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납세의무, 과점주주의 과점주주에게 무한정 지울 수 없다

김용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20. 10. 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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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 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제2차 납세의무, 과점주주의 과점주주에게 무한정 지울 수 없다.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제33기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모회사(甲)가 자회사(乙)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다시 자회사(乙)가 손자회사(丙)의 지분 82%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丙회사의 체납세금이 발생하였고 丙회사는 이를 납부할 자력이 없었다. 이러한 경우 丙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甲, 乙이 丙회사의 체납세금을 대신 납부할 의무가 있는가?

대법원은 이러한 사안에 대해 甲은 丙회사의 과점주주가 아니라고 보아 甲에게는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8두36110 판결).

제2차 납세의무란 본래 납세의무자의 재산으로는 납부할 세금을 충당하기 부족한 경우, 그 부족세액을 납세의무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 보충적으로 징수하는 납세의무를 말한다. 민사상 보증채무와 유사하다.

세법은 대상사안처럼 법인의 체납세액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과점주주 등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고, 그 외 특수한 경우로 해산법인의 체납세액에 대해서는 청산인 등에게, 사업이 포괄적으로 양도∙양수된 경우 사업양도인의 체납세액에 대해서는 사업양수인에게 각 제2차 납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법인에 대해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란 주주 또는 유한책임사원 1인과 그의 특수관계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로서 그들의 소유주식의 합계 또는 출자액의 합계가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0%을 초과하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자들을 말한다. 쉽게 말해, 어느 법인에 대해 주주 자신과 그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합해 50%를 넘게 보유한 경우이다.

대상사안에서 손자회사인 丙에 대해 乙은 주식 82%를 보유하고 있어 과점주주임이 분명하다. 과세관청은 우선 丙회사의 체납세금에 관해 乙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세금을 부과하였으나, 乙 역시 이를 납부하지 않았다. 이에 과세관청은 乙에 대해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甲에게 재차 丙회사의 체납세금을 부과하였다.

그런데 甲은 [甲 → 乙 → 丙]으로 순차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뿐 丙에 대해 직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丙에 대한 관계에서 甲은 직접 과점주주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과세관청은 본래 납세의무자인 丙회사의 과점주주(1차 과점주주. 乙회사)가 제2차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차 과점주주의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 甲회사)가 재차 제2차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민사상 보증채무에 대해 재차 보증하는 ‘부보증(副保證)’과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세논리가 허용될 경우, [A → B → C → … → Z]로 순차 주식보유를 하고 있을 때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어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거래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다.

이를 감안하여 대법원은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는 사법상 주주 유한책임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로서 본래의 납세의무자가 아닌 제3자에게 보충적인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본래 납세자의 과점주주의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는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丙회사의 체납세금에 대해 직접 과점주주인 乙만이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乙의 주주일 뿐 丙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甲에 대해서는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2차 과점주주’의 책임범위를 제한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

다만, 주의할 것은 위 사례에서 ① 乙 명의로 보유하는 丙회사 발행주식이 명의신탁 등으로 실제로는 甲의 소유로 볼 수 있는 경우, 또는 ② 甲이 乙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甲이 丙에 대해서도 일부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甲의 丙회사에 대한 지분율과 乙의 丙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합하여 50%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甲이 丙회사에 대한 과점주주에 해당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종래 대법원은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에 관해서는, 사업양도인이 체납한 당해 사업에 관한 세금에 대하여 사업양수인인 법인이 제2차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한 적이 있고, 이 판례는 아직까지 변경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거듭된 제2차 납세의무’가 제한되는 것은 ‘과점주주의 과점주주(2차 과점주주)인 경우’이고, ‘사업양수인의 제2차 납세의무를 그 사업양수인의 과점주주가 재차 부담하는 경우’ 등과 같이 서로 다른 원인이 결합된 사안에서는 여전히 제2차 납세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용택 변호사는 200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조세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분야다. 각종 소득세, 법인세 관련 사건 외에도, 자본거래 관련 증여세, 금괴 도매업체 등에 대한 부가가치세, 지방세 환급 및 추징, 조세포탈 관련 사건 등을 수행했다. 서대문세무서 납세자보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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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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