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진술 2주 숨긴 해경 "피살 공무원 도박 좋아했나" 묻기도

이슬비 기자 2020. 10. 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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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몰아가기 드러나 - 동료들 "월북 가능성 없다" 진술

해경이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사망 직전 모습과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동료 선원들로부터 “월북 가능성 없다”는 일치된 진술을 확보하고도 15일 이상 은폐하며 ‘월북’으로 몰아간 것으로 8일 확인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지난 9월 27일 전남 목포시 죽교동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전용부두에 정박하고 있다./김영근 기자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입수한 선원 13명의 진술 조서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이씨의 빚, 이혼, 채무 등 개인 사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씨의 가족관계와 평소 생활은 어땠나” “게임이나 도박을 좋아했나” “이씨와 금전 거래가 있었나” “성격이 어땠나” 등의 질문을 했다. 이에 선원들은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이혼과 채무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채무가 게임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혼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 “이혼 때문에 힘들어했을 것으로 보인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조사를 받은 13명 가운데 4명은 이씨와 일면식이 없어 조사 내용이 거의 없었다.

‘무궁화 10호’에 탑승한 동료 선원들이 지난달 24일 해경 조사를 받은 뒤, 질문과 답변을 요약해 해양수산부에 보고한 문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실

해경은 국방부가 이씨의 실종 사실을 언론에 처음으로 알린 지난달 23일 저녁부터 24일 오후까지 조사했다. 그러나 15일이 지난 8일까지 이씨의 생전 마지막 모습을 전하며 “월북 가능성과 징후가 전혀 없었다”고 했던 동료들의 증언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씨에 대해 사실상 자진 월북 의사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했다. 이양수 의원은 “동료 선원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해경이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몰아간 것은 정치적 의도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며 “정부의 수사와 발표 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이날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쉽진 않지만 조류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재를 이용할 경우 북한 측에서 발견된 위치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씨 휴대전화 전원이 물에 빠져 자연적으로 꺼진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꺼졌다고 하는데 (월북의) 정황 증거는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해경은 갑판 위에 남겨진 슬리퍼에 대해서도 승선원들 진술과 180도 다른 답변을 했다.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선원들 대부분이 슬리퍼에 대해 이씨 것이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해경은 “어떤 자료를 근거로 월북으로 판단하느냐”는 야당 의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청장은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야당 의원들이 “증거가 없지 않으냐”고 따지자, 김 청장은 “국방부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발표였다. 국방부 자료에 의해 (월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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