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적 분쟁 소지에 '강남 3구만 가능한' 서초구 재산세 환급

허남설 기자 2020. 10. 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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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초구는 추석 명절 연휴를 한 주가량 앞둔 지난 9월25일 ‘재산세 환급’이란 소식을 띄웠다.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소유자에게 이미 납부한 재산세 50%를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재산세 중 서울시 몫 50%를 빼고 나머지 중 50%이므로 실제로는 25%다. 개별 액수는 최소 1만원에서 최대 45만원으로 평균 10만원 정도다. 서초구는 “올해 안에 환급”이라며 시기도 못박았다.

하지만 서초구 주민들이 감면 받은 재산세를 실제 손에 쥐는 날이 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단 법적 문제부터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서초구가 재산세 환급 명분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침체 극복을 꼽은 만큼 ‘환급 시기’도 중요한 쟁점인데,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올해 안 환급’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서초구 집값이 서울에서 높은 편이어서 서초구 사례가 다른 자치구나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기도 어렵다. 소득과 자산이 많을수록 더 많이 낸 세금을 공동체 전체에 사용한다는 과세 원칙을 깨고, 자산 보유자에게만 세금을 깎는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공원 일대.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정부 유권해석 대신 로펌 법률자문?

지방세법 제111조1항은 주택 과세표준을 6000만원 이하, 60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1억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억원 초과로 규정한다. 서초구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재산세 환급을 위해 ‘서울특별시 서초구 구세 조례’에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를 뺀 1가구 1주택자는 재산세 표준세율을 50% 인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경우 종부세를 낸다. 서초구는 사실상 지방세법에 없는 ‘공시가격 9억원 이하’란 새 과세표준을 만든 셈이다.

서초구 조례가 상위법인 지방세법과 충돌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에 위임한 범위를 벗어났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의회도 조례를 심의하며 이 문제를 두고 논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의원들은 정부 유권해석을 받지 않고 조례 개정을 추진하는 점을 비판했다. 김정우 구의원은 지난달 23일 긴급현안질문에서 “상위법 위반에 관한 유권해석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조례 개정을 강행하면 서울시의 재의 요구, 집행정지 신청,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행정력 낭비와 혼란이 우려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옥준 구의원은 24일 재정건설위원회 회의에서 “(유권해석 결과가) 위법이라고 나올까봐 안 받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초구는 유권해석은 강제성이 없고, 법무법인 2곳에서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긴급현안질문 당시 “유권해석은 행정기관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유권해석보다는 실질적 법률검토를 수행하는 법률가로부터 자문을 구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순주환 서초구 기획재정국장은 재정건설위원회 회의 당시 “(지방세)법은 세율 조정 이유와 상한과 적용기간, 이런 것만 명시했고 나머지 세부적인 것은 조례에 위임했다”면서 “유권해석을 의뢰하면 그 결과가 보통 ‘견해는 이러한데 여건에 따라서 판단하라’, 이렇게 내려오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어서 우리는 변호사 자문을 받아서 진행했다”고 답했다.

조 구청장이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재산세 환급 추진에 속도를 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등 사안이 쟁점으로 떠오를수록 조 구청장의 선명성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조은희 서초구청장. 서초구 제공


■“서초구에서 12%가 노원구에선 99%”

조은희 구청장은 지난달 25일 재산세 환급 계획을 밝힌 보도자료를 내면서 “서초구의 시도가 마중물이 돼 다른 자치구도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초구 재산세 감경 단독 추진’, ‘서울 유일 야당구청장, 1대 24의 반대 딛고 준비’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서초구와 다른 자치구 집값 차이를 외면한 주장이란 비판이 나온다. 여야가 아닌 현실이 문제다. 다른 지자체는 재정 여건상 서초구식 재산세 환급을 따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초구가 말하는 ‘1대 24’는 지난 8월31일 열린 서울 25개 자치구 구청장협의회에서 조 구청장이 제안한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 감면안’이 부결된 상황을 가리킨다. 당시 결과는 반대 21, 보류 3, 찬성 1이었다.

구청장협의회는 지난 2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각 구별로 처한 여건을 반영하면 구세분(재산세 중 자치구 몫)의 실제 경감비율은 자치구별로 최대 8배까지 차이가 난다”며 “서초구의 50% 구세분 경감세액은 2020년 재산세 부과 총액의 1.67%에 불과하지만 다른 자치구의 경우 14.49%에 해당하는 등 큰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윤기 서울시의원(민주당)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초구 재산세 환급안이 “부자 자치구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9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를 비교하면 서초구는 8만2652건에 254억원, 노원구는 20만7664건에 322억원”이라며 “서초구 9억원 이하 주택 재산세는 주택분 재산세 2172억원의 11.7%인 254억원인데, 노원구는 323억원의 99.8%인 322억원”이라고 했다.

서초구의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구의회 재정건설위원장인 오세철 의원(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회의에서 “서초구는 실질적으로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세금이 워낙 많아서 큰 문제가 없지만, ‘강남 4구’ 정도 빼면 나머지는 지방세 90% 정도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라면서 “전체적으로 파장이 미칠 영향은 생각 안 해봤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순주환 기획재정국장은 “재산세 감면은 최고 50%이므로 여건에 따라서 40%나 30%로 조정할 수 있다”면서 “다른 구에서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취약계층 지원’보다 ‘세금폭탄론’에 초점

재산세 환급은 자산(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받는 혜택이란 점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명분으로 든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세법 제111조3항은 ‘지자체장은 재해 등 발생으로 재산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최대 50%를 가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서초구는 코로나19 확산을 ‘재해 등 발생’ 상황으로 해석해 재산세 환급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으로 잡으면서 환급 범위에 시세 15억원 상당의 고가주택 소유자들도 상당수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 지원보다는 정부 부동산 정책 비판에 무게가 실린 게 사실이다.

서초구도 “1가구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언급하며 ‘세금폭탄론’을 부각한다. 서초구는 “서초구의 경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22.5% 급등했고, 주택분 재산세 납부액이 최근 3년 동안 72%나 올랐다”며 “부동산 투기와는 전혀 무관한 1가구 1주택자, 중산층 서민들도 세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은희 구청장은 “정부 차원에서 재산세 세율 인하를 빨리 시행해 세금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눈물을 하루빨리 닦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득과 자산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며, 이 세금은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하는 등 공동체에 고루 쓴다는 원칙을 깼다는 비판도 있다. 김정우 구의원은 지난달 23일 긴급현안질문에서 “재산세 감면은 자산을 보유한 유주택자와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납세자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역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부동산 보유세는 공동체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입지의 편익을 누리는 대가를 사회에 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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