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T1 '커즈' 문우찬의 2020시즌

윤민섭 2020. 9.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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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커즈’ 문우찬에게 2020시즌은 어떤 의미일까. 국민일보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T1 사옥에서 문우찬을 만났다. 최근 휴가를 마치고 팀으로 복귀했다는 문우찬은 2020시즌을 마친 소감, 차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 등을 특유의 담백한 말투로 밝혔다.

-시즌 종료 후 어떻게 지냈나.
“휴가 기간이 길어 고향인 경북 구미에 다녀왔다. 고향 친구들도 만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놀러 가기엔 위험한 시국이라 집에만 머물렀다. LoL과는 잠시 거리를 두고 마음 편히 쉬었다. 숙소 복귀 후에는 팀원들과 개인방송, 콘텐츠 촬영 등을 하고 있다.”

-다사다난한 2020시즌이었다.
“서머 시즌을 돌이켜보면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 팀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다. 내년엔 더 나은 게임을 보여드리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다.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구체적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 준비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

-스프링 시즌 우승 당시만 해도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T1이다.
“롤드컵에 갈 수 있을 것 같았고, 우승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T1 입단을 결심했다. 또한 이전 소속팀이 재정적으로 불안정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환경이 갖춰진 팀으로 가고 싶었다. 스프링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은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 팀원들이 서로 양보하고 배려했다. 메타도 우리에게 잘 맞았다.”

-이후 MSC를 치렀고,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다.
“높이 올라갈 거로 예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대회 기간이 스프링 시즌 결승전이 끝난 직후였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쉬는 것도 신경 써야 했고, 대회 준비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애매하게 쉬고, 애매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서머 시즌을 5위로 마무리했다. 잠시 주전 자리를 ‘엘림’ 최엘림에게 내주기도 했다.
“스프링 시즌 때처럼 열심히 준비했는데 왜인지 잘 풀리지 않았다.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주전 경쟁 때문에 힘들진 않았다. 저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고, 코치진의 판단을 존중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제 고유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키고, 기량이 녹슬지 않게끔 꾸준히 연습했다.”

-팀이 왜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나.
“다른 팀보다 부족한 점이 많았고, 그래서 게임을 진 것이다. 함부로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부족했던 점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캐치했다. 휴식 기간이 끝나면 천천히 수정·보완해나가려고 한다.”

-‘페이커’ 이상혁과 본인 간 호흡을 부진 원인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둘 사이의 호흡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시즌 초반이나 지금이나 저는 상혁이 형과 사이가 좋다. 지금은 사이가 더 좋아졌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 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팀에 변화를 주고 싶으셨던 것 같고, 그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셨던 것 같다.”

-시즌 후반엔 신인 ‘클로저’ 이주현과 함께 출전해 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주현이가 신인 아닌가. 그런데 경기에서 긴장하거나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로 본다. 롱주 시절 함께했던 형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저를 이끌어줬던 게 기억난다. 그때의 제 모습이 주현이한테서 보인다. 훗날엔 주현이도 다른 팀원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빼어난 미드라이너들과 함께했다.
“‘비디디’ 보성이는 라인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라인전을 자주 이겼다. ‘폰’ 원석이 형은 경력이 많은 만큼 라인 관리를 잘했다. 정글러에게 라인 프리징 등을 요구하곤 했다. 저는 이걸 ‘정글을 끌어 쓴다’고 표현한다. 상혁이 형도 비슷하다. 운영 능력이 좋다. 정글러를 끌어 쓰는 능력은 미드라이너의 기본 소양으로 꼽히는데 이런 걸 잘한다.
상혁이 형은 후반 운영 능력이나 라인으로 가는 판단이 탁월하다. 비교 대상을 바꿔주셨으면 좋겠다. 상혁이 형 같은 경우엔 제가 예전에 함께했던 ‘프레이’ 종인이 형이나 ‘데프트’ 혁규 형과 함께 묶고 싶다. 셋 다 운영을 잘한다.”

-운영이란 말의 뜻이 모호하다고 종종 느낀다. 마치 야구에서 ‘포수의 리드’처럼.
“게임이 후반으로 넘어가면 각 선수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 각자가 알아서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 좋겠지만, 팀에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가 있을 수도 있고 운영 능력이 부족한 선수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자기 역할을 잘 해내면서 남의 역할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해주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들이 운영을 잘하는 선수들이다.
상혁이 형, 종인이 형, 혁규 형 같은 경우엔 자신들의 역할을 잘 수행해내면서 동시에 다른 라인전 상황까지 잘 신경 써준다. 라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한타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팀에 더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혁규 형은 워낙 조용한 사람이라 의외였다. 그런데 이런 세세한 걸 몹시 신경 썼고 또 잘했다.”

-‘정글링 동선을 잘 짠다’는 평가가 늘 따라다닌다. ‘동선의 마술사’로도 불린다.
“특별히 그런 걸 생각하고 플레이하는 건 아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동선을 많이 생각하며 게임에 임한다. 조합도 많이 고려한다. 그러다 상대방의 허점이 보이면 그때 동선을 꼬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의 동선을 많이 참고하고, 거기서 조금씩 변화를 줄 뿐이다.”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게 ‘성장형 정글러를 잘한다’는 평가다. 늘 쉽게 6레벨을 찍더라.
“정글러는 정보 싸움이다. 밀리는 라인이 있으면 상대방도 그쪽으로 들어올 확률이 높다. 반대로 우리 팀이 라인을 민다면 그쪽은 괜찮다고 판단한다. 상대 챔피언이 언제 우리 진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챔피언인지, 상대방이 어떻게 동선을 짜는지 등을 고려하면서 동선을 짠다. 상대방의 다이브 저지 등 기본적인 것들도 중요하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포지션이다. 포지션 변경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
“포지션을 바꾸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가끔 ‘다른 포지션을 택했으면 조금은 편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긴 한다. 그렇지만 바쁠 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다. 그냥 더 잘하고 싶다.”

-올해 롤드컵, LCK 팀이 우승 트로피를 되찾을 수 있을까.
“저는 롤드컵을 안 볼 거라서 잘 모르겠다. 3년 연속으로 선발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쉬움만 남아 안 본다. 쉬는 기간에 롤드컵을 보면 좋은 생각만 드는 건 아니다. 다만 저희 팀이 LCK에 속해있으니 LCK가 우승했으면 좋겠다.”

-올해 많은 후배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2020시즌을 통해 얻어가는 게 한 가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더 나은 내일을 보냈으면 한다. 저 또한 신입 때는 실력이 부족했기에 형들을 따라가기 바빴다. 시즌을 되돌아볼 시간이 생기니까 저한테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를 알겠더라.
‘칸나’ 창동이, ‘엘림’ 엘림이, ‘클로저’ 주현이, ‘구마유시’ 민형이, ‘쿠리’ 원영이 전부 신인 선수다. 올해 내내 정신이 없을 법도 했다. 휴식기 동안 시즌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획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함께 잘 준비해서 내년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좋은 성적을 낸 뒤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단 점이 일단 죄송하다. 항상 응원 보내주시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도, 팀원들도 열심히 하겠다. 내년엔 꼭 롤드컵에 가고 싶다. 2019년, 2020년 선발전엔 조금씩 아쉬움이 남았다. 내년엔 꼭 잘됐으면 좋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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