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간선차 운전기사 '과로사 추정' 사망..올해만 13번째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미널 근무 39세 A씨
대책위 "코로나로 물량 50% 급증"..심장 수술이력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간선차 운전기사 A씨(39)가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숨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택배업 종사자들의 과로 및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택배기사 총 9명이, A씨를 포함한 택배업 종사자는 총 13명이 과로사 추정 사망했다. 택배기사 1명이 생활고와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22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50분 CJ대한통운 곤지압허브터미널 주차장 내 간이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병원에 후송됐으나 21일 오전 1시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CJ대한통운 곤지암허브터널과 파주허브터미널 등을 운전해 오가며 택배물품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대책위는 "A씨가 추석 기간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물량이 급격히 증가해 평소보다 50% 이상 근무시간이 늘어났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유가족이 파악한 A씨의 사망 직전 행적에 따르면 A씨는 18일 오후 2시에 출근, 19일 낮 12시 퇴근하며 22시간 연속 근무했다.

이후 A씨는 5시간 뒤인 19일 오후 5시에 다시 출근해 20일 오후 11시50분에 터미널 주차장 내 휴게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31시간 가까이 귀가하지 못하고 근무한 것이다.

그 전주에도 A씨는 12일 오후 4시에 출근했다가 15일 오후 2시에 귀가했다. 이후 2시간 휴식을 취한 뒤 같은 날 오후 4시에 다시 출근하고 17일 오후 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12일 오후 4시~17일 오후 1시 사이에 A씨가 집에서 휴식을 취한 것은 단 2시간뿐이었다.

다만 A씨는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책위은 "늘어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일요일도 고된 노동을 해왔던 것이 이번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기사 외에도 택배업계에 만연한 장기간 고된 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A씨는 4살, 7살 두 자녀를 둔 아버지"라며 "갑작스러운 사망에 따른 가족들의 생계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hemingway@news1.kr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