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휴가 중 관용차 타고 대권 도전.."서울본부는 원 지사 선거 조직?"
[KBS 제주]
[앵커]
최근 원희룡 지사가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는데요.
KBS가 원 지사의 대권 도전에 맞춰 '대선 전초기지'라는 눈총을 받아 온 제주도 서울본부를 깊게 들여다봤습니다.
탐사K 김가람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마포포럼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지사.
당시 원 지사는 휴가였는데, 수행하는 인물과 차량 모두 제주도 서울본부 소속입니다.
문제는 원 지사만 휴가였을 뿐, 당시 수행한 서울본부 직원은 근무 중이었다는 겁니다.
[서울본부 직원/음성변조 : "뭐 따로 수행한 건 아니고 잠깐 하시는 걸 보러 갔다 온 거거든요."]
정부나 국회와 업무협조 등을 위해 설치한 서울본부.
2014년 원 지사 당선 이후 중앙절충 강화를 명분으로 '본부'로 승격해 본부장 직급도 3급으로 오르고 정원도 대폭 늘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측근 챙기기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초대와 후임에 이어 현재 본부장까지 모두 원 지사의 측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임기제 공무원 비율은 67%로 전국 최고 수준인데, 선거를 앞둔 2018년에는 6명이 한꺼번에 그만뒀다 원 지사 재선 뒤 5명이 복귀했습니다.
조직 운영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노조 소속 공무원이 근무를 희망하자 거절했다가 외부 홍보관에 배치한 사례도 있습니다.
[임기범/전국공무원노조 제주본부장 : "(당시 본부장이) '보안상 문제가 있다'면서 그 당시 거부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서울본부가 무슨 비밀스러운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인지…."]
업무는 제대로 수행하고 있을까?
주요 부서인 국회협력팀과 대외협력팀엔 일반직이 배치된 적 없습니다.
[이상봉/제주도의원 : "(인적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도 만들고 있지 않거든요. 필요시에 들어왔다가 필요시에 나갔다가 그런 근무행태를 봤을 때 (부정적인 평가들을 할 수 밖에)."]
국회 업무 협조 성과도 의문입니다.
조직 확대 전인 2013년 협조 추진 건은 75건, 지난해는 57건으로 오히려 줄었고, 국비와 법률 관련으로 좁혀보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반면 원 지사를 위한 업무는 눈에 띕니다.
올해 차량운행 일지를 보면 전체 운행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의전수행은 늘었고, 업무추진비를 보면 대권 도전을 시사한 5월엔 전년보다 50% 넘게 언론인 간담회로 지출했고, 계속 전년보다 느는 추세입니다.
[강호진/제주주민자치연대 전 대표 : "대권이라는 계획 속에서 언론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과정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도지사의 중요한 발언을 제주도를 통해서 듣는 게 아니라 대부분 중앙언론 쪽에서 (듣게 되는 거죠)."]
원 지사의 지지자들이 결성한 코리아비전포럼과의 연관성도 의문입니다.
초대 서울본부장이 포럼 공동대표를 맡았고, 또 다른 본부장은 회원입니다.
제주도 정무특보였던 경윤호 씨는 지난 8월부터 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서울본부의 유일한 정책자문위원은 포럼의 정책 실장입니다.
두 사무실의 거리는 불과 20여 미터, 사무실 이전 시점이 반년밖에 차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접점이 적지 않습니다.
포럼 관계자들은 우연이라면서도 일부 교류는 인정했습니다.
[코리아비전포럼 관계자/음성변조 : "왕래가 뭐 심포지엄 우리가 연다 그러면 와서 같이 듣고 그렇게 하죠."]
서울본부는 코리아비전포럼과 연관성에 대해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휴가 중인 원 지사를 수행한 건 출장 일정으로 착각했다면서도, 서울본부가 원 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강영진/제주도 서울본부장 : "도지사의 정책이라던가 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업들을 하잖아요. 일반 공무원도 마찬가지지만, 정무직 같은 경우는 거기에 더 플러스가 되는 거죠."]
물론 조직의 특성상 정무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황국/제주도의원 : "오히려 정무적인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들어가야 된다고 보거든요. 다만 그 업무 자체가 왜곡될 소지가 있다. 왜냐면 지사님께서 대권 도전을 명확히 하셨기 때문에…."]
그럼에도 제주도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서울본부 본연의 업무라는 지적입니다.
[양덕순/제주대 행정학과 교수 : "국회의원들만으로는 사실 어렵거든요. 계속 설명하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고 기타 등등을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들이 필요하죠. 그것이 진정한 서울본부의 역할이요, 기능이라고 저는 봐요."]
KBS 뉴스 김가람입니다.
촬영기자:부수홍·양경배
김가람 기자 (gar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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