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갈았나.. tvN 드라마 전성시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사실 지난해 tvN 드라마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주목할 만한 작품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자백>이나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호텔 델루나>, <쌉니다 천리마마트>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간 tvN 드라마가 스튜디오 드래곤을 통해 쏟아냈던 좋은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소소하거나 애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작품도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아스달연대기>처럼 야심찬 작품이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고, <진심이 닿다>, <그녀의 사생활> 같은 평이한 로맨틱 코미디들이나 <사이코메트리 그녀석>, <어비스>,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위대한 쇼>, <날 녹여주오>, <청일전자 미쓰리>, <유령을 잡아라> 등등의 작품들은 생각보다 부진했다.
그래서 절치부심했던 것일까. 올해 들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전면에서 tvN 드라마의 존재감을 확 끌어올린 후 <하이바이 마마>, <방법>, <화양연화>,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악의 꽃>, <사이코지만 괜찮아>, <비밀의 숲2>, <청춘기록> 등등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의 tvN 드라마가 특히 주목된 건 기존의 드라마 문법에서 탈피한 색다른 스토리텔링 방식이나 소재들을 채택해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하이바이 마마> 같은 죽은 자가 돌아오는 판타지를 통해 새로운 가족드라마를 그려내거나, <방법>처럼 우리네 무속신앙을 하나의 슈퍼히어로물처럼 해석해내고, <악의 꽃>처럼 멜로와 스릴러를 균형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구현해낸 게 그것이다. 또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역시 개인주의 시대에 가족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사이코지만 괜찮아>나 <청춘기록>은 기존의 멜로드라마나 청춘물을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해내는데 성공했다.
시청률에 있어서도 화제성이 있어서도 올해 tvN 드라마의 선전은 눈에 띤다. 반면 <부부의 세계>나 <모범형사> 같은 몇몇 좋은 작품들을 내놓은 JTBC와 <스토브리그>, <하이에나>, <VIP>, <아무도 모른다> 등등 지상파 중 가장 도드라진 SBS를 빼고, MBC나 KBS는 이렇다 할 작품 자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KBS는 거의 주말드라마를 빼고는 보이는 작품이 없고, MBC 역시 비슷한 처지다.
이렇게 희비가 갈라지게 된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회사로 스튜디오를 내놓은 방송국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tvN의 스튜디오 드래곤, JTBC의 JTBC스튜디오, SBS의 스튜디오S가 그것이다. KBS는 몬스터유니온을 스튜디오로 갖고 있지만 무슨 일인지 <악의 꽃> 같은 작품은 KBS가 아닌 tvN에서 방영됐다. 물론 자회사로서 모든 작품을 모회사에서 방영할 필요는 없고 또 그렇게 자유롭게 플랫폼을 선택하는 점이 스튜디오들이 가진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KBS가 이처럼 미니시리즈가 거의 초상집 분위기인 마당에 <악의 꽃> 같은 좋은 작품이 tvN에서 방영됐다는 건 의아하게 느껴진다.
이제 방송사는 점점 플랫폼의 기능으로 축소되는 분위기다. 대신 드라마는 스튜디오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고, 그래서 향후에는 특정 방송사의 드라마라는 이야기보다 어느 스튜디오에서 만든 드라마냐는 이야기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드라마 공화국'이라는 칭호가 잘 나가는 드라마 방송사에 붙여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스튜디오 시대로 들어오면서 이런 이야기가 점점 무색해질 것으로 보인다. tvN 드라마의 선전 뒤에는 스튜디오 드래곤 같은 스튜디오가 있으니.
<영상 : 엔터미디어 채널 싸우나의 코너 '헐크토크'에서 정덕현 평론가가 박보검과 박소담의 투샷만으로도 큰 기대를 모은 드라마 '청춘기록'을 평합니다. 흙수저 청춘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청춘기록'의 헐크지수는 몇 대 몇일지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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