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위·이효리 이어 BTS..중국, 외교 아닌 문화까지 태클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0. 10. 12. 22:39 수정 2020. 10. 1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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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엔 ‘방탄소년단(BTS)’과 ‘탈덕(팬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뜻하는 중국어 단어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BTS가 지난 7일(현지 시각) 밴플리트상을 받으며 소감문에 6·25전쟁을 단 한 차례 언급한 것이 빌미가 됐다.

중국은 BTS 리더인 RM이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2020년 연례행사는 올해가 6·25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습니다.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 및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한 문구를 문제 삼았다. 2분 50초 동안 영어로 진행된 소감 원문 전체 454개 단어 중 42개다. 6·25전쟁을 언급한 것은 이게 전부다. 나머지는 ‘글로벌 사회 연대의 힘’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은 “K팝을 좋아하는 애들은 모두 매국노다”, “미국 눈치를 보는 한국은 주권 의식도 없나”라고 반발했고, 중국 매체들도 이를 거들고 나섰다.

지난 10일 열린 유료 온라인 라이브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 현장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온라인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들과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북한의 남침 언급 안하는 중국

밴플리트상은 한·미 관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수상자가 6·25전쟁을 언급하는 것은 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트집을 잡고 나선 배경에는 6·25 전쟁을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의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고집이 있다. 중국 교과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6·25 발발 경위는 생략한 채 “미군이 38선을 넘어 압록강변까지 진출하고 (대만해협에 군함을 보내) 대만 해방을 방해하는 등 중국의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했다”며 중국군 참전의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교수)은 “중국 내부에선 마오쩌둥이 6.25전쟁 참전결정으로 본인 아들을 포함한 수많은 희생자를 낳는 실수를 범했다는 평가도 있다”며 “중국 당국은 마오쩌둥에 대한 미화를 위해 역사를 다르게 교육하기 시작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 이 같은 정서는 더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곤혹스러운 한국 기업

중국 내에서 논란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현대차, 휠라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와 관련된 게시글을 곧바로 삭제했다. 몇 해 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HAD) 사태’처럼 정치적 갈등이 경제 문제로 확산했던 ‘학습효과’ 탓에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한국 기업에 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중국 현지의 불매운동으로 롯데마트가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했고, 중국 관광객 통제로 국내 면세점과 숙박업 등이 큰 피해를 보았다. 국내 최대 콘텐츠 수출 산업인 게임 분야에선 중국이 3년 넘게 신규 게임 허가증(판호)을 내주지 않으며 중국 시장 진입이 원천 봉쇄된 상태다.

중국은 이후 문화 분야에서도 정치·외교적인 이유로 한국을 종종 압박하고 있다. 2016년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가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자, 중국 네티즌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겼다며 쯔위와 소속사를 맹비난했다. 최근 국내 인기 연예인인 이효리는 한국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마오쩌둥을 연상케 하는 예명 ‘마오’를 언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온라인 ‘악플’ 공격을 당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질문을 받고 “관련 보도와 중국 네티즌의 반응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를 교훈 삼고 미래를 바라보며 평화를 귀하게 여기고 우호를 촉진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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