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택배 일하지" 폭언 · "아프다면 일감 빼버려"
<앵커>
대리점 갑질을 호소하던 택배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고, 대리점 횡포는 더 있다며 다른 택배기사들이 제보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제희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 택배기사는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대리점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 성동구 택배기사 : 산재보험도 가입해야 하고 협회비를 내야 하고, 대리점 운영하면서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면서.]
협회비라는 것이 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택배기사 : 알 필요 없다고 하면서 대답을 안 해주더라고요. (그러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압박 아닌 압박….]
대전에서는 한 택배 노동자의 가족이 대리점 소장의 상습적인 욕설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하고 지금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동생의 사연을 전해왔습니다.
[폭행 피해 택배기사 누나 : 아무 이유 없이 (때려요) 'XX야.' '네가 그렇게 일하니까 택배 일이나 하고 있는 거다' 사람이 죽을 생각까지 했다는 건 얼마나 심하게 대우를 받았길래….]
근골격계 질환 등 건강 조사에서는 대리점의 암묵적인 강요로 '이상 없음'으로 적어냈다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경기 의정부 택배기사 : 거짓말로 적어서 내야 해요. 아파도 안 아프다고 적어서 내야 해요. 아프다고 하면 (대리점주가) 구역을 빼 버리는 거예요.]
이런 '갑질'은 택배기사의 수입과 1년 단위 재계약 여부가 전적으로 대리점주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사용주인 대형 택배회사들은 자신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습니다.
[정병욱/변호사 : 실질적으로 택배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지휘하고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택배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택배회사들이 이 문제를 책임져야 하는 거고.]
대리점에 책임을 떠미는 구조가 지속되는 한 이름만 개인사업자인 택배 노동자들이 갑질의 늪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태, CG : 최하늘·방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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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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