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가 내 얼굴 같아요..선생님 말 너무 빨라 ㅠㅠ"

하어영 입력 2020. 10. 24. 09:16 수정 2020. 10. 2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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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초등학생들에게 '코로나 세상'을 묻다
마스크 세대 초등학생 7명 인터뷰
개학 6개월 "반 친구 얼굴이 가물"
"마스크 오래 쓰고 있으면 어지럽고
입 모양 안 보여 얘기하기 힘들어"
"학교? 어렵고 짜증나지만요
그래도 학교 가는 게 좋아요"
수업 진도 따라가기 힘들고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 여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7명의 아이들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코로나19로 달라진 생활을 이야기하다가 잠시 옥상정원에서 쉬고 있다. 사진 속 두리(왼쪽 셋째)와 나연(오른쪽 둘째)은 엄마를 따라온 미취학 어린이다.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지난 19일부터 전국 초등학교 1학년 대부분이 매일 학교에 간다. 유치원과 초·중·고의 등교 인원 제한이 3분의 1 이내에서 3분의 2 이내로 완화되면서다. 그보다 열흘 전인 9일 서울 마포구의 한겨레신문사 옥상정원에 초등학생 7명이 모였다. 각자가 살아낸 코로나 세상을 풀어놓기 위해서다. 어른 못지않은 ‘곡절’이 그들 이야기 곳곳에 배어 있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나단, 태연, 해서는 학교가 무엇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온라인 수업이 “어렵다, 빠르다”는 2학년 재희의 말에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3학년 혜린이처럼 온라인으로 친구를 만나는 데 익숙해진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고유처럼 선생님 눈을 피해 사탕 먹는 용도로 마스크를 활용하는 ‘영특한’ 5학년도 있었다. 붙임성 좋은 4학년 초원(가명)이지만 지난해 겨울 전학 이후 봄·여름·가을이 지나도록 친구를 만들지 못할 만큼 코로나 세상은 팍팍하다. 두 시간 동안 7명에게 묻고 들은 목소리를 정리했다. 보호자는 모두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의 회원들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초등학생 7명이 지난 9일 한겨레신문사에 모였다. 열흘 뒤부터는 코로나19만큼이나 무거운 가방을 데리고 꿋꿋하게 매일 교문을 들어설 그들이었다. 학교 문턱을 제대로 넘지 못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도 세명 있었다. 코로나가 점령해버린 세상을 다 아는 듯 모르는 듯, 아이들은 토실토실 영글었다.

“연필이 있어서, 시험지(종이)가 있어서 싫대요.”

나단 엄마 남궁수진씨가 나섰다.

집단 인터뷰 시작 직전 나단이와 엄마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단이는 1학년이다. 마스크 속 웅얼거림은 기자의 귀에 닿지 않는다. “옆 사람과 대화하기 힘드니 기자 아저씨가 낙서라도 하라고 연필·종이를 나눠 준 것”이라며 달래봤지만 싫은 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기자는 나단이와 두가지를 약속했다. “글씨 쓰기(시험)를 하지 않을 것”과 “엄마는 문밖에 있지만 보이는 곳에 있을 것”이었다. 밀당이 계속되는 동안 나머지 6명은 각자의 자리를 지켰다. 마스크를 단단히 쓴 채.

서로 낯선 사이는 아니었다. 인터뷰 전 미리 만나 신문사 인근 ​효창공원에서 한시간 넘게 함께 뛰어논 ‘구면’이었다. 공원에서부터 왁자지껄 재잘대던 말소리들은 신문사로 들어서면서부터 잦아들었다. 현관에서 엄마 손을 잡고 줄을 서 체온을 재고, 이름·주소·전화번호 등을 기록하면서 시작된 침묵은 엘리베이터, 인터뷰 장소인 회의실까지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침묵 속에서도 7명은 각자의 방식대로 분주했다. “제길” “집에 갈래”…. 개구쟁이 초원(가명·4학년)이는 접착 메모지를 투명 가림막(안전을 위해 아이들 사이에 설치)에 붙이기 시작한다. 태연(1학년)이는 종이에 별 세개에 이어 하트를 그리기 시작한다. 나단이 옆자리에 앉은 재희(2학년)는 몸을 이리저리 배배 꼰다. 혜린(3학년)이는 고유(5학년)가 보라고 투명 가림막에 쪽지를 붙인다. “언니, 안녕?” 고유가 답장 쪽지를 쓰는 것을 해서(1학년)가 물끄러미 본다. 해서는 언니(고유)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기하다.

투명 가림막에 붙인 “언니, 안녕?”

―가장 먼저, 같이 나눌 얘기는 마스크예요. 말해볼 사람? 손 든 혜린이부터.

혜린 땀나면 찝찝하고 어떤 때는 약간 숨이 막히기도 해요. 오래 쓰고 있으면 어지러울 때도 있고요.

태연 처음에는 학교에서 쓰고 있기 답답했는데, 친구들이랑 놀고 그러니까, 이제는 괜찮아지더라고요.

초원 저는 좋아요. 안대로 쓰거든요.(얼굴 전체를 마스크로 덮는다. 모두 책상을 치며 웃는다.)

―왜 눈까지 다 가려요?

초원 그건… 비밀.

―마스크가 편해졌나 봐요.

초원 아마 코로나 끝나고도 쓰고 있을걸요. 그냥 내 얼굴 같기도 하고.

고유 에잉? 저는 아닌데. 써야 하니까, 친구들이랑 그냥 쓰고 있는 거죠.

“답답하다”는 불편만큼이나 “코로나 끝나고도 쓸 것 같다”는 체념도 명확했다.

―마스크 쓰면서 가장 불편한 게 뭘까요?

해서 입 모양도 안 보이고. 친구들이랑 얘기하기도 힘들고….

혜린 마스크 쓰고 말도 못 하는데, 가까이 놀지 못하게 하니까, 친구들이랑 뭘 하기 힘들어요.

고유 솔직히 요즘은 처음 개학했을 때보다는 분위기가 좀 달라졌죠. 마스크 이 정도(코끝)까지 내릴 수 있고요. 급식실에서는 내리거든요. 그때는 정말 좋죠. 밥도 먹고. 친구들도 보고.

지난 9일 한겨레신문사에 모인 초등학생 7명은 방역을 위해 설치된 투명 가림막 너머로 자신들이 겪어온 ‘코로나 세상’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장철규 선임기자

교육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 등과 코로나19 대응 부처와 함께 내놓은 ‘유·초·중등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지침을 보면, “교육활동에 따른 교실 이동, 쉬는 시간 중 화장실 이용, 급식 이용 및 음용수 섭취 등을 제외하고는 교실 간 이동 및 불필요한 움직임 자제”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각급 학교 사정에 따라 적합하게 적용하라”는 지침처럼 학교마다 교사마다 운영 방식이 달랐다.

태연 유치원 때는 (사귈 수 있는) 친구가 수백명 있었는데(재희 “에이 말도 안돼!”)… (1학년인) 지금은 세명밖에 없어요. (그 친구들이랑도) 학교에서는 마스크 때문에 말이 잘 안 통해요. 반 친구들 중엔 얼굴 모르는 애들도 많아요. 보긴 봤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해서 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유치원 때처럼 짝도 없고.

재희 (불쑥 끼어들며) 짝은 안 되지, 코로나잖아! 쉬는 시간에는 옆자리 친구한테 얘기해도 되고.

―재희네 교실에서는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말해도 되나 보군요.

재희 대신 좀 크게 말해야 해요. 마스크를 써서 입 모양도 안 보이니까, (투명 칸막이에 입을 가져가면서) 이렇게 가까이 대고 크게. ‘우리 같이 놀래?’ 이렇게.

고유 우린 대화를 크게 못 해요. 선생님이 진짜 무서워요. 그냥 알아요. 눈짓으로. 입 모양은 어차피 못 보니까.

―말을 못 하니 친구랑 얘기하기 답답하겠네요.

고유 그래서 쪽지로 주로 하죠. 수업 시간에 몰래 교과서 찢어서 던져주기도 하고. 슬쩍.

―어떤 내용?

고유 학교에 일주일에 한번(인터뷰를 한 9일 기준으로 상당수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한번 등교 수업으로,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씩밖에 안 가서 기억 잘 안 나는데요. 그러고 보니 추석 전에 갔으니까 한달 돼가네. 뭐더라…, 끝나고 놀 수 있냐, 이런 거? 놀이터 가자, 이런 거….

혜린 우린 쪽지는 괜찮은데. 애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이렇게 (자신의 쪽지를 고유가 볼 수 있도록 가림막에 붙이며) 하기도 해요.

고유 그래? 우리는 몰래. 그래도 마스크가 꼭 나쁘지만은 않은데. 친구들이랑 캔디나 쪼오그만 젤리? 그런 거 나눠 먹죠. 마스크 속으로 이렇게. 몰래 먹을 수도 있고. 그게 좋은 점이랄까요. 하하하.

태연 참, 우리도 마스크를 벗을 때가 있어요, 우유 먹을 때요. 그때 잠깐이지만, 친구 얼굴 볼 수 있는데.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초등학생들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보호자를 포함한 가족들은 옆 회의실에서 대기했다. 장철규 선임기자

마스크와 거리두기는 안전장치다. 등교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방역 수단이다. 동시에 관계와 소통을 어렵게 한다. 아이들은 그냥 참고 있지만은 않는다. 코로나 세상에서 아이들은 유영하듯 모험을 감행한다. 고유와 혜린이는 이날 인터뷰에서 처음 만났지만 벌써 친해졌다. 처음에는 투명 가림막을 이용했다. “언니, 안녕?” “맘에 든다” “언니, 예뻐” 등의 포스트잇을 가림막에 붙였다. 이번에는 쪽지가 오간다. 몇번은 몰래, 그다음은 서로 웃으며. 남겨놓은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 전화번호도 오간 모양이다. “카톡하자” “난 알(한 통신사의 ‘데이터’ 명칭)이 얼마 없어서 많이는 못 해.” 이 정도의 요령을 터득한 것은 그나마 학교 경험이 있는 2학년 이상이다. 1학년들의 혼란은 예상보다 컸다.

해서 학교도 싫고. 학교 가도 짝도 없고.

재희 당연하다니까. 너는 1학년이니까 짝이 없는 거야!

―짝이 없으니 서운하거나 그렇진 않아요?

해서 잘 모르겠어요.

고유 짝이 있어본 적이 없으니까 모르죠. 학교가 얼마나 재밌는지 몇번을 얘기해줬는데도…. 점심시간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면 얼마나 재미있는데. (학교에서) 뭐가 재미있는지 그 자체를 잘 모른다니깐.

태연 저도 (학교가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유치원에서는 많이 놀고 그랬는데. 여기서는 공부만 하고. 앉아만 있고 그래요.

해서 쉬는 건 비슷한데. 유치원에서도 계속 앉아 있었잖아. 앉아 있는 건 똑같은데.

초원 어쨌든 학교 가는 건 정말 싫어. 짜증나.

초원이는 4학년임에도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3학년이던 지난해 말 전학 온 게 컸다. 가을이 다 되도록 어울릴 친구가 없다. 일주일에 한번 등교하는 정도로 얼굴을 익히는 것만으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엄마 김민경(가명)씨는 걱정이 많다. 가급적 초원이와 함께 지내려 노력하지만 원한다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초원이는 집에서 주로 혼자 지낸다. 인터뷰가 끝난 뒤 김씨는 기자에게 “(학교 가기 싫다는 건) 본마음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초원이의 글짓기 한 편을 보내왔다. 국어 시간에 ‘제안하는 글쓰기’를 배운 뒤 한 숙제였다.

“제가 제안할 것은 ‘돌봄(학교 돌봄교실)을 4학년까지 하자’입니다. 그 이유는 돌봄은 재미있고,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친구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학교가 재미있어지고, 집에서 혼자 있지 않는다.”(일부 발췌)

인터뷰가 끝난 뒤 학생들의 자리를 정리하며 각자가 남긴 메모를 다시 살폈다. 초원이의 메모지엔 “가장 짜증나는 것은 엄마”라고 써 있었다. 정말 짜증나는 학교, 제일 짜증나는 엄마…. 초원이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인터뷰가 끝난 뒤 초원이가 앉았던 자리에 두고 간 메모. 장철규 선임기자

재희 공부가 어려워졌어요. 선생님이 기다려주지 않고 그냥 빨리빨리 넘어가요. 그중에서도 국어!

초원이처럼 재희의 말에도 해석이 필요했다. “기다려주지 않는” 첫번째는 온라인 동영상이다. 게다가 다시 돌려도 궁금한 대목에 대한 설명을 더 해줄 리 없다. 두번째는 현장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번 하는 등교 수업에서 담임교사가 재희의 궁금증을 일일이 풀어줄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빨라진” 학교가 재희는 어렵고 힘들다.

이는 유별난 것이 아니다. 경남도교육청 산하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 6월26일~7월3일 경남 도내 초·중·고교 120곳(학생 총 8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코로나 시기 학교생활의 영역별 만족도를 담았다. 눈에 띄는 것은 수업 이해도다. 55.8%가 코로나 이전엔 수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다면, 코로나 이후엔 45.22%로 그 수치가 낮아졌다. 이는 수업 참여도(-8.27%), 수업 재미(-3.52%), 교사와의 관계(-5.5%) 등 모든 면에서 부정적인 수치가 두드러졌다.

―그럼 학교 가는 게 싫겠다, 그렇죠?

재희 아뇨. 그래도 학교 가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더 좋아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무언가를 끄적이던 나단이가 계속 엄마를 눈짓으로 부른다. 엄마가 들어와 나단이에게서 무언가를 건네받는다. 기자에게 내민 종이에는 나단이가 꾹꾹 눌러쓴 두 문장이 담겨 있다. 한마디 없이 내내 그림만 그리던 나단이는 엄마에게 “(친구들 말을 듣고) 꼭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학교가 재미(있)다. 근데 집에서 엄마랑 숙제하면서 혼나는 건 싫다.”

글씨가 쓰기 싫어 자리에도 앉지 않던 나단이였다. ‘학교=재미’라는 말을 그리 하고 싶었을까. 그리 좋아하는 학교를 나단이는 일주일에 한번밖에 나가지 못했다.

유난히 말이 없던 나단이는 말 대신 글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장철규 선임기자

물론 상황이 다른 친구도 있었다.

혜린 매일 아침에 학교 갈 준비 해서 아침밥 먹고 스쿨버스 타고 학교에 가요. 끝나고 다시 버스 타고 돌아오고.

―마스크 쓰는 걸 빼면, 혜린이는 달라진 게 별로 없네.

혜린 있긴 있죠. 줌으로 수업하는 거?

친구·교사 관계 등 어려움 호소

덩달아 학교생활 불만 높아져

소득, 조력자 유무, 공립·사립

교사 역량 차이 등 변수 많아

‘줌’에서 모여 파자마 파티

전체 25명 수준인 혜린이 학급에서 혜린이처럼 긴급보육으로 매일 등교하는 인원은 5명 내외다. 혜린이는 학교에서 교사가 자기 앞에서 진행하는 화상수업을 듣는다. 교사는 화상수업으로 교실 안팎의 반 아이들을 한데 묶어두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혜린이는 자신을 제외한 6명이 느끼는 학교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혜린이는 반 친구들과 화상으로 ‘파자마 파티’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환경에 적응했다. 학교마다 사정은 개별적이다.

서울·경기 등을 포함해 학생 수가 많은 초등학교는 일주일에 한번 정도 교실 수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요일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왔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된 등교수업 확대에도 1학년이 매일 등교하는 상당수 초등학교와 달리 과밀학급이 많은 서울 강남 지역, 대구 및 부산 일부 지역 학교들은 1학년도 주 2~3회 등교하고 있다. 이는 교육격차로 이어지기 쉽지만, 단박에 정리하긴 쉽지 않다. 방역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 방역 사이 어딘가에서 내려야 하는 결정이다. 나아가 그 결정의 중심에 어떤 가치를 두느냐다.

케이(K)방역의 성과를 말하는 어른들이 한계를 드러낸 것은 이 지점이었다. 교육부는 개학과 등교의 1순위로 초등학교 1학년(어린이 교육)이 아닌 고3(입시)을 택했다. 코로나19로 세번 연기된 개학은 결국 4월9일에야 온라인에서 단계적으로 시행됐는데, 그마저도 맨 앞에 고3을 두고 초등학교는 뒷전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다른 학년이 모두 개학한 뒤인 4월20일 담임교사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등교도 마찬가지다. 고3은 ‘우선 단계’라는 이름으로 5월13일부터 매일 등교를 하는 데 반해, 다른 학년은 5월20일부터 초등학교부터 순차적으로 학교 문을 열었다. 이후 충남 천안과 인천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아동학대에 온 사회가 공분했지만, 정작 ‘입시 먼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물론 같은 시기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등교를 결정한 곳도 있었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다. 거창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는 결정의 배경을 두고 “어릴수록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공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부모의 일터 복귀도 빨리 이뤄지기 때문”이라며 덧붙인 이유가 더 간절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이들에게 대학입시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라는 약자였고, 각 가정의 형편이었다.

고유 혜린이랑 저는 좀 다르긴 한데, 일어나서 머리부터 묶고. 음. 아침 8시40분부터 9시 반까지 일단 줌 수업을 들어요. 그 이후에는 온라인 수업을 한시간 반 정도 더 듣고요. 그 이후에는, 티브이 보거나 좀 놀아요.(그 시간 친동생 해서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본다.)

해서 저는 10시 반에 끝나고 언니가 나오기 전이니까 저는 ‘흔남’(청소년 티브이 예능 프로그램 ‘흔한 남매’) 봐요.

재희 야, ‘흔남’은 15살 이상이야!

해서 하하하. 뭐래. 재미있는걸, 뭘. ‘흔남’ 보다 보면 언니가 오죠. 그리고 밥을 먹어요.

“엄마, 아빠 잔소리가 제일 힘들어”

5학년 고유는 동생 해서의 밥을 챙긴다. 밥을 스스로 차려 먹느냐는 질문에 고유는 당연하다는 듯 “밥통에 밥이 있는데, 뭘”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가정 내 조력자는 이번 코로나19에서 교사, 급식조리사 등의 역할을 떠안아야 했다. 고유처럼 형제자매이거나 그나마 부모 중 한 사람이 아이의 학업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면 그 아이는 운이 좋은 것이다. 상황은 일률적이지 않다. 조력자가 있어도 형제가 있는 경우 관심은 주로 고학년 쪽으로 가기 마련이다. 형제가 아예 없거나 보호자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혼자 지내야 했던 경우도 있다.

각자 어려움은 있지만 이날 인터뷰한 어린이 7명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교 일정을 확인하고 챙기는 과정에서 소홀함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낮은 경우 상당수가 아이의 학교 일정을 챙기고 건사하기 버겁다는 게 조사로 드러난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7월15~27일 경기도 내 초·중·고교 800곳(학생·학부모·교사 총 5만5966명)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보호자가 학교 일정 등을 확인하고 챙긴다’는 문항에 소득 수준 ‘상’을 택한 학생들의 경우 ‘(전혀) 그렇지 않다’가 23.5%인 데 비해, 소득 ‘하’는 43.8%로 20.3%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조사에서는 소득격차별로 현재보다 더 적극적인 교육당국의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뚜렷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등교와 상관없이 학생들에게 마스크 무상 제공, 식재료 등 필수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문항에 소득 ‘하’를 선택한 학부모의 52.9%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까지 더하면 93.9%에 이른다.(소득 ‘상’은 78.7%)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재희는요?

재희 저도 뭐, 온라인 수업 들어가서 30분 공부하고, 30분 쉬고. 공부도 하고, 게임도 하고.

―지루하지 않아요?

재희 (몸을 꼬며) 당연히 지루하죠. 그냥 (온라인 수업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거죠. 엄마는 주로 형아 숙제를 봐주니까 난 혼자 있는 경우가 많죠.

―태연이는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게 처음이죠?

태연 저는 컴퓨터로는 공부 안 해요. 그리고 유튜브도 안 보고, 게임도 안 하고. 사실 티브이를 보고 놀죠.

온라인 수업으로 현장수업이 대체되면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은 확실히 늘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하루 평균 학습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의 변화’를 물었더니 68.9%가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74.8%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학습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답도 61.6%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사용 시간이 늘었다는 것만으로 교육 효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특히 학습환경에 따른 격차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생이 동일한 내용을 어떤 장소에서 공부하느냐, 그곳이 공부하기에 적합한지, 또는 교사에 못지않은 조력자가 있는지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으로 공부하는 건 어때요?

재희 너무 지루하고 어려워요. 선생님 말도 너무 빠르고. 말도 안 통하고. 아 답답해.

초원 진짜 불편해. 궁금해도 물어볼 수도 없고. (학생들 마이크) 음소거를 해두니까, 선생님이.

혜린 정말?

고유 선생님이랑 (음소거하고 수업하자고) 약속하고 하는 건데, 뭘.

초원 차라리 학교에 갔으면 좋겠는데. 아니다, 학교 가기 싫다.

―초원이는 집에 있는 것도, 학교에 가는 것도 싫고요?

초원 몰라요!

7명은 “싫다” “짜증난다”는 말이 전부인 듯 반복하면서도 재난을 겪으며 받은 상처의 모습은 제각각의 모양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함께 온 보호자들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고립감이나 그로 인한 우울, 불안 등을 걱정했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 이후 외로움, 우울 등 감정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는지를 물었더니 10.7%가 ‘그렇다’(‘매우 그렇다’ 포함)고 답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8.7%였던 것에 견줘 부정적인 수치가 2.0%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같은 질문을 초등학생으로 한정했을 때는 코로나 이전 4.2%, 코로나 이후 8.0%였다. 차이는 3.8%포인트로 평균치보다도 높은 수치다.

재희 (인터뷰) 언제 끝나냐고요!

―정말 마지막 질문, 가족과는 잘 지내나요?

재희 엄마랑 아빠랑 지내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사실 (지난해보다 사이가) 더 나빠졌어요.

고유 예전에도 (엄마랑, 아빠랑)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고, 아 지금도 저 삐져 있어요.

태연 제일 힘든 게 그거예요. 엄마, 아빠가 잔소리하는 거.

―무슨 잔소리요?

태연 텔레비전 보지 말라고요!

―뭘 보는데?

태연 맞춰봐요! 맞춰봐요!

학습 조력자 유무 따라 차이 커

코로나가 만든 격차 해소 숙제

가족 대화 늘었지만 다툼도 늘어

인터뷰 마친 아이들 공원으로 달려가

아이들은 자란다

나단이가 엄마에게 눈짓을 보냈고, 엄마는 다시 메모를 들고 왔다. “나는 학교 안 가는데 동생 유치원 데리러 다녀와야 할 때”라고 적혀 있었다.

―나단, 무슨 뜻이에요?

나단 ….

―나는 학교에 못 가는데 동생 유치원 보내주려고 나오니 짜증나고 그래서 떼를 좀 쓴다, 그래서 그 이유로 엄마가 잔소리를 한다, 그런 거예요?

나단 ….

나단이의 목소리는 결국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씩 웃으며 마스크 속 얼굴 윤곽을 드러냈다.

코로나19에 준비가 부족하기는 교육당국이나 가정 모두 마찬가지다. 교육의 부담을 오롯이 떠안은 개인들은 이렇다 할 출구 없이 반목하는 경우가 잦았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보고서를 보자. ‘보호자의 걱정 및 잔소리의 횟수’를 묻는 질문에 ‘늘었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의 41.8%다. 특히 초등학생의 응답 가운데는 47.3%가 ‘늘었다’고 답해 고등학생(37.4%)과는 1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함께 거주하는 구성원과의 다툼 횟수의 변화’에는 20.7%가 ‘늘었다’고 답했는데, 초등학생은 25.2%로 이 또한 고등학생(16.6%)과 8.6%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는 중고등학생의 경우 (일과 등) 스스로 계획을 세우는 비중이 늘어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스로 삶을 기획하고 이끌 만큼의 연령에 도달하기 전까지 공교육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가족 간 갈등의 단편을 볼 수 있는 문항은 개인의 연령만 아니라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편차를 보였다. 걱정이나 잔소리의 경우 소득 수준 ‘상’은 ‘늘었다’가 38.7%인 데 반해, 소득 수준 ‘하’는 50.3%에 이르렀다. 다툼도 마찬가지다. 소득 수준을 ‘상’이라고 밝힌 이들은 18.1%가 다툼이 늘었다고 답했고, 소득 수준 ‘하’인 경우 다툼이 늘어난 경우는 32.1%였다. 초등학생을 ‘모신’ 코로나19 토론은 여기까지였다.

지난 9일 초등학생 7인과의 집단 인터뷰를 마친 기자의 모습. 사진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기자 앞으로 ‘바보’라는 글자가 보인다. 사진 석진희 기자

초등학생 7명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한마디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녔다. 아이들이 남긴 말들을 해석하고 교훈으로 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아이들은 한겨레신문사 뒤편 공원으로 다시 달려갔다. 코로나19가 아니라 그 무엇이 닥쳐도 아이들은 자란다. 이제 제법 추워진 요즘, 그들은 마스크 너머로 뿜어내는 입김 속에서도 매일 친구들을 만날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지난 19일 오전 서울 금천구 문백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이날부터 일부 학교를 제외한 대다수 1학년 초등학생이 매일 등교를 시작했다. 지난 9일 좌담회에 참석했던 초등학생 7명은 19일 이후 ‘매일 등교(최소한 3회)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안 갈래” 하며 버티던 태연이는 학교 얘기만 나오면 “갈래, 갈래, 갈래” 한다. 해서는 “(학교에서) 한시간만 더 친구들이랑 놀다 간다”고 할 정도다. 나단이는 매일 가고 싶은 마음 반, 안 가고 싶은 마음 반이다. 전학생 초원(가명)이는 처음으로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고, 궁금한 게 많은 재희는 질문을 실컷 할 수 있게 됐다. 고유와 혜린이는 좌담회 참석 뒤 문자 친구가 됐다. 글 하어영 기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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