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는 경제성장률을 둔화시킬까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20. 10. 2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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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수축경제 시대 대비한 질적·양적 인구증가 대책 필요

[편집자주] 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국내 총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에 의하면 “2020년 총인구 5178만명에서 2040년 5086만명으로 92만명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총인구는 대한민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합으로 추산한다.

2040년 총인구 중 내국인 구성비(95.5%)가 줄면서 외국인 구성비(4.5%)는 늘어나지만 인구감소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내·외국인 모두 크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대비 2040년 내국인(71.5%→55.6%), 외국인(90.6%→71.2%) 모두 감소한다. 이는 저출산·고령화로 유소년 인구가 줄면서 고령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줄어든 가운데 출생아수가 처음으로 30만명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부터 다시 1명대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인구감소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OECD국 중 유난히 한국의 인구감소가 두드러진 것은 사회 정서적 배경에도 기인한다. OECD 가족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한국의 조혼인율(인구1000명당 혼인건수)은 5.5건으로 OECD평균(4.8건)보다 높고, 초혼 연령은 여성 30.1세, 남성 32.8세로 OECD평균 여성(30세), 남성(32.3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수준을 차지하는 것은 비혼출산비율(출산 시점에서 혼인 상태가 아닌 출생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2016년 비혼출산비율이 1.9%로 OECD평균(40.3%)과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6월 국회 입법조사처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저출산 관련 지표의 현황과 시사점’에서 “극히 미미한 비혼 출산 비율의 영향과 양육부담으로 인한 출산 선택의 어려움”을 꼽았다.

유례없이 낮은 출산율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는 투자, 소비 등 국내총생산을 하락시키고 국가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2018년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에 의하면 “저출산이 지속되면, 인구가 통계청의 중위 인구추계대로 실현될 경우의 예상 GDP(2060년)보다 3.3~5.0% 하락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2060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합계출산율 1.1명이면 5.4%p, 합계출산율 1.05명이면 7.8%p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1월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전 세계에서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것은 이러한 인구 변화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률 둔화의 한 원인이 됐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일본 내 자동차 판매가 1990년 250만대에서 2010년에는 156만대로 20년간 무려 –38% 감소했다. 한국의 인구절벽 속도가 일본에 비해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한국의 산업 전반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시행 중이며 올해 말까지 4차 기본계획(2021~2025년)을 수립할 예정이다. 단순히 혼인건수를 늘리거나 출산율을 늘리기 위한 단기 대책은 한계가 있어 3차 기본계획에서는 출산율 목표에서 삶의 질 개선과 성 평등 확립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변경됐다. 여성 고용 증가 초기에 출산율이 하락했으나 이후 사회시스템이 변화되면서 출산율이 상승했다는 유럽의 사례에 근거해 남녀 성차별과 여성 경력단절 해소 등에 중점을 뒀다. 또한 고령층 증가에 따른 노후소득 보장, 건강관리, 고용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인구감소 현상을 단시일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기가 부담스럽다. 양육비, 교육비, 집세는 매년 오르고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 줄어들 것이란 불안감은 커졌다. 출산, 양육, 교육 등 성장 비용과 고용과 주택 문제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이 동반되지 않는 한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 설령 출산율이 높아져도 1960년대 이후 인구성장률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가임여성인구수가 줄어 출생아수가 쉽게 늘어나진 않는다.

이처럼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어떤 대책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그동안 경제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다. 수축경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질적, 양적 인구증가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양육환경을 개선해 혼인과 출산에 의한 자연증가를 늘려야 하며 여성층과 고령층의 고용시장 진입을 독려하고 외국인 귀화나 노동자 유입에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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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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