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고산습지①] 생태계 고문서..원시의 나이테가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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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오름 왕국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생활의 터전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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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는 오름 왕국이다. 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냈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생활의 터전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왔다.
오름은 봉우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자그마치 368개나 된다고 한다. '제주'라는 하나의 섬에 있는 기생화산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오름 정상에는 화구호(火口湖·칼데라)도 있다. 거문오름·동수악·사라오름·물찻오름·물장오리·물영아리·어승생악이 대표적이다. 화구호는 화산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다. 산지 늪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는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비와 바람, 폭풍, 눈보라, 안개, 일출, 저녁놀 등의 자연현상과 어우러진 오름 정상의 화구호는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금 오름 산정 화구호에 올라 보라. 이곳에는 '생태계의 고문서'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작은 백록담'이다.
특히 산지 늪지대인 화구호는 내륙과는 다른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 평지대의 습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함께 각종 원시식물들이 수천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퇴적층(이탄층)을 이루며 쌓여있다. 한마디로 ‘원시의 나이테’다.
화구호는 또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다. 작은 우주다. 뭍사람은 별로 찾는 곳이 아니지만, 외려 제주의 속상을 볼 수 있어 좋다. 오름 정상에 산지 늪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진귀하고 낯선 미학인가?
■ 왕매, 한 때 백록담 버금가던 못…내륙화 진행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밤새 소낙비가 내리더니,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벵디못의 물안개가 금오름의 허리를 감쌌다. 선경(仙境)을 담아낸 듯 싶다.
표고 428m·비고 180m,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남동쪽에 자리 잡은 거문오름은 흔히 '금악오름' 또는 '금오름'이라고 부른다. ‘검·감·곰·금’은 어원상 신(神)이란 뜻이어서 옛날부터 신성시 했던 오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다. 남동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까지 20분 가량 느릿느릿 올라가면, 타원형의 화구와 산지 늪이 펼쳐진다. ‘왕매’라고 불리는 화구호다.
금오름은 제주시 서부권 대표 오름이다. 제주관광공사가 ‘9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으로 꼽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초원과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 저 멀리 협재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떠있는 비양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화구호의 둘레는 약 1.2㎞이며,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루고 있다. 꽤 큰 편이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천아오름·새미소오름·정물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완만한 언덕을 타고 목장지대가 펼쳐지며 다양한 수림의 경관이 뛰어나다.
1963년 한림읍에서 펴낸 읍지에는 ‘금악 상봉에는 넓이 약 3만평에 이르는 대분화구에 약 5000평의 내지가 있으니 이를 금악담(今岳潭)이라 한다. 천고에 청징하여 가뭄이 계속돼도 수심이 내리지 않으니…, 백록담 버금가는 분화구의 못’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화구호가 지닌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내륙화가 진행되면서 습지 특유의 생태적·문화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장마 때나 집중호우 때가 아니면, 물 고인 ‘왕매’를 볼 수 없다.
평소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곳 축산 농가들은 “금오름 일대에 소가 방목됐을 당시에는 물을 먹으러간 소들이 계속 바닥을 다져줘 좀처럼 물이 빠지는 일이 없었다”며 내륙화가 가뭄 탓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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