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제조·유통업 경기전망, IMF 이후 최저 수준

2020. 10. 1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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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경기실사지수 '53', 소매유통경기실사지수 '74'
제조업 구조적 덫에 갇히고, 소비는 코로나19 공포 여전
[부산상의 제공]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부산지역 제조업과 소매유통업의 체감경기가 코로나19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제조업은 구조적 취약성이 불황을 고착화시킨다는 우려마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회장 허용도)는 14일, ‘4분기 부산 제조업과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조사결과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4분기 부산의 제조업 체감경기를 가늠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3’을 기록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최근 국내를 비롯해 주요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내수는 물론, 수출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출 ‘51’, 영업이익 ‘52’, 설비투자 ‘79’, 자금조달여건 ‘67’ 등 각 경영부문별 지수도 역대급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회복을, 그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 ‘40’, 섬유 ‘33’, 의복 ‘40’, 신발 ‘40’ 등 지역의 대표 소비재 업종의 지수가 모두 기준치(100)를 훨씬 밑돌았다.

자동차부품 ‘40’, 조선기자재 ‘53’, 기계장비 ‘52’, 제1차금속 ‘56’, 조립금속 ‘55’ 등 주력 업종들도 수요 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의 부진으로 최악의 시즌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처럼 지역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대표업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역 제조업의 구조적 취약성이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황의 여파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편, 조사 기업 74.8%는 올해 계획한 영업이익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목표치 달성을 예측한 기업은 23.6%였고 초과 달성을 예측하고 있는 기업은 1.6%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감소 수준은 10~30%가 73.8%로 가장 많았으나 30%를 넘을 것으로 보는 기업도 14.9%에 달했다.

코로나19 장기화를 감안해 정상경영을 유지할 수 있는 감내 기간을 물은 결과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52.9%의 기업이 내년 상반기 이상은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응답해 향후 한계기업 속출의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소매유통경기실사지수(RBSI)가 ‘50’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경험했던 지역의 소비시장은 재난지원금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나면서 점차 회복돼 3분기 지수가 ‘82’까지 올랐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인해 4분기에 다시 ‘74’로 떨어져 내수시장 안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태별로는 백화점이 ‘111’로 회복세가 예상되는 반면, 코로나19로 온라인 중심의 비대면 유통채널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규제에 묶여 영업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는 전망지수 ‘49’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슈퍼마켓과 편의점도 전망지수가 각각 ‘66’, ‘74’를 기록해 업황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대한 지역 소매유통업계의 핵심 대응전략으로는 조사응답 기업의 61.8%가 인건비나 운영비 같은 주요비용 절감을 꼽음에 따라 향후 지역 고용시장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상의 관계자는“제조업의 불황은 코로나19의 영향뿐만 아니라 전통제조업의 집중도가 높은 구조적인 부분도 맞물려 있는 만큼 운영자금지원 등 단기적 대응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 솔루션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업계도 최근 소비트렌드의 급격한 변화에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오래된 규제에 대한 전향적 개선과 더불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와 같은 창의적 소비플랫폼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cgn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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