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마지막 국감'.. 그의 입에 쏠리는 눈

이도형 2020. 10. 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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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국정감사장에 선다. 지난해에 이어 검찰총장 자격으로 두번째다. 자신의 인생에서는 다섯번째 국감이다. 내년 7월이 임기 종료이기 때문에 검사 자격으로는 사실상 마지막 국감이다. 그는 과거 국감에서 여러 어록을 남겼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정무감각이 없다”, “이명박 정부때 쿨했다” 는 등의 발언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국감장에 그가 출석할 때마다 세간의 시선은 집중됐을 수 밖에 없었다. 

올해에도 ‘재료’는 쌓여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정권과의 갈등, 현 행정부 기관장이면서도 야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는 현상,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검찰 수사 등 여야 의원들은 그에게 장시간에 걸쳐 물어볼 것이고 결국 그는 어떤 형식으로던 답을 해야 한다. 그의 답에 따라 서초동과 여의도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 그는 올해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 

◆“이렇게 된 마당에 말씀드리겠다”…국감장 뒤집어 놓았던 尹

2013년 10월 21일. 윤석열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국회 법사위 국감장에서 ‘폭탄’을 던졌다. 2012년 대선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던 그는 국정원 체포영장 청구보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수사에서 배제된 상태였다. 그는 국감장에서 작심한 듯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초기부터 수사를 방해할 목적의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도 관련있는 이야기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위세가 시퍼렇던 시기에 정권 차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를 둘러싼 마찰이 있었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답을 남겼다. 여당 의원이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내놓은 말이었다. 조직을 사랑한다는 ‘검찰주의자’ 윤 총장의 소신이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국감 당일에는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더 관심을 끌었다. 이후 그가 징계성 좌천을 거듭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통해 수사 전면에 복귀하게 되면서 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이 더 회자가 됐다.
지난 2013년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과 관련해 증언하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윤 총장은 현 정부 들어서는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핵심 보직을 거쳤다. 현 정부 초반의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의 책임자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의 그였다. 자연히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과의 충돌이 빚어졌다. 2017년, 2018년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과 윤 총장간 대결은 끊임없이 벌어진다. 
당시 윤 총장이 계속해서 강조했던 건 다른 사안에 대한 고려 없이 법률적으로 문제되는 사안에 대해서 수사한다는 주장이었다. 2017년 10월 23일 국감에서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수사의뢰를 받아서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들”이라며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적폐청산 수사가 정치보복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다음해인 2018년 국감은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가 쟁점이었는데 윤 당시 지검장은 “어떤 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수사는 안하고 있다”며 “수사를 하다가 개별 법관의 어떤 비위가 나온다면 그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수사가 검찰의 기획에 따른 수사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지난 2017년 윤석열 중앙지검장(가운데)이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무감각 없다”…올해는 어떨까

윤 총장과 국회의원들의 대립은 지난해 반전됐다. 검찰총장에 오른 그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수사에 나서면서다. 지난해 10월 17일에 있었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은 여당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는 ‘수사를 해야 하니 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일체의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는 태도였다. 윤 총장은 “정무감각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조 장관 수사에 대해서는 “이런 종류의 사건은 제 승인과 결심 없이는 할 수가 없다”며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한 수사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전임 정부와 현 정부간 정치적 중립 보장을 누가 더 잘하느냐는 질문에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측근과 형 이런 분들을 구속할 때 별 관여가 없었다”며 “상당히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다시 1년이 지난 지금 윤 총장은 지난해보다 더욱더 심화된 국면에서 국감을 맞이한다. 여당과는 사실상 적대적 관계로 돌변했고, 야당의원들은 야권 대선 후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윤 총장에게 송곳 질문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국감장에서 윤 총장이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정치적 해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현 정부 기관장으로서 야권 대선후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렇다. 윤 총장은 어떤 길을 택할까.

과거 윤 총장의 발언을 통해 이번 국감에서의 그의 발언을 유추해본다면, 정치적 언급을 안할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그는 여러차례 검찰 수사가 정치적 의도가 없었으며 자신은 정무 감각이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를 대권후보에 올려놓은 언론사 여론조사에는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러한 기조가 계속될 공산이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부인 김건희씨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가 지난 9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족들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일 공산이 있다. 그는 장모 최모씨에 대한 의정부지검 수사 보고를 받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중인 장모 최씨와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다만 과거 국감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적이 있다. 2018년 국감에서 장모 최씨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제가 관련이 돼 있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이건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며 “국감장에서 이런 말씀하시는게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었다. 올해 대검찰청 국감은 22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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