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박세리 · 박인비의 길을 따라 걷는 '빨간 바지 마법사' 김세영

서대원 기자 2020. 10. 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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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리는 여자골프 스타 김세영 선수가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을 제패해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2015년 LPGA 투어 진출 이후 지난해까지 10승을 올린 김세영은 통산 11번째 우승을 첫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습니다. 김세영 선수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꿈꿔왔던 우승을 하게 됐는데, 이제 뭔가 꽉 찬 느낌?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는 것에 대해 크게 의식은 하지 않았지만 점점 LPGA 투어 경력이 쌓이면서 '아, 이제는 메이저 우승을 꼭 해야겠다. 진짜 해야 되겠다. 안 하면 뭔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정말 하게 돼서 너무나 기뻐요."


< 김세영 LPGA 투어 연도별 우승 >

2015년 3승
2016년 2승
2017년 1승
2018년 1승
2019년 3승
2020년 (시즌 진행중) 1승

김세영은 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2015년 3승을 시작으로 매년 1승 이상씩 올리며 지난해까지 10승을 쌓았지만 메이저 우승은 없었습니다. 메이저 대회에는 28번 출전해 준우승 두 차례를 포함해 '톱10'에만 8번 들었는데, 29번째 도전 만에 드디어 '메이저 퀸'으로 우뚝 섰습니다.


"메이저 대회는 일반 투어 대회와는 좀 다르게 코스의 특색이 있더라고요. 그린이 어렵다든가, 페어웨이가 좁거나 길거나, 아니면 러프가 유난히 길거나 이런 게 있는데, 그동안은 제가 코스를 이겨내려고만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는 좀 더 단순하게, 코스에 순응하면서, 코스의 특성을 이용하면서 갔던 게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5년 전인 2015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여제' 박인비에 밀려 준우승했던 김세영은 이번엔 마지막 날 박인비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우승했습니다.


"(박)인비 언니는 정말 존경하는 선배고 제가 좋아하는 선수인데, 이렇게 우승을 놓고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 자체가 영광이죠. 언니가 메이저 대회에서 더욱더 실력이 빛나는 선수인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견제도 많이 됐지만, 경쟁에 신경 쓰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제 스스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비 언니 덕분에 오히려 제 플레이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메이저 우승으로 김세영은 지난주 7위였던 세계 랭킹을 단숨에 2위로 끌어올리며 개인 최고 랭킹을 경신했습니다. 이전까지는 5위가 최고 순위였습니다. 올 시즌 각종 개인상 부문에서도 선두권에 포진했습니다.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68.391타로 2위 하타오카 나사(69.355타)에 1타 가까이 앞서 여유 있게 선두를 달리고 있고, 올해의 선수와 상금랭킹에서는 박인비에 이어 2위로 도약했습니다.


김세영에게 이번 우승이 값진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LPGA 투어 통산 11승째를 첫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한 김세영은 향후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을 위한 필수 조건 한 가지를 이번에 충족했습니다. 바로 '메이저 대회 우승'입니다.

<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조건 > (LPGA 공식 홈페이지)

1. LPGA 투어에서 10년 이상 현역 선수로 활동
2. 메이저 대회 우승, 베어 트로피(시즌 최저타수상), 올해의 선수상 가운데
적어도 하나를 수상.
3. 명예의 전당 포인트 27점을 채워야 함.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 대회 우승 2점, 베어 트로피와 올해의 선수상은 1점)

김세영은 현재까지 일반 대회 10회 우승으로 10점, 메이저 우승 1회로 2점 등 명예의 전당 포인트 12점을 쌓았습니다. LPGA 투어 활동은 올해가 6년째입니다. 10년 이상 현역으로 투어 생활을 하는 것과 일반 대회 승수를 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메이저 우승이나 최저타수상, 올해의 선수상 경력이 없으면 명예의 전당 가입이 불가능한 만큼 김세영은 명예의 전당으로 가는 길에 놓인 큰 장애물 한 개를 이번에 넘은 셈입니다. LPGA 명예의 전당 회원은 70년 역사상 25명에 불과하고, 한국 선수는 박세리와 박인비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박세리는 2007년에 한국 선수 최초로, 박인비는 2016년에 두 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습니다.)


"LPGA 명예의 전당은 오래전부터 가졌던 목표이자 꿈이죠.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불가능한 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제 앞에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봐요. 그러기 위해서 제가 더욱더 노력을 해야 하고요."


김세영은 한국 선수 통산 최다승 기록에서도 박세리(25승), 박인비(20승)에 이어 공동 3위로 올라섰습니다. (11승. 신지애와 공동 3위) 1993년생, 올해 27살로 앞으로도 투어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많고, 데뷔 후 6년 동안 매년 1승 이상 올린 꾸준함에 한 시즌 3승도 두 번(2015년, 2019년) 했을 정도의 폭발력도 가진 만큼, 김세영은 향후 더 많은 승수를 쌓고 박세리, 박인비의 기록에 한 발 한 발 근접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설' 박세리와 '여제' 박인비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빨간 바지 마법사' 김세영. 동시에 후배들이 따라 걷기를 꿈꾸는 '김세영의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서대원 기자sdw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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