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의혹' 이재용, 내일부터 '법원의 시간'.."치열한 법리싸움 예상"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1년9개월만에 기소된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절차가 오는 22일 시작된다. 삼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목적하에 미래전략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등 각종 부정거래 행위를 주도했다고 보는 특검과 "승계 관련 지시나 보고는 없었다"며 맞서는 이 부회장측이 길고 긴 '법정 싸움'에 들어가는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는 오는 22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측 입장과 피고인 입장을 듣고 향후 공판의 쟁점사항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어 이 부회장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일 이 부회장과 삼성 관계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 전부에 대해 "위법 소지가 없다"고 맞서왔다는 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은 또 높은 사회적 관심을 고려해 21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법정 방청권'을 공개 추첨한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관련 재판 쟁점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여부다. 2015년 5월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을 발표할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경영권 확보의 핵심으로 불리던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즉 제일모직 주식 가치가 높을수록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셈이었는데,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1주 가치는 제일모직 주식 0.35주로 계산됐다. 이를 두고 검찰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낮춰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배임)고 봤다. 이 부회장측은 두 회사의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고, 삼성물산 시세 조종 등의 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두번째는 삼성바이오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이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 핵심 자회사로 가치가 높을 수록 1:0.35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부채를 감춰 가치를 부풀렸다(분식회계)고 보고 있다. 2012년 삼성바이오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삼성에피스를 설립할때, 콜옵션이 부여됐는데 부채로 처리되는 콜옵션 보유 사실이 회계장부에서 빠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두 회사 합병뒤 삼성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변경하는 등 가치가 부풀려져 제무재표에 반영됐다는게 검찰 주장이다. 반면 삼성측은 "국제 회계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셋째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보고받고 또는 지시 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한 예로 2018년 5월 5일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를 통해 삼성 임원들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없애기로 했고, 5일 후인 같은달 10일 이 부회장 주재로 열린 '승지원 회의'에서 결과를 보고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이 부회장측은 "회의는 열렸지만 회계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맞섰다. 경영권 승계 작업과 관련해서도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삼바 재판’ 나흘 뒤인 26일에는 9개월만에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이번 공판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한다. 재판부가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실효성 여부를 판단할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61·사법연수원 14기)을 지명했다. 강 전 재판관은 삼성의 준법감시노력을 평가해 내달 말까지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하면, 재판부는 이를 양형에 반영하게 된다.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의 공판준비기일이 3~5회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 공소장이 150페이지가 넘는데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의 항소이유서만 30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진행중인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과 내년 초부터 맞물려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부회장측이 경영권 승계 재판과 관련해 최근 '판사 출신' 변호인들을 대거 추가 선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간 법리싸움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재판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지 않겠냐"면서 "내년 9월만 되도 ‘대선 정국’에 들어가는 등 여러가지 정치 변수가 있다는 점과 코로나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재판이 더욱 길어지거나 오히려 짧게 끝날 수도 있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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