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서 이상행동 보이던 돌고래 '안덕' 폐사, 올해만 세번째 죽음
[경향신문]
지난 8월 말 제주도의 돌고래쇼 및 체험시설 마린파크에서 심각한 이상행동을 보여온 돌고래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마린파크는 정부의 실태 점검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곳으로 확인됐던 곳으로, 최근 10년 간 모두 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한 수족관이다.

해양환경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7일 성명을 통해 마린파크에서 큰돌고래 ‘안덕이’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에서 “2020년에만 벌써 세 번째 수족관 돌고래 폐사 소식이 들려온 것”이라며 “지난 7월 20일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루이가 폐사한 것을 시작으로 7월 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큰돌고래 고장수가 폐사했고 뒤이어 제주 마린파크의 폐사가 전해져 2020년은 유난히 돌고래들이 많이 죽은 해로 기록”되었다고 설명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안덕이는 마린파크가 일본의 잔혹한 돌고래 학살지 다이지마을에서 2011년에 수입해온 암컷 큰돌고래로, 반복되는 정형행동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어온 개체다. 핫핑크돌핀스가 2019년 4월 제주 마린파크를 찾아 돌고래들의 활동 상태를 점검했을 때 이 수족관 돌고래들은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총 4마리의 돌고래들은 단조로운 환경에서 그저 수면 위에 둥둥 떠 있거나 또는 무의미한 동작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돌고래들이 마음껏 움직이기 힘든 좁은 수조에서의 감금 생활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적·정신적으로 상해를 입은 상태로 보였던 것이다.
핫핑크돌핀스는 “당시 마린파크 돌고래들에게서 어떤 삶의 의지나 활력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곳에서 당장 돌고래가 폐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며 “이 돌고래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개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폐사한 안덕이는 핫핑크돌핀스의 현장 모니터링 당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에 들어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수면에 떠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던 개체다. 현재 국내에는 수족관 사육 돌고래들의 감금 트라우마 혹은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수의사나 전문가도 거의 없고, 치료제도 없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에 따르면 2008년 개관한 마린파크에서는 최근 10년 간 모두 5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한 바 있다. 2010년에는 2009년 3월 수입한 ‘마린’과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돌고래 두 마리가 심장마비와 폐렴으로 폐사했고, 2014년에는 2011년 수입한 돌고래 ‘알콩’이 림프선농양으로 폐사했다. 또 2015년에는 2014년에 수입해 들어온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돌고래 ‘솔잎’이 당뇨로 죽었다. 이번에 폐사한 ‘안덕’까지 5마리의 돌고래들이 수입된 지 평균 3년여 만에 폐사한 것이다.
현재 마린파크에는 사망한 ‘안덕’ 외에 일본 다이지에서 포획되어 2009년 수입된 암컷 ‘화순’과 2011년 수입된 수컷 ‘달콩’, 2015년 수입된 수컷 ‘낙원’까지 총 3마리의 큰 돌고래가 남아 있는 상태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고래류를 사육하는 시설이라면 당연히 해양동물을 전문으로 관리하는 수의사를 고용하여 돌고래들의 상태가 나빠지기 전에 미리 적정한 사육환경 마련, 부족한 사육시설 개선과 행동풍부화 등의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폐사를 예방했어야 한다”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에서는 전문 수의사라고 해도 손쓸 여지가 별로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마린파크는 심한 정형행동을 보이는 돌고래들을 위해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수의사의 적절한 의료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10일 실시한 ‘마린파크 수족관 서식실태 점검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수부는 지난 7월 국내 수족관에서 돌고래 폐사가 이어지자 전국 7개의 고래류 사육시설에 대한 실태 점검을 벌인 바 있는데, 점검 결과 마린파크는 가장 문제가 많은 기관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마린파크 측에 ‘수질 관리방법 보완’ ‘보유생물 검사 및 관리 부족’ ‘돌고래 정형행동 보임’ ‘행동풍부화 및 메디컬 트레이닝 시급’ 등을 지적했다. 다른 수족관들이 해수부 점검에서 ‘적정 관리 필요’ ‘다소 미흡’ ‘보완 필요’ 등의 지적을 받은 것과는 달리 마린파크의 상황은 수질에서부터 사육 동물의 건강상태, 관리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제가 심각했다고 나타났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해수부의 기관별 점검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마린파크의 돌고래들이 활동성이 둔하고 정형행동을 보이고 있음’과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생물과 접촉시 사전 방역 조치 미흡’이라고 적힌 부분”이라며 “마린파크는 돌고래들을 제대로 사육하지 못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이었으며, 이는 돌고래의 폐사로 이어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마린파크는 안덕이의 죽음에 대해 ‘면역력 저하에 따른 노령사’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핫핑크돌핀스는 “해양수산부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마린파크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은 수족관 돌고래 폐사를 막지 못한 직무유기를 반성하고 큰돌고래 폐사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마린파크처럼 제대로 돌고래를 사육하기가 불가능한 시설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폐쇄 등 보다 강력한 행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또 “적당한 장소에 바다쉼터 같은 생츄어리를 조속히 마련하여 계속되는 수족관 사육 돌고래의 폐사를 근본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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