냐야."

2015년 수사에서 대질신문을 직접 했던 최 모 조사관

[최○○ 조사관] "내가 그때는 경사 계급이었고 경사 계급으로는 내가 임의대로 할 수 있는 게 사실 아무것도 없어요. 압수도 마음대로 못 해요. 수사 보고도 전부 다 결재를 맡아야 되고."

두 사람 모두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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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에게도 연락했습니다.

2012년 삼성물산을 무혐의 처분한 권모 검사

하지만 통화를 거부당했습니다.

[☎부산지검 공보 검사] "(권 검사가) 통화를 원하시지 않는다고 하고요. 사건과 관련해서는 사건이 처리되었거나 입건한 해당 청(서울중앙지검) 공보관에게 확인해보셔야 맞는 것 같습니다."

2015년 강남구청 공무원들을 무혐의 처분한 정모 검사

지금은 판사로 전직했습니다.

[☎춘천지법 실무관] "판사님이랑은 전화를 이렇게 해서 하시는 건 아니고요. 이거를 한 번 제가 말씀을 드려보고… 일단 제가 말씀을 먼저 드려볼게요."

결국 누구의 설명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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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매주 일요일 밤 8시 25분에 방송됩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5951747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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