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꿈틀이'는 어디에? 야권 잠룡들의 현재는?
[경향신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초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주자를 묻는 질문에 “당 밖에서 꿈틀꿈틀거리는 사람도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야권에서는 ‘꿈틀이’가 누구냐는 물음이 한창 이어졌다. 김 위원장이 당명과 당색, 정강정책까지 바꾸는 등 당의 외관을 바꾸는 작업은 거의 완성되어 가지만 이를 이어받을 정작 중요한 ‘인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야권의 최대 난제는 ‘사람 찾기’라는 것이다.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안철수, 김세연, 김동연, 윤석열 등 야권 잠룡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국회 상임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민간인 피살 사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논란 등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홍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탈당한 뒤로 여전히 국민의힘 바깥에 있다. 무소속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먼저 복당이 됐지만 홍 의원은 국민의힘에 복당 신청서를 내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그의 복당을 반대하는 기류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당이 극단적 이미지를 털어내고 애쓰고 있는데 지금 복당을 허용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다 쓸모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선별적 복당을 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 수도권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지원 유세를 한 뒤로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북한 민간인 피살 사건 등 안보 관련한 이슈가 나올 때면 유 전 의원은 SNS에서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였다.
유 전 의원은 그러나 최근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 예정이다. 그는 사무실에 유튜브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을 조성하고, 경제·복지에 관한 저서를 공개하면서 차기 대권 출사표를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며 보수주자로서 각인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6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하는 국회 포럼에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여전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면서 “(2022년 대선 승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유니폼을 입은 우리의 승리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위원장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원 지사는 최근 제주도의 서울본부 인력을 확충하고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등 대권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민의힘 밖의 인사 중에 잠재적 야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이 있다.
안 대표는 수시로 국민의힘에서 ‘소환’하는 주자 중 하나이다. 그러나 국민의당 의석이 3석밖에 되지 않아 대선을 위해선 야권 연대 또는 합당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들어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의 야권 후보로도 자주 거론된다.
정작 안 대표 본인은 양당 연대에는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장제원 의원이 주관한 강연에서 “(양당이) 선거 준비나 통합, 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아직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 혁신이 먼저라는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 역시 안 대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라는 점도 변수다.
‘청계천 판잣집’에서 자라 스토리면에서 주목을 받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잠재적 야권 후보다. 퇴임 후 비영리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전 총리는 최근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겠다며 ‘소셜 임팩트 포럼’을 출범시키도 했다. 김 전 총리는 계속되는 정치권의 영입 제안을 뒤로 하고 강연 활동만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이자 개혁 성향인 인사로 김세연 전 의원 및 홍정욱 전 의원도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최근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부산시장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 경선으로 직행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서울 여의도 인근 선유도역에 정당과 이념을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고민해보는 ‘청년 정치학교’ 사무실을 열고 활동 중이다. 그는 당분간 ‘여의도 정치’와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홍정욱 전 의원 역시 잠재적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근 언론사 헤럴드를 운영하면서 빚어진 일로 피소를 당해 정치권에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사건 수사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야권의 잠룡으로 급부상했다. 그는 출마의사도 밝히지 않았으나 여론조사상으로 10%대 지지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현직 검찰총장이라는 점에서 당장 운신의 폭이 제한되어 있다는 평가다.
■낮은 야권주자들의 지지도. 활동 공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2위는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야권은 김 위원장의 말대로 ‘당 밖’이든 ‘당 안’이든 유력한 주자가 없는 현실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1∼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53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가 22.5%로 1위였다. 이 지사는 21.4%로 2위를 달렸다. 다만 3~8위까지는 야권 인사가 차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10.5%), 홍준표 무소속 의원(7.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6.5%), 오세훈 전 서울시장(4.0%),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옛 국민의힘) 대표(3.6%), 원희룡 제주지사(3.0%) 등의 순이었다.
지지도 수치를 보면, 야권의 주자들은 그야말로 아직은 ‘잠룡’ 수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차기 대권 레이스의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국민들이 참여해 경선하는 형식을 취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낮은 지지도로 시작해서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몰이식’ 경선 방식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여권은 이래저래 대선주자가 나설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야당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도부가 빨리 대선후보군들이 공개적으로 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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