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볼수만 있어도 감사"..융자 낀 매물도 순식간에 나갔다

이소은 기자 입력 2020. 10.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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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책없는 전세]-①

[편집자주] 임대차2법 시행 석달여가 지났다. 신규 전세시장은 임대료 상승과 전세 매물 실종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일시 혼란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전세파동 가능성을 언급한다. 전세 물량 공급을 당장 확대할 수도 없고, 가격을 모두 통제할 수도 없어서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매매가격이 안정되면 전셋값이 오르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지만 누구도 '전세를 없애자'고 말 못하는게 근본 문제다.

목동신시가지 단지 내 상가에 입점한 중개업소들. /사진=이소은 기자


"전셋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할 지경이예요. 기다리다가 앞사람이 계약하는 바람에 못 보는 경우도 허다해요."

지난 7월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일을 기점으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 갱신을 청구하면서 신규로 나오는 매물은 시세가 2억원 올랐다. 그나마도 나오자마자 바로 거래되는 추세라 조금만 망설이다간 놓치기 일쑤다. 주말이면 줄 서서 전셋집을 보는 건 예삿일이고 융자가 있는 물건조차 시세와 같은 수준에 계약되고 있다.

2만7000가구 중 전세 매물 50개
21일 목동·신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현재 목동신시가지 2만6629가구 가운데 전세로 나온 매물은 14개 단지를 모두 합쳐 50여개다. 10단지(12개)를 제외한 나머지 단지들 대부분이 각각 1~5개씩 나와있다. 8단지는 전체 면적을 통틀어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다. 3·4·7단지도 각각 매물이 1개씩만 나와있는 상태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매물이 급감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아파트실거래가앱 '아실'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의 전세 매물은 지난 7·10 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 90% 이상 줄었다. 7·10 대책 직전에는 831건이었으나 이날 기준 시장에 나와있는 전세 매물은 79건으로 집계됐다.

목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서 기존에 사는 분들은 주인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눌러앉아 버리니까 새로 나온 물건들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며 "두달 사이에 2억원이 뛰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두달 만에 2억 뛰어…인기면적 '10억'

현재 목동신시가지 전세 매물 시세는 전용 67㎡(27평) 7억5000만원, 전용 95㎡(35평) 10억 선이다. 매물 호가가 아니라 실제로 최근 전세 계약이 체결된 게 이 수준이다. 임대차3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각각 5억원, 7억원 수준에 전세 계약됐던 면적이다.

이 관계자는 "돈 10억이 아무것도 아닌 게 돼 버렸다"며 "35평이 가장 인기가 좋은데 10억원에 계약이 된 게 있으니 앞으로 10억 밑으로는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지역보다 목동 전세난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재건축 아파트의 '2년 실거주' 의무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대책을 통해 연내 조합설립신청을 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집주인이 2년 실거주를 해야 조합원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했다. 아파트가 더 낡기 전에 미리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내놓는 대신 직접 들어가 살기를 택하면서 전세 물건이 더욱 귀해졌다.

B공인 대표는 "주인들이 직접 들어가서 살겠다 하니까 전세가 없는 와중에 더 없어졌다"며 "단지 마다, 면적 마다 하나씩 하나씩 나오는데 나오자마자 거래가 되기 때문에 보고나서 바로 계약 안하면 못한다"고 말했다.

"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전경. /사진=이소은 기자

최근 화제가 된 '줄서서 전셋집 보기' 역시 목동 일대에서 흔한 일이다. '가양9단지' 사례처럼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빨리 결정하는 순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이 대표는 "지난주 27평 전세 매물이 나왔는데 주말에 5팀이 줄서서 봤다"며 "도배, 장판 상태도 안좋았는데 집 보여준지 한시간 만에 계약이 됐다"고 말했다.

물건이 워낙 없다보니 세입자에게는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는다. C중개업소 실장은 "요새는 집을 볼 수 있는 차례가 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라며 "앞에 본 사람이 계약해버리면 기다렸다가도 못보는 일이 다반사"라고 덧붙였다.

융자를 낀 물건조차 나오자마자 거래가 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시세보다 싸지도 않다. 이 실장은 "보통 임대차 거래를 할 때 융자 있는 물건은 가장 후순위로 미뤄진다"면서도 "그런데 물건이 워낙 없고, 융자 없는 물건은 특히 더 귀하다보니 융자가 있어도 바로바로 거래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9단지의 정밀안전진단 탈락으로 매매 시세가 낮아진 상황에서 전세가가 오르자 다시금 '갭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전용 47㎡ 전세 시세가 임대차3법 이전의 전용 67㎡ 수준 만큼 오르면서 매매가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며 "6억원 정도면 소형 갭투자가 가능해져 이를 눈여겨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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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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