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지 24년만에 돌아왔다..'술꾼' 뉴질랜드 비둘기의 환향
뉴질랜드에서 24년 만에 귀향한 비둘기가 화제다. ‘피지(Pidge)’라는 이름의 비둘기가 그 주인공이다.
피지는 뉴질랜드 토종비둘기 ‘케레루(kereru)’다. 뉴질랜드의 로토루아 레인보우 스프링스(Rainbow Springs) 생태공원에서 사육사의 손에 길러진 뒤 1996년 야생으로 날려 보내졌다. 이런 피지가 24년 만에 후줄근한 상태로 8월 말 공원에서 다시 발견됐다.
영국 가디언지의 2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피지는 발견 당시, 묘목을 야금야금 뜯어 먹고 있었다. 이는 비둘기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특이 행동이다. 공원 관계자는 어디가 아픈지 자세히 살펴보려다 피지의 발에 둘린 식별번호로 피지가 이제 29살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케레루는 보통 15~25살까지 사는데, 피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비둘기 중 가장 나이가 많다. 피지는 현재 공원의 집중치료실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공원 관계자는 “피지가 나이가 들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자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88세의 공원 관계자는 90년대의 피지를 기억한다면서 “피지가 돌아와 기쁘다”고 밝혔다.
한국의 비둘기와 유사하게 생긴 케레루는 주로 뉴질랜드 북부와 남부 섬 일대에 서식한다. ‘2018년도 뉴질랜드 올해의 새 대회’에서 승리하기도 한 케레루는 흔히 술꾼으로 통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썩은 열매를 좋아하는 습성 탓에 발효된 열매를 먹고 취한 모습이 많이 포착되기 때문이다. 특히 열매가 많은 여름철에는 취한 케레루가 야생동물보호센터에 실려 와 숙취를 해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뉴질랜드의 케레루 사랑도 남다르다. 케레루 보호를 위해 시민 과학 프로젝트(https://www.greatkererucount.nz/#intro)까지 생겨날 정도다. 홈페이지는 케레루가 토종식물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큰 나무 열매도 통째로 삼킬 수 있는 큰 체구를 지닌 새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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