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택배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대필된 정황
[경향신문]

지난 8일 배송 중 숨진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48)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누군가가 대필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신청서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작성하게 규정돼 있다.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김씨가 일했던 CJ대한통운 서울강북지사 송천대리점은 지난달 10일 김씨를 포함한 택배기사 12명의 ‘특고 입직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김씨 등 9명은 같은달 15일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했다. 택배기사 등 14개 직종 특수고용(특고)노동자들은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산재보험 가입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제출된 신청서 사본을 보면, 김씨의 생전 자필과 김씨 신청서의 글씨체가 확연히 다르다. 또한 김씨 신청서와 다른 택배기사의 신청서의 글씨체가 같다. 양 의원은 “신청서 필적을 검토한 결과 3명이서 각 2장씩 총 6장의 신청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행 규칙에 따르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반드시 본인이 자필로 작성하게 돼 있다. 대필 작성이 최종 확인되면 김씨가 산재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양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해당 대리점주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보면 이름과 서명, 동의 여부 모두 택배기사들이 작성했다”며 “서류 일부 부분을 배송기사들이 잘못 작성해 해당 부분을 대행업체가 수정 접수하면서 나타난 실수”라고 밝혔다. “편의를 위한 배려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김씨와 동료들이 지난달에 한꺼번에 ‘입직신고서’를 낸 것도 석연치 않다. 송천대리점은 2010년 12월에 개업했고 김씨는 3년 이상 이 대리점에서 일해 왔다. 지난달인 산재보험 성립일자 및 입직일자와 개업일자가 10년이나 차이나는 것이다. 2012년 5월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고 업종은 입직신고가 의무다. 노동부는 양 의원에게 “성립일자 이전 특고 종사 여부를 조사해 산재보험료 소급부과와 과태료 등 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숨진 김씨는 오전 7시쯤 출근해 오후 3시쯤 분류작업을 마친 뒤 배송에 나섰다가 1시간여 만에 자신의 택배차량 안에서 119구급대에 의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는 결국 이날 오후 7시30분쯤 숨졌다.
특고노동자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내는 사용자들은 이 부담을 피하려는 등 이유로 적용제외 신청을 사실상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입직 특고노동자 10명 중 8명(53만2797명 중 42만4765명)이 산재보험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신청했다.
양 의원은 “노동부가 김씨 사망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엄중 처벌하고 산재보험 적용제외 조항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며 “원청인 CJ대한통운은 대리점 문제로 방치하지 말고 산재보험료 지원 등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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