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 남획에 씨 마르는 물고기.. 어족자원 보호 '최후수단' [뉴스 인사이드]
해수부, 광어 금지체장 21→35cm로
살오징어는 12→15cm로 늘려 보호
어업인들 소득 급감 우려 반대 따라
당초 계획보다 늦춰지고 대폭 후퇴

올해 서해에 넙치가 씨가 말랐다. 예년만 못하다고 했던 지난해만 해도 20인승 낚싯배에 50마리씩은 족히 올라오던 넙치가 올해에는 채 10마리도 구경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군산 비응항에서 낚싯배를 운영하는 한 선장은 “어종마다 잡히는 주기가 있지만 광어는 2017년, 2018년에 너무 많이 잡아서 올해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광어가 자리를 비운 서해를 올해는 문어가 채웠다. 20인승 배 한척에서 문어 100마리씩, 많게는 200마리도 족히 낚아 올린다는 게 낚싯배 선장들과 낚시인들의 설명이다. 9월 주꾸미 금어기가 풀리면서 근해에서 ‘주꾸미 대첩’에 나설 채비를 하던 낚싯배들이 문어를 찾아 먼바다로 나간다고 한다. 내년, 내후년엔 문어 씨가 마를 걱정을 해야 할 참이다.

정부가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강화하는 것은 산란기 알배기 어미물고기와 어린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무분별한 자원 남획으로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지속 감소하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보기 위함이기도 하다.

기름가자미와 용가자미, 문치가자미, 참가자미 4종도 금지체장이 없거나 12∼15㎝이던 것을 20㎝로 통일했다. 어린 가자미를 뼈째 회로 판매하거나 한입 어포, 사료 등으로 유통하면서 최근 어획량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금어기·금지체장을 설정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어업인들의 생계가 걸려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개정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하려 했던 것을 내년 1월1일로 시행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이나 늦어졌다. 지난해 4월 정부가 발표했던 금어기, 금지체장은 이번 발표에서 대폭 후퇴했다. 어업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정’이 이뤄진 탓이다.

어업인이나 낚시인 등 이해단체에 요구에 따라 정부 정책이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며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금어기·금지체장 설정을 위해서 매년 수산자원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요 어종에 따라 자원보호방안, 회복방안 등을 수립한다”며 “지난해 정부가 입법예고한 수준이 자원 회복을 위해 필요한 수준이라는 판단이었지만 어업현장에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면 규제 준수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자원학적 견해와 어업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조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훈 부경대 해양수산경영학과 교수는 “금어기·금지체장은 자원관리에서 가장 기초적인 수단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의 어종에도 다양한 어업방식이 섞여 있는 문제 등이 있어 규제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금어기·금지체장과 동시에 총허용어획량(TAC) 관리를 강화하고, 어선 감척 사업 등을 통해 어업 강도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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