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기후위기' 뉴노멀시대 인류 생존 위협한다
"탄소배출 저감 대책 없으면 되레 독 지구생태계 비극 초래"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기후변화가 글로벌 어젠다 중 단연 으뜸으로 부상했다. 감염병은 생성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기후변화는 식량 위기를 불러올 수 있어 인류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지난달 27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보고된 지 9개월 만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감염 확진자는 3378만명, 사망자는 101만명을 기록하는 동안 전 세계가 국가 간 이동통제(록다운), 의료시스템 붕괴, 공장 폐쇄(셧다운), 경기 침체 등으로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수천 명 , 많게는 수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유럽은 감염환자를 감당하지 못해 의료시스템 붕괴 현상이 빚어졌고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에선 깜깜이 전염 화산에 사회신뢰시스템까지 무너졌다.
국가 간 이동제한으로 항공·여행업계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존폐 기로에 서 있고 자동차·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계도 극심한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2분기만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미국(-9.55%), 독일(-10.1%), 프랑스(-13.8%), 이탈리아(-12.4%), 스페인(-18.5%) 등 주요국들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대체로 두 자릿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출 실적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째 '마이너스' 상태이며 산업·서비스업 투자나 생산, 소비 흐름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지표상 1998년 IMF 외환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하니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설령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바이러스 공포는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최근 코로나19까지 감염병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기후위기 공포감도 크다. 미국 콜로라도에선 폭염이 70일 넘게 이어지다가 자고 일어나니 폭설이 내렸고, 추운 시베리아 지역에선 섭씨 38도의 이상 고온현상까지 나타났다. 미국 서부나 호주, 캐나다, 브라질 아마존 등 여러 곳에서 기록적인 대형 산불이 발생해 방대한 산림을 태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례없이 긴 장마로 인한 폭우와 홍수, 초강력 태풍 등 이상기후를 겪어야 했다. 지난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보면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1.8도 올랐다.
1.8도 상승은 작은 수치가 아니다. 우리 몸도 정상 체온에서 1도만 높아져도 몸에 이상징후를 느끼듯이 집중호우와 초강력 태풍 등 극단의 기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0.5~2도 더 상승하면 지금의 기후위기보다 더 위험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게 환경·기상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때문에 기후위기는 팬데믹보다 더 피해가 클 것이라는 예측도 속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 환경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최근 "기후위기가 코로나19보다 더 큰 재앙"이라며 "신속한 대응 없이는 지속적인 미래를 구축할 기회를 놓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대형 산불, 폭우 사태에서 보여줬듯이 이상기후는 특정 지역에 한정된 게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 되면서 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그간 여론의 변방에 서 있던 기후위기는 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역시 기후변화가 몰고 온 결과로 인식의 폭이 넓어지며 이대로 가다간 인류가 공멸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한몫을 하는 것이다.
최근 버거킹,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장마·태풍 등 이상기후로 토마토 등 농산물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토마토 빠진 햄버거'를 판매하는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궂은 날씨로 토마토작황이 부진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인데, 이상 기후 현상이 잦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자주 마주치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식량위기 사태로 확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지구 지표 기온이 산업혁명(1750년) 이전 대비 2℃ 정도로 상승하면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이 최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국제기구의 예측이 이를 뒷받침한다.
농업 생산량 감소 자체로 가격 폭등, 무역 갈등이 빚어질 수 있으며, 외식·서비스업 등 타 산업으로 도미노 피해를 줄 수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가능하게 식량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수십년 내에 전 인류가 '식량안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지금의 기후위기, 팬데믹은 인류가 지난 200년간 의존해 온 화석에너지 경제가 불러온 결과"라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스템으로 변화 없이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구식생, 농업생산량 등 지구생태계가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뉴노멀'(New Normal)이 이제 분명해졌다"며 "산업계가 환경규제 정책 등으로 인해 경제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후위기, 탄소배출에 대응을 못 해 오히려 독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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