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통령 토론]코로나19·대법관 인선 등 충돌..트럼프 "펜스가 이겼다"(종합)
펜스 "바이든, 中 공산당의 치어리더..中과 싸우지도 않아"
연방대법관·환경 문제 두고도 설전..양 진영, 서로 승리 주장
[서울=뉴시스] 김난영 양소리 기자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공개 토론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미국에서만 21만명 이상을 사망케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날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트럼프 행정부 대응 실패" vs "바이든 계획은 표절"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채널과 각종 현지 언론으로 생중계된 7일(현지시간) 토론에서 두 후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적절성을 놓고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펼쳤다. 해리스 후보는 토론 초반 트럼프 행정부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미국 국민은 이 나라 역사상 그 어떤 정부보다 막대한 실패를 목격했다"라고 강력 비난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올 초 코로나19 심각성을 알고도 숨겼다며 "심각성을 축소했다"라고 일갈했다. 앞서 미 언론인 밥 우드워드는 신간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코로나19가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 초기 "더위가 바이러스를 죽일 것" 등 발언을 하며 위험성을 경시했었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 1월28일 대통령과 부통령은 이 팬데믹의 본질을 들었다"라며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알고도 은폐했고, 대통령은 이를 거짓말이라고 했다"라고 몰아세웠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후보에게 특출한 코로나19 대응 계획이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그는 바이든 팀의 코로나19 대응 계획을 두고 "약간 표절처럼 보인다"라고 했다. 또 코로나19 확산 책임은 중국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1월이 끝나기 전에 중국발 여행객 입국을 모두 금지했다"라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아울러 백악관 내 코로나19 확산 진원으로 지목되는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식에 관해선 "그건 우리 과학자 모두가 반복적으로 조언해온 야외 행사였다"라고 항변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미국 국민을 신뢰하고, 그들 건강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선택을 한다"라고 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제조업 일자리 상실" vs "바이든은 중국 공산당 치어리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관한 설전도 이어졌다. 해리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 조정'이라고 주장해온 미중 무역전쟁을 거론, "행정부의 대중국 접근법 및 관점은 미국인의 생명, 직업, 그리고 미국의 입지를 잃어버리게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당신 행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졌다"라며 "소위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미국은 3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라고 몰아세웠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겐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성취한 모든 업적을 치워버려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은 한 번도 (중국과) 싸우지 않았다"라고 반격했다. 아울러 "바이든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중국 공산당의 치어리더였다"라고 발언,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사용해온 '친중 공세'도 던졌다. 그는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저지 차원의 중국발 여행객 입국 금지를 거론하며 "바이든은 그 결정에 반대했다"라고 반격했다.
◇"대법관 늘릴 건가" 질문에 즉답 피한 해리스…"국민이 대법관 선택을"
토론에선 향후 연방대법원 이념 구성 문제에 관한 격돌도 이어졌다. 펜스 부통령은 민주당 내부에서 거론돼온 '대법관 확대를 통한 이념 균형 수립' 복안을 거론, "(선거에서 이긴다면) 대법관 자리를 늘릴 계획인가"라고 몰아세웠다.
지난달 타계한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은 이른바 대법원 내 '진보의 보루'로 불렸다. 그가 사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는 보수 성향으로, 그가 임명될 경우 대법원 이념 균형추는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보수 쪽으로 기운다.
펜스 부통령은 "기존 경기 규칙에 따라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꾸겠다니. 너무 전형적이지 않나"라고 따졌다. 이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정말 대법관 관련 법안을 고칠 예정인가"라고 해리스 후보에게 거듭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해리스 후보는 즉답을 피하며 "바이든 후보와 내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 국민은 지금 (대선) 투표에 나섰다. 누가 대법관이 되어야 하는지는 그들이 선택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법관 수 문제가 아니라 인준 절차 강행 문제로 화두를 돌린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에 "당신은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바이든 후보 역시 답을 하지 않았다"고 압박하며 "국민은 솔직한 답변을 들을 자격이 있다"라고 했다.
◇"기후변화, 삶 위협" vs "실존적 위협 아냐"
이 밖에도 토론에선 국제적 화두인 기후 변화 위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펜스 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해리스 후보가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발언하자 "실존적 위협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펜스 부통령은 "오늘날 100년 전보다 더 많은 허리케인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며 "그런데 환경론자들은 그저 그린뉴딜을 추진하기 위해 허리케인, 자연 발생 화재 등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 후보는 민주당이 집권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만 '그린뉴딜' 정책에 관해선 "바이든 후보가 급진적 그린뉴딜 정책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린뉴딜이란 민주당 내 진보 진영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주장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이들은 현재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 해결하기 위한 급진적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CNN에 따르면 이날 토론에서 펜스 부통령은 36분27초, 해리스 후보는 36분24초를 발언했다. 이들은 각 주제가 진행될 때마다 발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였다. 해리스 후보는 펜스 부통령이 자신 답변 과정에 끼어들자 "내가 말하고 있다"라고 여러 차례 저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 펜스가 크게 이겼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해리스 후보를 태그한 뒤 "당신은 오늘 밤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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