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이 시행사이자 사업 주체다"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2020. 10. 25.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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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병욱 부산 부암지역주택조합장 직무대행
"조합장 권한은 낮추고, 조합원들이 적극 참여하면 지역주택조합은 성공한다"

(시사저널=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을 소유한 서민들에게 매력있는 투자처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호수 배정도 유리하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 모집 허위광고·토지 확보에 따른 소유권 분쟁·업무대행사나 조합장의 자질과 신뢰 문제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며 법적 분쟁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그 결과 2019년 10월 기준 690개 지역주택조합(추진위 포함) 중 불과 170개 사업장만이 아파트를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파트를 완성한 지역주택조합이 25%에 그치는 실정이다. 

2014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부산 부암지역주택조합도 예외가 아니다. 집행부와 이해관계자 간 각종 분쟁으로 몸살을 앓다가 결국 조합장이 사임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은 최병욱 부암지역주택조합장 직무대행을 만나 지역주택조합 이야기를 들었다.

최병욱 부산 부암지역주택조합장 직무대행 ⓒ 시사저널 박비주안

전 조합장 사임 후 어느 정도 사업이 진척됐나.

"전체 토지의 98.2%를 확보했다. 행방불명 등 소유자 파악이 힘든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 토지를 이달까지 확보할 것으로 본다. 또 최근 시공사와 도급계약을 마쳤다. 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바꾸면서 조합원들이 더욱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게 됐고, 공사 현장에 조합 펜스를 쳐 사업장을 보호하는 등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협의했다. 조합원의 대출도 기존 6.5%의 브릿지 대출을 4%의 PF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만들었다. 사업장의 지연이자도 앞선 15%에서 8%로 대폭 낮추면서 조합원들의 이자부담을 경감시켰다."

사업이 제법 지체됐다. 조합원들이 피해를 입었을 법한데.

"전 조합장 임기 11개월 동안 사업이 지연됐다. 한달간 6억 원의 이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70억 원 정도의 이자 손실을 봤다. 실질 손해액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본다. 추가분담금을 계산해보니 1억2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앞선 5년 동안 추가분담금이 7000만원에 그쳤는데, 1년이 채 안된 기간동안 1억2000만원 가량의 추가분담금이 나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추가분담금으로 인해 조합사업에서 탈락하는 조합원들이다. 조합은 조합사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조합원들에 대한 구제책이 따로 없다. 조합원들이 납부한 분담금을 돌려드리는 것이 최선이지만, 조합 입장에서 조합원을 잃는다는 것 자체가 손실이다. 그래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자주 가지면서 소통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추가분담금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추가분담금을 감내해도 될만한 부암지역주택조합만의 강점이 있다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가장 큰 성패는 토지확보능력에 달렸다. 이미 우리 조합은 토지의 98.2%를 확보한 만큼 다른 사업장에 비해 굉장히 유리한 입장이다. 이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은 다 만들어졌다고 본다. 이곳은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과 같은 생활권인 동시에 부산외곽으로 한번만에 갈 수 있는 교통 요지다. 또 인근에 초중고와 대학교가 몰려 있어 학군도 좋다. 조합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조합사업을 오래 진행하면서 조합원들끼리 정이 돈독하게 쌓였다. 아파트가 완공되면 이웃이 친근한 아파트 단지를 만들 자신이 있다." 

평범한 조합원에서 시작, 비대위원장을 거쳐 조합장 직무대행까지 맡고 있다.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다를 것 같다. 

"난 원래 수산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조합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10년차 아파트인데 '돈을 내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만 듣고 무턱대고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입주할 때가 지났는데 아직 땅도 안고른 상태였다. 그때부터 의구심을 품고 지역주택조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나씩 배워가면서 이사회에 진출했고, 관계부처를 상대로 행정심판청구도 해보면서 이 자리까지 왔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원 개인이 시행사이자 사업의 주체다. 쉽게 말해 자기 돈을 내고 자기 집을 짓는다. 조합장 직책도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위탁받은 자리일 뿐이다. 조합원들이 만들어준 자리에서 본분을 잃고 임의로 권한을 남용하는 것은 큰 문제다. 조합장의 권한은 크지만, 권한 자체가 절대적이어서는 안된다.  조합장의 권한을 많이 낮춰야 한다. 조합원들이 원하면 총회도 열고, 조합원들이 원한다면 조합장 직도 내려놓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다른 지역주택조합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전할 말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전반적으로 이해한 후 조합사업을 준비하면 좋겠다. 개개인이 사업주체로서 사업에 참여해야 하는데, 분담금을 내면서도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소수인 경우가 많다.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는 소수의 뜻대로 조합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진행된 조합사업은 되돌리기가 어렵다. 조합원들이 사업 초기부터 조합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길 권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직접 겪어보고 느낀 점은. 

"부암지역주택조합은 올해 7년차로 접어든 사업장이다. 사업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토지확보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면서다. 추가분담금 역시 토지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 요인이다. 주택법은 사업승인을 받고 95% 이상 토지를 확보하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원판결을 받아야 하는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특히 토지 가격 산정 때의 감정평가 가격 하나로 기준을 잡다보니 지주와 조합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재개발이나 재정비 사업은 종전 자산가격과 현재 자산가격을 파악해 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지역주택조합은 가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사업 기간동안 지주들간 토지 보상금 차이가 큰 것도 문제다. 선의로 조합에 일찍 동의한 지주들보다 나중에 가격을 협상한 지주들이 더 많은 보상금을 받는다. 가격협상으로 지연되는 시간만큼 토지 감정가가 오르는 탓이다. 협상을 늦게할수록 받는 보상금이 많아지다보니 선의의 조합원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곤 한다. 이 제도를 보완해야 지역주택조합의 피해자들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선의의 조합원들을 지키면서 사업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지주들간 보상금 가격편차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주길 기대한다. 그러면 지역주택조합의 성공률도 자연스레 오를 것이다. 부암지역주택조합이 성공한 지역주택조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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