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거부 사죄' 의대생 청원글 올라왔지만.. "과도한 특혜 안돼"
"사과와 시험은 별개다. 사과한다고 재응시를 허락하는 건 과도한 특혜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가고시(국시)를 거부했다는 한 의대생의 사과글이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결국 추가 응시를 호소하기 위한 사과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가 하면, 익명 청원글로 전체 의대생들의 뜻을 대변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자신을 ‘얼마 전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한 학생’이라 밝힌 글쓴이는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시 접수를 취소했던 의대생이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리고 국시 추가 응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국시 거부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여러 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시험을 치지 않기로 천명했던 학생들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대승적 결단을 기다린다'고 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 이를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앞으로의 의료공백과 그에 따른 지역사회 의료 질 저하를 함께 감내해주길 부탁드리는 것은 더더욱 염치없는 일일 것이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이와 같은 파괴적인 의료 공백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후회스럽다"면서 "학생들이 더 큰 우(愚)를 범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기를 감히 국민 여러분께 간청드린다"고 적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한 부동산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는 ‘반성 없는 의대생들 여전히 형식적이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집단의 목소리는 명분이 선의적이어야 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라며 "그들이 부린 욕심이 과연 자기들의 안위를 위한 것이었는지 국민들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스스로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썼다.
게시글에는 "사과는 알겠으니 시험은 내년에 봐라" "정부에서 다시 접수하라고 일주일 기회 줬을 때 했어야 한다" "‘오죽하면 학생들까지 나섰을까’ 생각했고 그 결기를 믿어주고 싶었지만 이제 와서 번복한다고 하니 기대가 박살났다" 등 댓글이 달렸다.

포털 사이트에도 "의대생들은 자신들의 1년이라는 시간과 의료공백 1년을 걸고 싸웠으니 대승적으로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부터 외우길" "당연히 내년에 봐야 한다. 다시 시험치게 해줄 거라고 생각하며 특혜를 기대한 게 어이없다" 등 반응이 이어졌다.
사과글의 진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해당 청원글에는 "본인 이름 걸고 성명문을 써라. 의대생인 것을 인증도 안 하고 대표성도 없으면서 마치 본인이 의대생 대표의 자격으로 말하는 척 하지 말라"며 "사칭이 의심된다"는 댓글이 달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도 "저 청원글 진짜 의대생이 썼을까? 얼굴, 이름 밝히지 않는 이상 못 믿겠다" "의대생 전체가 사과하지 않는 이상 의미없다"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청원 댓글에는 "코로나 사태에 전공의와 필수의료진도 모두 나가 파업을 했다. 장차 최대 피해자가 될 우리(의대생)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이 그토록 부끄럽나. 다수의 의대생들은 사과에 대한 생각이 없다"며 청원인의 ‘대국민 사과’에 반발하는 댓글도 달렸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한 것은 앞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와 관련, 의료계가 의견을 번복하면서부터다.
앞서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지난 8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에 반발해 국시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응시 대상자 가운데 86%가 실제로 시험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달 24일 입장을 번복해 응시 의사를 밝혔고, 이후 의료계는 정부·여당에 지속적으로 의대생 구제를 요청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마저 자체 규정을 어겨가며 시험을 취소한 의대생들에게 수수료를 환불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논란은 재차 불거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에 따르면, 국시원은 학교를 통해 단체로 시험을 취소를 한 응시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재차 취소 의사를 확인한 후 응시료 절반을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국시원이 ‘응시자 본인이 직접 취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환불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부당한 배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의대생 국시 재응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원 게시글이)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는 생각한다"면서도 "몇몇 사람의 사과로 의대생들의 국시 재응시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도가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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