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박용진, "秋장관 논란, 불법 아니니까 괜찮다는 자세 버려야"

이석희 2020. 9. 27.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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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장관 아들 관련 비판발언 꿋꿋하게 이어나갔다가
'내부총질 그만하라'는 친문 지지층 집중공격 당해
"저마저 입을 다물어버리면 더불어민주당 내에도
다양한 의견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수 없어"
"공개발언 이전에 당 지도부에게도 미리 전달"
"민주당의 길은 김대중·노무현이 보여준 대중노선의 길,
그걸 보여줄 수 있어야만 민주당은 재집권 할 수 있어"
"짐싸서 국민의힘에 가라는 조롱 받을만한 일 한 적 없어"

지난 한주 강성친문 지지층의 집중 공격대상이 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이번에도 박용진 의원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논란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내놓은 비판적인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병역은 국민의 역린이다. 때문에 낮은 자세로 문제를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강성 친문 지지층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내부총질 그만하라" "국민의힘으로 떠나라"라는 문자와 댓글에 시달렸다.

그를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박 의원에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묻자 그는 옅게 웃는 얼굴로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 분들도 민주당 지지자"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추 장관 논란에 대해 '불법이 아니니까 괜찮다' '규정에 있으니까 괜찮다'라고 이야기할게 아니다. 그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맞지 않는 자세다"라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저마저 입을 다물면 당내 다양한 의견의 존재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수 없다. 당에 이런 견해들이 존재하는 것을 국민들도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NS에 달린 댓글들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국민의힘으로 가라' '내부총질하지 마라'고 하더라.

"(웃으며) 듣기 싫은 소리라고 보내주신거긴 하지만 당연히 기분 좋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으로서는 듣기 싫은 소리, 반대의 소리를 충분히 들어야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그런 분들도 민주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다"

-추미애 장관 논란에 있어서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정치하는 사람이니까 그렇다. 국민들 마음을 사야하는 입장이다. 우리가 여당으로서 국민과 신뢰를 형성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정책적인 문제를 이끌고 나가야한다. 신뢰관계가 없으면 어떤 정책도 끌고나갈 수 없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국민들이 불편하게 생각하고 일종의 특혜조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던 문제이기 때문에, 일단 국민들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국회의원은 힘있는 사람이다. 자녀문제로 불편함을 느끼는 시선들이 있는데 '불법이 아니니까 괜찮지않냐'는 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는 맞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했다"

언론에서 '소신파'라고 일컫는 인물들은 강성 지지층에겐 '골칫거리'라는 낙인이 찍힌다. 내부에 분란을 일으켜 상대에게 공격의 빌미를 준다는 것이다. 주류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밖으로 드러내지 말고 안에서 조용히 얘기하기를 요구받기도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공개발언 이전에 같은 의견을 당 지도부에게도 전달했다. 박 의원은 밖으로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낮지 않은 자세'가 당 전체적인 입장처럼 비춰질 때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은 안하나?

"당 지도부가 추미애 장관 논란에 대해 어떤 의결이나 집단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있나?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지도부 개개인이 낸 것을 당 지도부 의견이라고 묶어서 볼 수는 없다. 저 역시 제 의견을 당 지도부라든지 의사결정 과정에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 그걸 하지도 않은채로 대외적으로 의견을 내지는 않는다. 지도부하고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저한테 문자폭탄과 댓글을 다는 분들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의견이 다른 것에 대해서 그냥 다수라는 이유로 저마저 입을 다물어버리면 당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수 없다. 소수 의견이라도 귀담아 들어야하고 그게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태도니까 저 역시 그렇게 하려한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특정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있다.

"당직 선거라서 지지자들을 향한 그런 정치적인 태도가 더 두드러졌을수는 있다고 본다. 당원들 평균적인 의견은 국민의 평균과 조금 다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내부 선거를 치러내는 과정에서는 그런 편향적인 태도는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지도부가 특정 지지층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건 그런 문제가 드러날 때 고민해도 늦지 않다. 지도부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다. 김홍걸 의원 제명을 전광석화처럼 했고,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도 책임있게 의결했다."

-소수의견을 확인시켜줘야 했다고 했는데, 그렇지않으면 당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모든 발언을 꼭 그렇게 계산해서 하는 건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다양한 문제와 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물을 수 있다. 그런 문제 중에서 당에 이런 견해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견 표출도 필요하다. 사사건건 모든 문제에 대해서 내 의견을 얘기 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당원들이 '이런 의견이 있구나' 확인하실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전화통화에서 박 의원은 "민주당은 대중 노선을 걸어온 정당이고 앞으로도 그래야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정치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민주당이 대중노선을 걸어야한다는게 무슨 뜻인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로 하여금 성과있는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두분이 보여준 대중노선에 있다. 대중노선이란 상대에 대한 배려, 의견이 다른 집단에 대한 고려, 정치적 라이벌과도 손잡을 용기라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이른바 유신세력의 잔당인 자민련과 손을 잡았다. 결국 집권에 성공했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디딤돌로 삼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에서 승리해 국회 과반을 형성했음에도 대한민국 변화를 위해 선거구 개혁 양보해주면 대연정을 통해서 권력도 이양하겠다는 과감한 제안을 했던 분이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선 나만을 중심으로 할게 아니라 의견이 다른 상대, 나를 공격하는 야당, 나를 죽이려는 세력과 손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야당과 갈등이 너무 심하다는 비판이 많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그래 한 번 싸워봐라'가 아니라 '너희들 생각이 다르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다르더라도 그 의견을 어떻게 조정하고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결과로 보여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중요하고, 오늘의 문제 해결하는게 중요하다. 허구한 날 일어나서 싸우고 경쟁하고 조롱하라는게 아니다. 대중노선의 핵심을 두 대통령은 보여줬다. 아무리 의석이 많아도 야당과 협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못나간다. 이번 추경도 야당과 협의 끝에 의견을 반영한 것 아닌가. 국민들이 바라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통합의 정치 과정을 펼치는게 중요하다고 본다. 저는 민주당이 그렇게 갈거라고 본다. 민주당의 길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보여준 대중노선의 길이고, 그걸 보여줄 수 있을때에만 민주당은 다시 재집권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어떻게 보나?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노력하고 계신다고 본다. 문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대통령이 다 국민적 통합을 달성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편에서는 분열 부추긴다고 평가하는 대통령이다

"그건 늘 그래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민련과 과감하게 손잡았지만 신한국당은 독재라고 얘기했다. 노무현 대통령 역시 대연정 제안을 거절 당한 뒤 독단, 독선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자신의 지지층에게서마저 비난을 받았다. 지도자들은 욕먹을 용기도 가지고 있어야한다. 지지층에게 비판 받을 일도 감내할 수 있어야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초고속 인터넷에 투자해 IT강국 기반 깔았다는 것이다. 1998년 대한민국 전체 예산이 약 70조2000억원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향후 10년동안 인터넷망 설치에 8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했다. 야당은 당연히 반대했고 국민들도 '애들 게임이나 하라고 하는 건가'라며 우려했다. 욕먹을 용기를 가진 리더들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께서도 그 고민 위에 서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당이 반대하는 공수처는 어떻게 해야하나?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분리는 매우 중요하다. 공수처 역시 검찰 권력 분산을 위해 특수 수사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서 이관하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미 만들어진 제도다. 헌법재판소 판결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헌재 판결 이전에 아무것도 못하는게 아니라, 할 때 하더라도 국회가 만들어놓은 제도와 시스템을 충실하게 같이 이행해줘야 한다."

-야당은 공수처법 자체에 반대했고 여당이 패스트트랙으로 강행한 것 아닌가?

"패스트트랙이라는 제도를 만든 건 야당이다. 자신들이 만든 제도 아닌가?"

그는 인터뷰 도중 책 한권을 꺼내들었다. 조선 선조 시기의 정치를 다룬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라는 책이었다.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수없이 받아온 그에게 이런 분위기가 개별 의원들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니냐고 묻자 "당시의 상소문 정치는 지금보다 더했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 비판으로 개별 의원들 의견이 위축될 수도 있다

"어떤 시기든 대통령을 중심으로한 강력한 지지층은 존재할 것이다. 거기에 질서가 부여되고 이념적인 동력이 생기기도 한다. 또 그걸 이끌어갈 또 다른 리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비판받는 사람이 균형적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제가 귀담아 들어야할 그 분들 의견도 왜 없겠나. 그러나 지나치다 싶으면 저라도 균형 잡아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섭섭하진 않나

"언젠가는 그분들께서 그런 노력을 인정하고 저를 인정해줄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 생각처럼 박용진이 '짐싸서 국민의힘에 가라'는 그런 조롱을 받을만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분들과 이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그분들이 삼성의 불법행위를 지지하거나, 한유총을 지지하진 않을 것이다. 한두가지 현안에 대해서 의견이 다르다고 공격받는 것에 크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적 집단적으로 반대편에 서있는 국민의힘 지지자분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합의점 찾아낼 것인지 고민해야한다."

-이쪽 저쪽도 아닌 분들은 어떻게 다가가야하나

"그런 분들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그분들이야 말로 대중노선의 길에 대한 지지를 보내실거고, 국민 전반의 상식과 눈높이가 실현되기를 기대하실 것이다."

-이른바 '조금박해'로 한데 묶이는 것이 부담스럽진 않나? (조금박해는 민주당 내 소신파로 불리는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이라는 전현직 의원들의 성에서 따왔다. 강성 친문 지지층의 비판도 많이 받는다)

"(웃으며) 좋은 사람들이다.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께서 내부분란을 일으키는 집단이 아니라 소신파라고 인정하는만큼 이런분들이 있어야 더불어민주당 안에 다양한 의견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석희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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