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잔소리에 칼 휘둘러..쌓였던 분노, 추석 때 2배 터진다

박사라 입력 2020. 9. 30. 05:02 수정 2020. 9. 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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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A씨는 아내를 때리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칼을 휘두른 혐의(상해ㆍ특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아내가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불만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추석 때 친가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고, 이를 아내가 찾아주면서 비꼬는 듯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렀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자신을 나무라자 부엌칼을 휘두르며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법원은 그에게 1년 6월형을 선고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9월, 추석 명절 때였다.

# 지난해 추석 명절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법정에 섰다. 11살 아들이 추석 용돈으로 받은 10만원을 어디에 썼는지 말을 안 하다가, 계속 추궁하자 ‘아는 형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둘러댔다는 이유였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다며 아들의 얼굴과 복부, 종아리를 수차례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사랑한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훈육을 넘어선 폭력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그 전에도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 추석에 이웃끼리 시비가 붙어 법정까지 가게 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추석, 집주인 댁 딸을 보고 세입자가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하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딸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죽도를 가져와서 몸싸움을 벌였는데 이로 인해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까지 가게 됐다. 법정에서 딸은 세입자가 자신에게 욕설을 하며 위협해 아버지에게 급히 도움을 청했다고 주장한 반면, 세입자 측은 경고만 줬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집주인과 딸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해 집주인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다고 봤다.

명절 연휴에 오히려 가정폭력이나 이웃 간 다툼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쌓여온 가족이나 이웃 간 갈등이 명절을 계기로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112 신고’로 접수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954건으로, 평소(660건) 대비 4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일평균 1019건으로 평소보다 54.4%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에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가족끼리 술을 마시다 보면 평소에는 참고 넘어갈 문제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내달 4일까지 2주간을 ‘추석 명절 종합 치안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단계별로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집중되는 가정폭력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을 전수 모니터링하고, 위험성 조사표를 활용해 긴급 임시 조치 등을 적극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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