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확진·요동치는 美대선..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향배는

최은지 기자 2020. 10. 4. 13:1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대통령·김위원장·트럼프 대통령 '서신외교'로 우선 상황관리 만전
'10월 서프라이즈' 제동..상황 주시하며 11월 美대선 이후 본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위로전을 보내면서 한층 기대감이 일었던 '10월 서프라이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 일정 취소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이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면서 11월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아가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미국 대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팬데믹이 대선 정국의 최대 변수로 급부상했다. 유권자와의 접촉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가 코로나19 위기관리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평화구상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등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어져 왔기에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궤도가 정해질 수밖에 없다.

'톱다운 방식'의 평화 프로세스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중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세 차례 만났다. 지난해 2월 이후 북미협상이 멈춰 섰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경우 전통적인 방식의 실무협상을 중시하는 스타일인 것으로 평가되면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까지 유지해 온 평화 프로세스의 방식에 수정이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최근 속도를 다시 내는 듯 하던 한반도 대화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당장 폼페이오 장관이 오는 7~8일 일정으로 방한할 계획을 4일 연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에서 열리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을 계기로 몽골과 한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상황에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재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기대했던 '10월 서프라이즈'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반전 카드로 북미 정상 간 깜짝 대화나 소규모 합의를 할 가능성을 뜻하는 '10월 서프라이즈'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잇달아 방미길에 오르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연기로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전날(3일) KBS 9시뉴스에 출연해 "'옥토버 서프라이즈'라는 말이 처음 나올 때부터 현실성이 높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 대선 결과에 대한 전망에 대해 "(저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며 "미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와 협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가 아주 명민한 외교를 펴면 얼마든지, 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2019.6.30/뉴스1

다만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장담할 수 없는 '각본없는 드라마'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이에 청와대는 변함없이 상황 관리에 주력하면서 미국 대선 이후의 큰 궤도를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던 것 역시 11월 미국 대선 전에 한반도 상황을 환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다지면서 이후 상황관리를 했던 것으로도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우리나라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와 국민에게 공식 사과하면서도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것 역시 대화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초 김 위원장과 서한을 주고받으면서 남북 정상 간 신뢰를 재차 확인하기도 했다.

북미회담 결렬 이후 올해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김 위원장 역시 대외 행보를 자제하면서 친서외교를 통해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 특히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과 영부인이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라며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위로서신을 발송했다. 이는 조선중앙통신의 3일자 보도로 알려졌는데, 북한이 북미 정상 간 서신 발송과 그 전문을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오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과 11월 미국 대선 등 일정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의 향후 대외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올해의 이 시간들'이라고 언급한 것 역시 미국 대선 이후의 상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11월 미국 대선 전 남북 정상이 만나 대선 이후 상황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문 특보는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구두 사과도 필요하다면서 "11월이 되면 미국 대선이 끝나니 그 후에 어떻게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추동해 나가느냐는 것을 두 정상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ilverpap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