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커플 '돌싱'들의 반란..이혼 편견 해소하고 설렘까지

이수지 입력 2020. 9.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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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
MBN 효자 프로그램 등극
TV조선도 '우리 이혼했어요' 예고
[서울=뉴시스] MBN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뜻밖의 커플' 포스터 (사진=MBN 제공) 2020.09.0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이제 이혼은 상처이지만 숨겨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돌싱'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은 시대다. 방송이 한 몫했다.

MBN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3 – 뜻밖의 커플'과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등 종편 연예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3'은 다시 사랑을 찾고 싶은 남녀의 가상 커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1월 첫 방송 이후 시즌3까지 이어진 MBN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즌1, 2는 연예계 돌아온 싱글 언니들의 일상을 그렸다.

시즌3은 '뜻밖의 커플' 부제와 함께 커플 네 쌍이 저마다 부캐릭터를 만들어 각기 다른 한 집 살이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용건, 황신혜, 탁재훈, 오현경, 김선경, 이지훈, 현우, 지주연 등 연기자와 가수 8명이 출연한다.

지난 9일 오후 11시 1회 방송은 단연 화제였다. 출연진 이름이 다음날까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장악하며 화제성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2회 방송도 역시 출연자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렸고 시청률도 끌어올렸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5일 오후 11시에 방송된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 2회는 유료가입가구기준으로 전국 시청률 2.0%를 기록했다. 이는 1회 시청률 1.7%에서 0.3%포인트 오른 수치다.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특히 2회에 대해 시청자들은 "김선경·이지훈 '선지 커플', '감사'에 이어 '그대 안의 블루'로 또 한 번 미친 감동!" "알콩달콩 현우·주연 커플에 왜 이리 설레나, 잠 못 드는 밤이다"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용건·신혜 커플의 분위기와 통찰력에 압도"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시즌 1,2,3의 연출을 맡은 윤상진 PD는 '뜻밖의 커플'이란 설정에 몰입한 출연진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윤 PD는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며 "출연진도 자신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고 주변에서 반응과 응원도 많이 받고 촬영도 재미있어서 좋아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처럼 출연진이 몰입을 많이 하고 있다"며 "출연진으로부터 이 상황이 즐겁고 그대로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출연진이 이 상황에 몰입해서 촬영하고 있어서 이러한 모습이 실제 인기에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뜻밖의 커플 조합에 김용건, 탁재훈 등 이혼이나 이별 경험이 있는 남자 출연자 출연이 인기의 한몫을 했다.

시즌 1과2는 이혼의 아픔 또는 상처를 겪은 후 새로운 사랑을 찾는 여성의 입장에 중점을 뒀다.

[서울=뉴시스] MBN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뜻밖의 커플' 제2회 (사진=MBN 제공) 2020.09.15. photo@newsis.com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한성대학교 교수는 "시즌 1, 2가 여성 출연자에 무게 중심을 둔 데 비해 시즌 3은 이별을 겪었던 출연자를 남자까지 확대해서 성별의 불균형과 기존의 편견까지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돌싱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의 분위기를 해소하고 이들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연애에서 상호 존중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일깨워준 점도 매우 의미있다"는 것.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도 "'우다사3'은 돌싱에 대한 편견을 많이 해소해 준 면이 있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혼의 상처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이번 시즌은 전 시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설정으로 재미 추구에만 치중한 면이 옥에 티로 지적됐다. 네 쌍 중 두 쌍의 나이차가 지나치게 많이 나 시청자들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권 교수는 김용건·황신혜 커플과 김선경·이지훈 커플에 대해 "두 커플의 나이 차가 지나치게 많이 나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주기보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위해 예능 쪽으로 너무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 프로그램의 기본 방향성은 가상 커플이지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데 있다"라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MBN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뜻밖의 커플'에 출연한 가수 탁재훈(왼쪽)과 배우 오현경 (사진=MBN '우다사3' 제공) 2020.09.04. photo@newsis.com


이어 "탁재훈·오현경 커플 역시 리얼리티보다 예능에 중점을 두다 보니 시즌 1,2에서 보여준 진지한 사랑에 대한 의미, 여성 출연자와 일반 남성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연애 모습이 다소 실종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출연진의 인간적인 면,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진지함, 예능의 결합을 인기 요인으로 본 김 평론가도 '"처음에는 연애 중심의 사다리 타기 중심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앞으로 살아갈 희망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 배우 선우은숙과 이영하가 이혼 13년만에 처음으로 방송에 동반 출연했다. 23일 방송된 MBN 국내 최장수 부부 토크쇼 '속풀이쇼 동치미'에는 배우 선우은숙, 개그우먼 심진화, 작가 손경이 등이 출연해 ‘이혼해도 끝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MBN 제공) 2020.05.24. photo@newsis.com


좀 더 현실적인 이혼 커플 모습은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부부가 다시 함께 살면서 그간 몰랐던 새로운 부부의 삶을 다시 생각해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TV조선은 올해 안에 이 프로그램을 방송할 예정이다.

1981년에 결혼했다가 2007년 이혼한 배우 이영하와 선우은숙이 먼저 출연을 확정하면서 이혼 13년 만에 재결합 가능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들은 5월23일 방송된 MBN 예능 프로그램 '속풀이쇼 동치미'에도 동반 출연한 바 있다.

종편 채널들이 이혼을 소재로 한 연에 프로그램들을 내놓은 데에 이혼과 중년의 이성 관계에 관용적인 사회 분위기와 중년층을 타깃으로 한 시장 형성이 영향을 줬다.

[서울=뉴시스] MBN 예능 프로그램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3-뜻밖의 커플'에 출연하는 황신혜(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용건, 탁재훈·오현경, 지주연·현우, 김선경·이지훈. (사진=MBN 제공) 2020.09.02. photo@newsis.com


하재근 문학평론가는 "최근 중년이 경제적으로 여유도 있고 남녀 관계나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중년이 되어서도 이성 관계와 인생을 즐기려 한다"고 최근 달라진 사회 분위기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 "그러한 사회적 흐름이 중년층이 대리 만족을 하게 하고 중년 대변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봤다.

특히 '우다사'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방송계에 연예에 관심 있는 중년층 시장이 형성됐다.

하 평론가는 "'우다사'의 반응이 괜찮으면서 이 같은 시장이 확실히 형성되고 성장하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나이든 세대를 맞춘다면 시청률 면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이 높은 연령대 시청자들 사이에서 크게 성공한다면 다른 방송사에도 이 같은 프로그램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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