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대한체육회장 선거..석달 남기고 불꽃 접전

이종세 2020. 9. 2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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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현 회장에 4선 국회의원 출신 장영달 유준상 도전
이동섭 전 의원 강신욱 교수도 가세…5파전 양상
금메달리스트 이에리사 문대성 등 의원 출신도 하마평 올라

[MK스포츠] “선거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끝나봐야 압니다.”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은 지난해 6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신규회원으로 선임된 직후 서울 올림픽공원 대한체육회 회장실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 “이제 IOC 위원까지 됐으니 내년 말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 아니겠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펄쩍 뛰며 이같이 반응했다. 그런데 선거를 3개월여 앞둔 이 시점에서 이회장의 예상은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다. 벌써 4선 경력의 국회의원 출신 2명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과 현직 체육교수 등이 출사표를 던져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중순에 치러질 이번 선거는 재선을 노리는 이 회장을 비롯하여 전북 전주에서 1992년 제14대 국회부터 2004년 17대 국회까지 4회 연속 당선된 장영달(72) 전 대한배구협회 회장과 전남 보성에서 1981년 제11대 국회부터 1992년 14대 국회까지 4연임에 성공한 유준상(78) 대한요트협회 회장이 4선 국회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득표 활동이 한창이다.

여기에 20대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 간사와 평창동계올림픽 특위 위원을 역임했던 이동섭(64) 전 의원과 하키선수 출신으로 체육학을 전공한 강신욱(65·단국대 교수) 전 한국체육학회 회장도 전국을 순회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석달을 남기고 달아오르고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강신욱 단국대학교 교수, 이동섭 전 국회의원(왼쪽부터)
이기흥“새로운 100년의 출발…패러다임 바꿔야”

2001년 1월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이기흥 회장은 2004년 주위의 권유로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09년에는 대한수영연맹 회장에 선임돼 체육계에서 인맥을 넓혀 나갔다. 독실한 불교 신도인 이 회장은 2007년 체육계 불교 신도들을 모아 만든 ‘체육인 불자연합회’초대 회장직을 맡았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에는 한국선수단 단장직을 수행했다. 특히 런던올림픽에서 13개의 금메달을 따 역대 최고의 성과를 올린 이 회장은 귀국 직후 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에 선임돼 ‘행복바라미’운동을 벌이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최근 8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1920년 출범한 대한체육회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았는데 새로운 100년의 시발점에서 스포츠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엘리트 스포츠 위주에서 ‘모두를 위한 스포츠(Sports For All)’로의 진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전제로 학교체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생활체육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영달“한국체육 혁신 없으면 버림받을 것”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은 2001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체육계와의 인연을 쌓아 이회택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 축구인들과의 교분이 두텁다. 그는 2005년부터 3년간 제34대 대한배구협회 회장으로도 활약, 오한남 현 배구협회 회장 등 많은 배구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8월 3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지지자들과 1차 모임을 하고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장영달 명예총장은 “고 최숙현 양의 죽음과 관련해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면서 “체육계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한국체육을 혁신하지 않으면 체육이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는 오한남 회장, 이회택 전 감독 외에 박찬숙 전 여자 국가대표 농구 감독, 김정태 빙상연맹 수석부회장, 황경수 씨름 감독, 전갑수 광주배구협회 회장 등 체육계 지도자 100여 명이 참석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최길수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전 OB축구회 회장), 장윤창 전 남자 국가대표 배구선수(경기대 교수), 김화복, 이운임, 곽선옥 등 전 여자 국가대표 배구선수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유준상“체육계도 언택트 상황…IT 전문가 적임”

팔순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불구, 최근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5시간 내 완주한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도 강인한 체력과 4선 국회의원 경륜을 바탕으로 제41대 대한체육회장 당선을 목표로 뛰고 있다.

1974년 32세의 나이에 레슬링 국가대표팀 해외전지훈련단 단장을 맡았던 유 회장은 국회의원 시절 국회 1988년 올림픽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2008년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명예회장, 2009년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 2012년 대한체육회 생활체육위원에 이어 2018년 대한요트협회 회장에 선임되는 등 체육계와의 인연을 이어왔다. 2010년 7월부터 10년 넘게 한국정보기술연구원 원장을 맡아 화이트 해커도 양성하고 있는 유 회장은 “대한체육회도 이제 변해야 한다. 디지털시대에는 정보통신 전문가가 회장을 맡아 새로운 IT 기술로 체육계의 언택트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며 자신이 차기 대한체육회 회장의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블록체인 기업진흥협회 이사장도 겸하고 있는 유회장의 논리와 주장이 체육계의 호응을 얼마나 끌어낼지 관심거리다. 1989년 ‘여의도에서 온 편지’(창민사 발간)를 시발로 8권의 저서를 내는 등 왕성한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강신욱“대한체육회장은 정통 체육인이 맡아야”

1970년대 서울대 체육학과 재학시절 필드하키 선수로 활약했던 강신욱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는 “이제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인이 맡아야 한다. 국회의원 출신이나 정치권 언저리에서 맴돌던 인사가 체육회장 자리만 꿰차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전농여중, 용산고 교사를 거쳐 단국대에서 체육 관련 강의를 해오고 있는 강 교수는 2016년 체육교수들의 모임인 한국체육학회 회장에 피선돼 나름 한국 체육발전을 위해 이바지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강 교수는 “한국체육의 가장 큰 병폐는 학생들의 수업 결손”이라고 규정하면서 “선수 출신들이 생업전선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의 시스템과 선배들의 잘못된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 정책포럼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단 공동대표, 한국스포츠사회학회 회장도 역임한 강교수는 “많은 체육인이 대한체육회장은 체육인이 맡아야 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체육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섭“정치로부터 지방 체육 독립에 한몫”

이동섭 전 의원은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진출, 4년간 의정활동을 하면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228개 시장 군수 구청장이 겸임했던 지방체육회장직을 모두 민간인이 맡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이 전 의원은 “지방 체육이 이제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 자립할 수 있게 됐다”면서 “최근 지방체육회의 법인화 법안도 21대 국회 관련 소위원회를 통과했으므로 앞으로 예산 확보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권도 9단인 이 전 의원은 e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아 2017년에는 '전문대리게임업자'를 처벌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과 ‘게임 먹튀 방지법’ 등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쳤다.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엔 여야 국회의원 224명의 서명을 받은 태권도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총재를 역임한 이 전 의원은 서울시 체육회 부회장, 세계태권도연맹 자문위원도 지냈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용인대를 나와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사, 국민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민의힘 서울 노원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

조재기 공단 이사장 불출마 의사 굳혀

강신욱 유준상 이기흥 이동섭 장영달 후보 외에도 이에리사(66·197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 전 태릉선수촌장, 문대성(44·2004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우승) 전 IOC 선수위원 등 두 명의 국회의원 출신 인사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전국 1만5000여 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추첨으로 뽑힌 1500명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이번 선거에는 후보마다 7000만 원의 공탁금을 걸게 돼 있는데 일정 비율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공탁금을 모두 잃게 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유도 무제한급 동메달리스트인 조재기(70)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주위의 끈질긴 출마 권유에도 불구, 불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조 이사장은 내년 1월 임기를 마치면 고향인 경남 하동으로 내려가 조용히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세(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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