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나훈아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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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SF문학계의 나훈아 쯤은 될 아서 C.클라크가 불현듯 생각난 건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TV콘서트를 보면서였다.
지구촌 곳곳, 삼천리 방방곡곡 1000곳에 자리잡은 관객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난 달 초 나훈아의 새 앨범 '아홉 이야기'에 실린 노래 중 '테스형'을 듣고 감탄해 노래 일부를 인스타그램에 올린 적이 있다.
연휴로 며칠 쉬었던 일간지들이 다시 신문을 내자마자 나훈아 온라인 콘서트 리뷰 기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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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테스형 #나훈아 #새앨범 #thisisswag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나훈아 '테스형' 中-
뮤직비디오처럼 그의 가사는 쉽다. 쉬우면서 정곡을 찌른다. 단순하지만 단단한 단어를 쓴다. 가장 어려운 경지다. 다음 가사들을 보자
▶ 나훈아 - 테스형 MV 보러가기
[ http://asq.kr/KRBEy1bnP5jR ]
(갈무리)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 도대체 왜 이런지 몰라
꼬집어 말할 순 없어도 / 서러운 마음 나도 몰라
잊어야 하는 줄은 알아 / 이제는 남인 줄도 알아
알면서 왜 이런지 몰라 / 두 눈에 눈물 고였잖아
이러는 내가 정말 싫어 / 이러는 내가 정말 미워
이제는 정말 잊어야지 / 오늘도 사랑 갈무리
(잡초)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 이름모를 잡초야
발이라도 있으면은 님 찾아갈텐데 / 손이라도 있으면은 님 부를텐데
이것저것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 아무것도 가진 게 없네
(무시로)
이미 와버린 이별인데 슬퍼도 울지 말아요 / 이미 때늦은 이별인데 미련은 두지 말아요
눈물을 감추어요 눈물을 아껴요 / 이별보다 더 아픈게 외로움인데
무시로 무시로 그리울 때 그 때 울어요
"나훈아는 사람들이 생각지 못하는 걸 노랫말로 써요. 잡초, 땡벌, 홍시···. '무시로'의 뜻이 '시시때때로, 수시로'인 거 아셨어요? '수시로, 수시로'라고 불렀으면 재미없었을 텐데 무시로라고 하니까 너무 멋있는 거죠. 일상에서 뽑아내는 감수성이 어마어마해요."
-9월8일 자 조선일보-
얼핏 들으면 저잣거리에서 막 뽑아내는 것 같아도 결코 막나가는 품위 없는 가사도 아니고 한번 들으면 딱 알아들을 수 있게 직관적이다. 그러면서도 꼭 들어맞는 비유법을 아끼지 않는다. 부사와 동사는 강력하고 무엇보다 뭔가 설명하기 쉽지 않아 입가를 맴도는 인생의 단면을 쉬운 말로 풀어 말문을 트이게 하는 느낌이다.
2020년 추석은 나훈아의 추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난리였다. 온라인 세상 특유의 호들갑 느낌이 없진 않지만, 오랜만에 지상파TV가 국민통합이라는 '올드한' 기능을 제대로 보여준 이벤트였다. 아직 이 정도로 시민들을 (부정적인 '바이럴'과 '버즈'로서가 아니라) 통합해낼 수 있는 미디어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새삼스럽다. 연휴로 며칠 쉬었던 일간지들이 다시 신문을 내자마자 나훈아 온라인 콘서트 리뷰 기사를 올렸다. 출근해서 신문을 펼쳐보니 다시 마음에 잔상을 남기는 나훈아 '어록' 하나가 눈에 띈다.
'어떤 가수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유행가는 말 그대로 흘러가는 노래이고 유행가 가수는 흘러가는 거지, 뭘로 남고 싶다는 것 자체가 웃기다'는 거였다. 주겠다는 훈장을 왜 안받았냐는 질문에는 자신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훈장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소한 데 집착을 하다못해 집착하지 말자는데 집착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여름을 물리치고 시나브로 불어온 서늘한 가을 바람같은 말이었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져 있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아래 주소로 접속하시면 음성으로 기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https://news.sbs.co.kr/d/?id=N10060094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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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이런 사랑 못할 것" 한국 재즈 대모, 별이 되다
[ http://asq.kr/DGDh27QVwG4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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