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한진중공업 '갑질' 덜미.. 부당 특약에 추가비용 떠넘기기까지

우상규 2020. 10. 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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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급업체에 먼저 일을 시킨 뒤 나중에 계약서를 발급하고,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신한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한중공업은 2014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76개 하도급 업체에 9931건의 선박 또는 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작업 내용 및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지연 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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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시작 후 계약서 발급하기도
신한중공업이 주력으로 제조하는 데크 하우스(Deck House).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하도급업체에 먼저 일을 시킨 뒤 나중에 계약서를 발급하고,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는 등 ‘갑질’을 일삼은 신한중공업과 한진중공업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다.

공정위는 신한중공업에 시정명령과 법인고발, 한진중공업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조치를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신한중공업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올해 6월30일 법원의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았으며, 과징금 부과시 협력업체들이 신한중공업으로부터 배상받을 금액이 적어지는 등 오히려 협력업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신한중공업은 2014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76개 하도급 업체에 9931건의 선박 또는 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작업 내용 및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지연 발급했다. 총 9931건 중 작업이 완료되기 전까지도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경우가 9874건, 작업이 시작된 후 계약서를 지연 발급한 경우가 957건이었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및 대금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한 뒤, 신한중공업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신한중공업은 또 2016년 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7개 사내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활한 생산활동을 위해 총 계약금액의 3% 이내의 수정·추가 작업 내역은 본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계약 조건을 설정했다. 신한중공업의 설계변경 또는 지시 등에 따라 하도급업체가 수정·추가 작업을 하는 경우 그 비용은 신한중공업이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하도급업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부당한 특약 설정 행위다.

신한중공업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6개 사내 하도급 업체에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단가를 전년보다 일률적으로 7% 인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종전 단가 기준(72억원) 대비 5억원의 하도급 대금을 줄였다.

한진중공업도 비슷했다. 이 회사는 2014년 1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23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내용과 하도급대금 및 지급방법 등 법정 기재사항을 기재한 서면을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시작한 이후 발급했다. 서면 발급의무 위반 57건 가운데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은  경우가 2건, 작업 완료 후 서면을 발급한 경우가 35건, 작업 착수 이후 작업 완료일 이전 발급이 20건이었다.
장혜림 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이 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한중공업(주), (주)한진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부당한 특약도 설정했다. 한진중공업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하도급 업체와 의장 공사 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갑(한진중공업)의 귀책사유로 인한 재작업 및 도면개정으로 발생한 물량은 당초 계약물량의 5% 이내의 작업에 대해서는 본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조건을 설정했다.

하도급대금을 최저 입찰금액보다 낮추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2017년 8월 최저가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공사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 입찰업체와 추가협상을 통해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1000만원 낮은 4억1000만원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오랫동안 문제점이 지적돼 온 조선 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앞으로도 감시 및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하도급 업체가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속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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