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미국판 '추석' 추수감사절에 대비하는 법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20. 9. 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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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양 명절 가운데 하나인 10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미국의 한 가족이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트의 놀이공원에서 핼러윈데이의 상징인 호박 조각 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부에나파크|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 전통 명절 설과 추석이 있다면 미국인에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명절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고 두번째로 선호하는 명절이 11월 넷째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이다. 매년 11월 말에 돌아오는 추수감사절은 12월 말 크리스마스과 연말로 이어지는 긴 겨울휴가 시즌의 시작이기도 하다.

한국인들이 설과 추석에 흩어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처럼 미국인들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설과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는 한국인들이 ‘민족의 대이동’을 연출하는 것 못지 않게 미국에서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공항과 고속도로가 귀성객들로 가득차면서 몸살을 앓는다. 여행업체 AAA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휴가 기간 미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한 사람이 3160만명, 자동차를 타고 가족과 친지를 만나기 위해 이동한 사람이 493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미국 인구 3억2800만명 가운데 4분의 1이 추수감사절 시즌에 이동을 한 것이다. 약 한 달 뒤인 크리스마스 시즌에 이동하는 미국인까지 더하면 가히 미국판 ‘민족의 대이동’이 매년 연말 연출되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풍경은 예년과 많이 다를 전망이다. 한국에서 고향의 부모님들이 외지에 나간 자녀들을 향해 “올 추석엔 고향을 찾지 않아도 좋다”고 손사레를 치는 것과 같은 이유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710만명이 넘고, 누적 사망자가 20만명이 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은 지난 7월말 코로나19 신규 환자 발생이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9월 중순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상태다.

코로나19 위험이 다시 커지면서 매년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던 축제와 행사들도 대폭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대형 유통점들이 추수감사절 다음날 실시하는 대규모 세일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도 예년보다 썰렁할 전망이다. 미국 전역에 체인을 갖고 있는 월마트와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에 아예 매장 문을 열지 않겠다고 일찌감치 결정했다. 싼 물건을 사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추수감사절의 명물인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의 퍼레이드는 군중이 모이는 것을 억제시킨 채 진행될 예정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2015년 메이시스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를 텔레비전으로 시청한 미국인은 5000만명으로 추산됐다.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즐기는 단골 행사 중 하나가 메이시스 백화점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시청하기인 셈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나들이가 제약되면서 훨씬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추수감사절 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과 정담을 나누던 미국인들은 올해엔 어찌해야 할 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코로나19가 고령자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자녀들로 하여금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사는 켄 슈워르츠(49)는 12월에 서부 캘리포니아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승용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하는 것을 검토했다. 2700마일(4345㎞)에 달하는 거리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71세 어머니와 내년 1월 출산 예정으로 자신의 집 근처에 사는 딸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차로 이동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슈워르츠는 이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엄마를 보는 것도 신경이 쓰였지만 돌아와서 내 딸을 아프게 할까봐서도 신경이 쓰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에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을 만나는 것은 나 자신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동일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의 위험에 대한 민감도나 코로나19 방역에 기울이는 노력도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여러모로 우울한 코로나19 시대에 안전하면서도 가족과 불화를 피하면서 명절을 지내기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몇가지 소개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는 것이 좋을지,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지들과 모일 것인지, 모인다면 마스크를 쓰자고 할 지, 벗자고 할 지 고민할지도 모를 한국인에게도 참고가 될 듯 하다.

■ 미리 계획하라.

명절에 가족과 친지가 모일 예정이라면 사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좋다. 실내에서 모일 것인지, 야외 모임으로 국한할 국한할 것인지, 실내에서 모일 경우 마스크를 쓸 것인지,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둘 것인지 등에 대해 미리 계획을 세워 참석 예정자들에게 공지하고 의견을 구하면 실제 모였을 때 생길 수 있는 긴장을 줄일 수 있다. 친지의 집을 방문할 예정인 사람도 집 주인에게 방문자가 지켰으면 하는 사항들이 있는지 사전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 상대방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라.

코로나19의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가족 모임 진행 여부, 가족 모임을 한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말할 때 상대방이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위험을 우려해 초대받은 가족 모임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집에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하는 것보다 현명할 것이다. “이번 가족 모임을 많이 기다렸는데 참 안타깝다. 우리 내년에는 꼭 만나도록 하자”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같이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 새로운 명절 전통을 만들어 보라.

이번 명절이 평소와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는만큼 평소와 다른 명절 전통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코로나19의 위험성 때문에 한 자리에 모두 모이지는 못하지만 핸드폰과 컴퓨터의 화상 통화 기능을 이용해 함께 각자 음식을 만들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온라인 게임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번거롭지만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여행을 같이 하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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