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요린이..어린이를 왜 초보라는 뜻으로 쓰시나요

탁지영 기자 2020. 10. 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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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MBC 프로그램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 홈페이지 캡처.


주린이, 헬린이, 골린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주식·헬스·골프 등 각종 분야 이름과 어린이를 합성한 단어인데요. 해당 분야의 초보를 일컫는 말로 사용합니다. MBC 프로그램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에선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요리 왕초보들에게 대놓고 ‘요린이’라고 하죠.

여기저기서 쓰이는 ‘○린이’, 이상하게 느끼진 않으셨나요?

국제아동인권센터 페이스북 캡처


국제아동인권센터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린이’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살폈습니다. 센터는 이 말에 “‘어린이는 미숙하다’ ‘어린이는 불완전한 존재다’라는 생각이 반영돼 있을지 모른다”고 합니다. ‘초보’ 또는 ‘어떤 일을 완벽히 잘 해내지 못함’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 어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어른들이 무심코 어린이를 ‘부족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죠.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린이’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트위터 이용자 ‘두○’은 “어린이는 무슨 일이든 다 초보라는 인식에서 나온 말인가. 어린이가 인생 몇 년 안 살았다기로서니 초보를 나타내는 말은 아닌데”라고 했습니다. 트위터 이용자 ‘묵○’은 “‘○린이’라는 표현을 지양한다”며 “어린 것을 곧 미숙한 것으로 보는 연령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 ‘김○○’은 “초보자의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대는 건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이라고 했습니다.

트위터 캡처.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저자 송해나도 트위터에 “어른의 미숙함을 어린이에 빗대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초보자로, 초심자로, 뉴비로 혹은 비기너로 부를 방법이 충분한데도 어린이의 이름을 빌리는 건 그 자체로 어른답지 못하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존중을”이라고 적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어린이를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합니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 아동을 존중하는 뜻의 말인 것이죠. 센터는 “어린이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기며 ‘○린이’ 대신 ‘-초보’로 바꿔서 사용하자”고 제안합니다. 이제부터 ‘주식 초보’ ‘헬스 입문자’ 등으로 바꿔 쓰는 건 어떨까요?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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